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폭력과 경찰 수수방관 조사해 달라” 촉구
대책위, 서울시장 권한대행 면담 요구하는 농성 시작

수협 직원과 용역이 노량진수산시장 상인을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사진 함께살자 노량진수산시장 시민대책위원회
수협 직원과 용역이 노량진수산시장 상인을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사진 함께살자 노량진수산시장 시민대책위원회
수협의 물대포를 맞은 한 상인이 들것에 누워 있다. 사진 함께살자 노량진수산시장 시민대책위원회
수협의 물대포를 맞은 한 상인이 들것에 누워 있다. 사진 함께살자 노량진수산시장 시민대책위원회

지난달 29일 새벽 6시 30분경, 수협 직원과 용역은 노량진역 근처 육교 위 농성장에 있는 상인과 연대인 40여 명에게 물대포와 소화기를 2시간가량 뿌렸다. 이로 인해 일부 상인은 고막이 찢어지고 얼굴이 부어오르는 등 상처를 입거나 저체온증으로 응급차에 실려 가 치료를 받았다. 대책위는 바로 다음 날인 30일, 임준택 수협 회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함께살자 노량진수산시장 시민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는 18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수협중앙회(아래 수협)가 상인에게 살수해 상해를 입힌 사건의 진상을 조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기자 회견이 끝난 후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원래는 이날 송소연 인권위 사무총장과의 면담이 예정돼 있었으나 연기됐다.

대책위가 인권위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있다. 현수막에는 '농성장 상인들에게 물대포 직사살수 사건 진상조사 촉구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옥바라지선교센터
대책위가 인권위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있다. 현수막에는 '농성장 상인들에게 물대포 직사살수 사건 진상조사 촉구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옥바라지선교센터

- “수협은 특수상해죄·집회방해죄, 동작서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위반”

대책위는 수협이 물대포를 사제로 제작해 실험한 후 상인의 얼굴과 상반신에 직사해 상해를 입힌 것은 특수상해죄라고 말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수협은 물대포를 만들어 10분 정도 실험한 후 상인에게 살수했다. 이는 계획된 폭력이라는 증거다. 형법에는 도구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신체를 다치게 하면 처벌받는다고 나와 있다. 수협의 폭력은 특수상해죄”라고 강조했다.

형법 제228조의2에 따르면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으로 사람의 신체를 다치게 할 경우 징역형에 처한다. 명숙 활동가는 이 같은 내용을 인용하며 임준택 수협 회장이 신체의 자유와 건강권,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말했다.

한상범 대책위 공동위원장 또한 수협의 폭력을 성토했다. 한 위원장은 “지금 몇 년도를 사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저희가 6년 동안 장사도 못하고 어렵게 생활하며 투쟁해 오고 있는데 단전·단수부터 시작해서 이번에 물대포까지, 지금 세상에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들이 노량진수산시장 상인에게 계속 일어난다. 수협은 인간으로서 해선 안 될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박영수 동작경찰서장을 향해서는 경찰관직무집행법을 위반했다고 규탄했다. 명숙 활동가는 “경찰은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폭력을 행사한) 현행범을 체포하고 폭력을 제지할 의무가 있지만 농성자는 (경찰로부터) 어떤 법적 보호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5조와 6조에는 사람의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는 위험한 행동을 제지해,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대책위는 경찰이 이 조항을 지키지 않아 결국 상인의 인권이 침해됐다고 강조했다.

노량진역 2번 출구 앞 계단에 동작경찰서 경찰이 모여 있다. 물대포와 소화기를 맞은 연대인이 육교 위에서 경찰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옥바라지선교센터
지난 10월 29일, 노량진역 2번 출구 앞 계단에 동작경찰서 경찰이 모여 있다. 물대포와 소화기를 맞은 연대인이 육교 위에서 경찰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옥바라지선교센터

- 과거 인권위 결정문 보니 ‘물대포는 신체 자유 침해, 경찰 소극 대응은 인권 침해’

인권위는 과거 다른 사건에서 물대포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라 결정했다. 강제집행 현장에서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응해 용역의 폭력을 방관한 것은 인권 침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2017년, 시흥캠퍼스 사업에 반대하며 농성하는 서울대 학생을 해산시키기 위해 학교 측이 학생에게 물대포를 쏜 사례에 관해서는 “공권력에 의한 방식이 아닌 자력에 의한 해산을 택하면서 일반 직원들이 물리력을 사용하여 해산 행위를 하도록 한 것은 권리침해를 최소화하는 수단을 택하지 못한 것이라고 보인다. (중략) 해당 학생들의 신체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과도한 방식으로 점거의 해산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며 학교 측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지난 9월 결정했다.

또한 강제철거 현장에서 경찰이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철거민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 판단했다. 인권위는 2018년 3월 공개한 결정문에서 “당시 경찰이 강제집행 현장 인근에서 대기 중인 기동대원들을 투입하거나 불법행위를 하는 용역 인력들의 소속 및 신원 확인, 채증 등 최소한의 조치를 취했더라면 (중략) 강제집행에 저항하는 거주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 등 불법행위가 예방되거나 최소화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히며 경찰청장에게 경고 조치했다.

용산참사와 관련해서는 “재개발 철거지역의 분쟁 상황 등 민생 관련 사안의 경우, 경찰은 철거용역들의 폭력 및 위협 행위 등을 예방하고 신속하고 엄정하게 제지하는 등 치안 질서 유지를 주된 업무로 하고, 농성자 등을 진압하기 위한 경찰의 개입은 최후적, 보충적으로” 하라며 작년에 권고하기도 했다.

노량진수산시장 상인이 서울시청 후문에서 농성하고 있다. 경찰은 셔터문을 내리고 농성을 제지했다. 사진 옥바라지선교센터
노량진수산시장 상인이 서울시청 후문에서 농성하고 있다. 경찰은 셔터문을 내리고 농성을 제지했다. 사진 옥바라지선교센터

- 대책위 “서울시가 책임져야” 서울시 면담 요구 농성 돌입

대책위는 기자 회견이 끝난 후 서울시청 후문에서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과의 면담을 촉구하는 농성을 시작했다. 대책위가 사태 해결의 책임이 서울시에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서울시가 노량진수산시장의 개설권자이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작년 2월에 공개한 결정문에서 서울시가 개설권자로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라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당시 대책위는 구(舊) 시장에서 일어난 용역의 폭력과 수협의 단전·단수 조치에 관해 인권위에 긴급구제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서울특별시는 노량진수산시장의 개설권자인 지방자치단체일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이 관내 주민들의 중요한 갈등 문제인 점 등을 고려할 때, 그 역할이나 가능성이 제한적이라 할지라도 이 사건 해결을 위한 중재·조정 요청 등 적극적인 노력을 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대책위는 기자 회견에서 이 의견을 인용하면서 “서울시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커녕 상인들의 최소한의 대화 요청마저도 묵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서울시가 중재자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18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서 권한대행이 대책위의 면담 요청을 거부하여 내일부터 시청 앞에서 면담을 촉구하는 농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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