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플라자’, 장애인시설 용도변경까지 했는데 6년째 지지부진
백석초는 ‘통학로 안전확보 계획서’ 검토도 안 해… “장애인 차별이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일 오후 2시,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어울림플라자 건립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설 것을 요구했다. 사진 허현덕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일 오후 2시,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어울림플라자 건립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설 것을 요구했다. 사진 허현덕

장애계는 6년간 지지부진한 어울림플라자 건립에는 백석초등학교(아래 백석초)의 비협조가 있다고 지목하며, 관리감독 기관인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지난 2013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공약에서 시작된 ‘어울림플라자’는 2015년부터 건립 논의가 시작됐다가 2016년 강서구 등촌동 옛 한국정보화진흥원 대지에 건립 계획을 세우면서 구체화됐다. 이후 2017년부터 주민 대상으로 설명회를 통해 취지를 알렸지만, 인근 주민들은 안전문제와 장애인연수시설 등의 이유로 반대를 표명했다. 그중에서 어울림플라자 대지와 맞닿아 있는 백석초 학부모들의 반대가 거세다.  

반대 주민들은 처음에 장애인연수시설 안의 숙박시설을 문제 삼았다. 그러다 현재 표면상으로는 3년간의 공사기간 동안 발생할 안전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 상임대표는 “백석초 학부모들은 표면적으로 장애인시설이라고 반대하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장애인건물이라서 반대하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라며 “특히 백석초 교장이 ‘통학로 안전 확보 동의서’를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와 교육부는 지난 2019년 4월부터 ‘통학로 안전대책협의회 구성·운영가이드라인’을 시행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학교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200미터 또는 주출입문으로부터 300미터 이내의 공사인 경우 사업자가 해당 학교장에게 ‘통학로 안전확보 계획서’를 제출하고, 이를 학교장이 승인해야 착공이 가능하다. 만약 학교장이 승인하지 않으면 교육지원청에 ‘안전대책협의체 구성’을 요청해야 한다. 이 협의체에서는 ‘통학로 안전 대책 및 위험요소 제거안’을 마련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백석초는 서울시가 두 차례 제시한 안전확보에 관한 계획서에 아무런 답변이 없다. 오히려 박재열 백석초 교장은 학부모 설득을 서울시에 미뤘다. 이는 지난 10월 26일 장애계와의 만남에서도 확인됐다. 당시 박 교장은 ‘안전 문제만 생각하고 있다. 공사를 하려거든 학부모들의 동의를 받아오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자회견에서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기자회견에서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서울장차연은 2일 오후 2시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이 문제에 직접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당초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자택 앞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교육부가 당일인 11월 2일 이 문제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리게 됐다.

강서구도 백석초의 ‘통학로 안전 확보 계획서’에 대한 동의 없이 건물 해체 허가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서구에서 온 염원삼 남은자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처음에는 장애인시설로 구상됐던 건물이 이제는 지역주민 이용시설 80%, 장애인 전용 이용시설 20%로 줄었다. 그런데도 주민들이 반대를 반복하는 건 장애인시설이기 때문이 아니냐. 강서구도 백석초 승인 없이는 건물 철거를 못 한다고 한다”며 “지금까지 교육부, 서울시교육청도 수수방관이었는데 더는 백석초가 무대응으로 일관할 수 없도록 강력하게 압박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벌써 6년이나 끌었다. 백석초 교장은 이제는 안전문제 거론하면서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으려고 한다. ‘장애인 싫어, 땅값 떨어져, 장애인 봐서 재수 없어’라고 직접 말을 안 하지만, 지속적인 반대로 장애인에 대한 간접 차별을 하고 있다”라며 “더 이상 장애인 차별하지 마라. 왜 장애인은 모여서 회의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시설 하나 짓겠다는데, 6년이나 거부당해야 하나. 안전문제에 대한 절차가 버젓이 있는데도 따르지 않는 백석초에 대해 관리감독 기관인 서울시교육청은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후 서울장차연은 한만중 서울시교육청 정책·안전기획관 지방부이사관과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서울장차연은 오는 13일 전까지 안전대책 협의회 등을 구성해 신속히 건물 철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고, 이에 서울시교육청 측은 ‘서울시와도 적극적으로 협의해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장차연은 “어울림플라자 건립을 오래 기다린 만큼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13일까지 답이 없으면, 백석초와 서울시교육청 교육부를 향해 강력히 투쟁하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서울장애인부모연대도 2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를 향해 어울림플라자를 조속히 건립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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