최인기의 두 개의 시선
강제철거는 사람만 잡는 게 아니다
2월 21일 노량진 전철역 앞, 흙 묻은 조끼가 뒹굴고, 케첩이 아스팔트 위에 피처럼 흩어졌다. 누군가의 벗겨진 장화 한 켤레는 새벽 참상을 생생하게 증명한다. 전국이 코로나바이러스-19 공포에 빠져 있을 무렵, 설마설마했던 노량진 수산시장 행정대집행이 끝났다. 용역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 아침 햇살이 처연히 반짝인다.
할매(68세 한상희)는 경찰의 소매를 붙잡고 눈물을 흘린다. “고양이 두 마리가 포크레인에 찍혀 쓰레기차에 실려 갔어요……” 이 난리에 고양이라니, 경찰은 황당한 표정으로 그 팔을 뿌리치고 자리를 떴다.
한쪽 눈이 아픈 놈이 ‘달림’이고, 또 다른 놈은 ‘똑순이’라 불렀다. 노량진 구 시장부터 함께 지냈더랬다. 지옥 같은 철거 현장에서 쫓겨나 전철역 농성장에 함께 보금자리를 틀었다. 우울한 농성장 한켠을 지키고 있던 고양이는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시간이 지나도 상인들은 고양이 소식에 더 애가 탔다. 빼앗긴 물건보다, 멍든 상처보다 포크레인에 찍혀 사라진 고양이로 참담한 심정이었다.
그동안 서울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제68조에 따라 12월부터 2월까지 강제퇴거와 철거를 제한한다는 정책을 써왔다. 2019년 3월에는 동물을 공존의 대상으로 전환하겠다며 '동물 공존도시 서울' 기본계획을 내놓은 바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정책과 따로 놀았다. 길고양이 보호는커녕, 고양이에게도 겨울철 동트기 전 강제집행을 하였다.
지나가는 길고양이를 보면 가슴 한쪽이 철렁 내려앉을 것이지만, 삶의 터전마저 포기하기란 쉽지 않았다. 상인들은 부서진 집기를 챙기고, 물건을 주워 모았다. 천막을 지탱하는 밧줄을 단단히 치고, 어묵을 데우는 가스에 불을 켰다.
“꽃샘추위가 있을 따름이지 어디 오는 봄을 막은 적 있던가?” 이치에 어긋난 일이 세상을 이긴 적 없다며 상인들은 언제나 그렇듯 기지개를 켜고 또 장사를 준비한다. 1호선 노량진 전철역 할매는 오늘도 묵묵히 농성장을 지키며 작고 여린 생명을 기다리고 있다. 포크레인에 찍혀 쓰레기차에 실려 간 고양이가 슬며시 돌아오리라 굳게 믿고 계신다.












할머니 기다려요
노량진수산시장
달님 돌아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