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시설 문제의 본질은 집단수용시설 구조에서 비롯”
시설 소규모화로는 해결 못 해… 경북 탈시설 정책 펼쳐야

경북지역에서 반복되는 거주시설 범죄의 원인이 경북의 탈시설 정책의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소노벨 경주 에메랄드1홀에서 탈시설 권리 실현을 위한 경북지역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종한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상임공동대표가 ‘경북지역 시설 인권침해 현안과 지역사회의 과제’를 발제했다.

- 거주시설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범죄… 경북에서만 11곳

경북에는 2019년 12월 기준으로 장애인거주시설에 2906명의 거주인이 살고 있다. 이는 서울·경기 수도권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인원이다. 경북 5개 정신요양시설에도 1022명이 있으며,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정신의료기관도 26곳이나 있다. 

경북지역 주요 장애인시설 인권유린·비리 사건. 사진 김종한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상임공동대표 발제문 캡처
경북지역 주요 장애인시설 인권유린·비리 사건. 사진 김종한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상임공동대표 발제문 캡처

거주인에 대한 인권유린과 학대, 사망 사건이 알려진 경북지역 거주시설은 최근에만 △경주푸른마을(2008) △다소미집(2013) △솔시설, 선인재활원(2014) △경주푸른마을, 은혜의집, 혜강행복한집, 사랑마을(2018) △다원공동생활가정, 영천팔레스, 성락원(2020) 등 11곳에 달한다.

김종한 대표는 “시기와 이름은 달라도 내용을 살펴보면 본질은 같다. 집단수용환경에서 거주인에 대한 통제와 일상화된 인권침해, 촘촘한 위계와 질서의 작동, 학대와 폭력, 설립자와 운영진들의 이해를 중심으로 사유화된 시설 등은 모두 ‘집단수용시설의 구조’ 속에서 벌어진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경북의 일관된 방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북은 수용정책의 근본적 성찰은커녕 가해자와 운영진들을 퇴출하는 기본적 조치도 하지 않았다. 거주인을 적극적으로 구제하고 탈시설을 추진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라며 “시설 범죄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사법처리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며 방조로 일관했다”라고 지적했다. 시설범죄를 알린 공익제보자를 탄압하는 일도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이어 “경주푸른마을과 혜강행복한집에서는 설립자 일가들이 자신을 대신해 운영권을 장악할 사람을 세우고 스스로 사임해, 결국 전 운영진 뜻대로 시설 운영이 흘러가고 있다”라며 “경북의 행정공백이 시설 운영진을 위기에서 모면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줬다”고  비판했다.

- 시설 소규모화로는 해결 못 해… 경북 탈시설 정책 펼쳐야

김 대표는 경북이 탈시설 정책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질타했다. 이는 최근 7년 경북 거주시설 현황을 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거주시설은 2012년 41곳(거주인원 1901명)에서 2019년에는 92곳(거주인원 2906명)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최근 7년간 경상북도 장애인 거주시설 현황. 사진 김종한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상임공동대표 발제문 캡처
최근 7년간 경상북도 장애인 거주시설 현황. 사진 김종한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상임공동대표 발제문 캡처

올해 공론화된 범죄시설 6곳 중 절반이 거주인 30인 이하의 소규모 시설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김 대표는 “이를 통해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시설 현안이 터질 때마다 대안으로 제시하는 ‘시설 소규모화’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무책임한 대책인지 알 수 있다”며 “규모가 작아진다고 집단수용시설의 본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작든 크든, 시설은 시설일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장애계와 시민사회단체가 반복되는 시설문제의 대책을 요구하자 경북은 2014년 △신규시설 설립 억제 △도내 전체 생활시설 자립전환 추진 목표 수립 등을 포함한 탈시설·자립지원 5개년 계획 수립을 약속했지만 끝내 지키지 않았다. 김 대표는 “2015년 신규 설립된 영덕사랑마을에서 벌어진 장애인 학대와 각종 비리 논란 또한 경북도의 탈시설 정책의 부재에서 벌어진 것”이라고 질타했다.

현재 경북이 시행하고 있는 탈시설 정책은 탈시설장애인 1인당 1천만 원씩 지급하는 탈시설자립생활 정착금이 전부다. 연간 10명(올해 13명)에게만 주지만, 이마저도 모두 집행되지 않는 수준이다. 자립생활 환경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이다. 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운영하는 체험홈(정원 4명)도 경산시와 경주시, 각 1곳밖에 없다. 

김 대표는 “경북이 지금과 같은 탈시설 정책을 펼친다면 거주시설과 정신요양시설 거주자 3928명 전원이 모두 시설에서 나오기까지는 약 393년이 걸린다”라며 “경북의 수용시설에 대한 대안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모든 시설의 ‘코호트 격리’ 행정명령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강력한 행정명령으로 경북도는 탈시설을 추진하고, 범죄시설을 폐쇄하는 데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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