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심 판결 그대로 벌금 500만 원 확정
공익제보자 판결 당일 ‘근로계약종료’ 통보… 실직
“공익제보자 처벌하면 앞으로 누가 공익제보 하겠나” 규탄  
혜강행복한집의 시설폐쇄와 사회복지법인 해산 촉구

혜강행복한집 공익제보자가 대법원에서도 벌금 500만 원을 받으며, 시설범죄의 ‘공범’이 됐다. 판결 당일 공익제보자는 ‘근로계약종료’를 통보받았다. 경주시 장애인들은 “대법원 판결이 시설범죄 공익제보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420장애인차별철폐경주공동투쟁단(이하 420경주공투단)은 4일, 경주시청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420장애인차별철폐경주공동투쟁단은 4일, 경주시청 앞에서 대법원 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420장애인차별철폐경주공동투쟁단
420장애인차별철폐경주공동투쟁단은 4일, 경주시청 앞에서 대법원 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420장애인차별철폐경주공동투쟁단

지난 2018년 7월 공익제보자 ㄱ 씨는 장애인거주시설 혜강행복한집(경주시 안강읍 소재, 사회복지법인 혜강)의 보조금 횡령, 거주인 폭행·인권유린을 신고했다. 이 사실은 2019년 6월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번 제보로 △설립자 아들, 전 원장(폭행 가해자) 정 씨 징역 1년 △정 씨의 배우자, 사무국장 서 씨 벌금 700만 원 △주·부식업체 대표 벌금 300만 원이라는 사법처분을 받게 됐다. 경북지역 거주시설 설립자 일가가 거주인 인권유린 문제로 실형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문제는 혜강행복한집 공익제보자 ㄱ 씨가 종사자의 지위에서 가담할 수밖에 없었던 업무수행을 했다는 이유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사업법’에는 벌금 1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5년이 지나지 않을 경우, 사회복지법인 또는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판결이 난 지난 4월 29일 혜강행복한집 측은 ㄱ 씨에게 ‘근로계약종료’를 통보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14조 제1항은 ‘공익신고 등과 관련하여 공익신고자 등의 범죄행위가 발견된 경우에는 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른 형의 감면은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적용되는 법률상 감면으로 법관의 재량에 의한 임의적 감면 사유를 정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중략) 피고인 ㄱ 씨가 공익신고를 하여 진상규명에 기여한 점을 양형 조건으로 고려함으로써, 임의적 감면 조항의 적용 여부에 관한 재량권을 행사했다”라며 공익제보자의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 판결한 2심을 확정했다.

대부분의 거주시설, 사회복지시설의 비리와 인권유린 등은 공익제보로 알려지고 있다는 점에 비춰, 대법원의 판결은 공익제보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기자회견 참가자가 "혜강행복한집 인권유린 고발 대가 '벌금 500만 원'"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420장애인차별철폐경주공동투쟁단
기자회견 참가자가 "혜강행복한집 인권유린 고발 대가 '벌금 500만 원'"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420장애인차별철폐경주공동투쟁단

420경주공투단은 “공익제보자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망도, 보호조치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공익제보하면 다친다’는 강력한 메시지만 남겼다”라며 “공익제보의 결과가 이토록 가혹하다면, 과연 해고와 각종 탄압, 차별과 낙인, 생계위협을 감수하고 어느 누가 공익제보에 나설 수 있겠는가”라고 개탄했다.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는 시설범죄를 외면하는 경주시의 방관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혜강행복한집은 지난 2015년에도 각종 비리와 거주인 인권유린에 대해 공익제보자의 제보가 있었지만, 경주시는 시설 감사 요구를 묵살한 바 있다. 

420경주공투단은 “경주시는 경주푸른마을, 선인재활원, 혜강행복한집에 이르기까지 유사한 인권유린이 수년째 반복되는 데도 그저 덮어주고 넘어가는 봐주기 관행을 일관하고, 사법기관에 책임을 떠넘기기만 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혜강행복한집은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퇴출되고, 침묵만 남은 수용소로 전락하게 됐다”라며 “설립자 세력이 사법처분 이후 시설로 다시 복귀할 수 없도록, 경주시는 혜강행복한집의 시설폐쇄와 사회복지법인 혜강의 법인을 해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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