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 대상자에 정신장애인 포함·신규시설 설치 금지·10년 내 폐쇄 등 담아
입소‘당한’ 발달장애인에게 퇴소 의사 묻는다? “권리침해 불법 상태 유지하는 셈”

5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에서  ‘탈시설의 법적 근거, 시설을 넘어 존엄한 삶으로’라는 주제로 국회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출처 서울대공익법률센터 유튜브 생중계 중 갈무리.
5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에서  ‘탈시설의 법적 근거, 시설을 넘어 존엄한 삶으로’라는 주제로 국회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출처 서울대공익법률센터 유튜브 생중계 중 갈무리.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비롯한 21대 국회의원들과 장애계가 함께 준비한 ‘장애인 탈시설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탈시설지원법)안’이 이달 중 발의될 예정이다. 이번에 발의되는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탈시설 관련 법안들과는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우선 법안명에 ‘탈시설’을 직접 강조하고 있으며, 탈시설 대상자에 정신장애인을 포함한다. 또한, 의사결정 능력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도록 하며, 10년 내로 시설을 폐쇄해야 한다는 점도 명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집단 거주시설의 열악함이 더욱 드러나고 있는 현재, 21대 국회에서 탈시설지원법이 제정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법안 발의를 앞두고 5일 오후 1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및 정의당 국회의원들과 장애인단체들의 주최로 ‘탈시설의 법적 근거, 시설을 넘어 존엄한 삶으로’라는 주제로 국회토론회가 진행됐다. 코로나19로 인해 토론회는 '서울대공익법률센터'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염형국 변호사가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 서울대공익법률센터 유튜브 생중계 중 갈무리.
염형국 변호사가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 서울대공익법률센터 유튜브 생중계 중 갈무리.

탈시설 대상에 정신장애인 포함·신규 시설 설치 금지·10년 내 시설 폐쇄 등 담아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공감 변호사는 현재 발의를 준비 중인 탈시설지원법(안)에 대해 발제했다. 염 변호사는 “그동안 사회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시설에서의 삶을 강요했으며 정부는 시설 중심의 장애인복지를 당연시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장애인 거주시설 및 요양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은 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이제는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욕구에 기반한 복지가 되어야 한다”라고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먼저 탈시설지원법(안)에서는 탈시설 대상자에 정신장애인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정신장애인을 장애유형에 포함하고 있지만, 동법 제15조에서 정신장애인의 경우 ‘정신건강복지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이유로 장애인복지법상의 복지서비스에서 배제하고 있다. 

그러나 2018년 기준 장애인거주시설 입소인원은 30,152명, 정신병원 입원환자는 66,523명, 그리고 2019년 기준 정신요양시설의 입소인원은 9,252명이다. 장애인거주시설 입소인원보다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 입소인원이 2배 이상 많은 셈이다. 따라서 염 변호사는 “법안의 대상을 장애인거주시설에 입소한 장애인으로 한정해서는 안 되고, 정신건강복지법상의 정신병원 및 정신요양시설에 입소한 장애인도 포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법안에서는 장애인 거주시설·정신의료기관·정신요양시설 등 장애인이 생활하는 시설을 신규로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고, 시설 내 장애인 입소 정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10년 내로 폐쇄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경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이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체계적인 탈시설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법안에서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장애인 탈시설지원위원회(아래 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염 변호사는 “국무총리 산하로 둔 이유는 장애인 탈시설은 복지부만의 문제가 아닌, 고용, 소득, 주거 등 다양한 영역의 부처들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위원회에서는 장애인의 탈시설과 관련한 사항들을 심의·의결한다. 그뿐만 아니라 시설조사소위원회를 통해 인권침해 시설을 조사하고, 시설폐쇄 명령이나 법인 설립허가 취소, 보조금 지급 중단 등의 필요한 제재를 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함께 법안에서는 장애인 탈시설을 전국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 중앙 및 지역에 장애인탈시설지원센터를 설치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이주언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서울대공익법률센터 유튜브 생중계 중 갈무리.
이주언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서울대공익법률센터 유튜브 생중계 중 갈무리.

입소 당한 발달장애인에게 퇴소 의사표현 요구? “자기결정권 보다 ‘탈시설 권리’ 실현해야”

시설 거주인의 대다수가 발달장애인이기 때문에 의사표현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은 탈시설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법안에서는 정기적으로 탈시설 욕구조사를 실시하면서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탈시설 상담 및 정보제공을 우선적으로 시행하도록 한다. 또한, 충분한 정보와 의사결정에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지 않고 의사결정능력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만약 의사결정능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면, 지역 장애인 탈시설지원센터의 장이 장애인의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이주언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법안에서 장애인에게 탈시설에 대한 결정과 선택을 하도록 지원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이 변호사는 “장애인에게도 자기결정권·선택권이 있음으로 탈시설을 결정·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보는 주장은 탈시설을 선택하기 어려워하거나 제3자가 그의 선택을 파악하기 어려운 중증발달장애인의 탈시설을 소극적으로 만들 수 있다”라며 “제도를 잘 만들고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현재의 후견제도가 그러한 지원제도로 적절히 기능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정부는 자기결정권을 이유로 탈시설을 가로막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각 시·도에 장애인 당사자의 시설 퇴소의사가 명확할 때에만 퇴소가 가능하며, 의사확인이 불가능할 때는 가족이나 대리인의 확인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의사표현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의 경우 의사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으며, 이를 확인하기 위한 공공후견인제도를 이용하려면 6개월에서 1년 반 이상 기다려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9년 9월, 장애인거주시설 퇴소 및 전원 시,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이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도록 복지부에 관련 지침을 마련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인권위 권고로 인해 의사표현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탈시설이 어려워질까 무척 걱정된다. 장애인복지법령에 따르면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절차상 의사표현이 어려운 중증발달장애인의 경우 민법상 후견인, 가족, 또는 관할 자치단체장이 지명하는 사람이 계약체결을 대행할 수 있다. 그러나 시설에 입소시킨 가족에게 탈시설을 기대하기 어렵고, 탈시설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있을 경우 지역 담당 공무원이 퇴소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이 변호사는 “시설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에 누군가로부터 입소를 결정 당한다. 이미 권리를 침해당했는데 본인 의사를 알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탈시설을 막는다면 ‘권리 침해’라는 불법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탈시설은 그 자체로 하나의 권리다. 따라서 탈시설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강제입원에 대해 별도의 심사기구를 둔 것처럼, 의사표현이 어려운 중증발달장애인의 탈시설에 관한 결정과 필요한 지원을 고민하고 시행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신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중복장애인특별위원장은 단호하게 “그런 기구도 필요 없다”라며 “탈시설이 정답이다. 제 자녀처럼 누워있는 중증발달장애인들에게 의사를 물어봐도 그 어떠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 시설이 아닌 동네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법이 이럴 수 있나”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제 자녀의 장애가 너무 중하다며 개인별 지원계획을 못 세우겠다고 하자, 제가 직접 발로 뛰어서 자녀의 자립을 준비하는 촘촘한 일상을 만들었다. 장애인의 자립 지원을 위해 애정을 가지고 일한다면 열악한 지역에서도 가능하다. 그런데 아무도 그런 열정을 보이지 않는다. (장애 정도에 따라) 누구는 탈시설하고 누구는 왜 못하나. 공무원이 움직일 수 있도록 서둘러 행정적으로 제도를 잡아야 한다”라며 탈시설을 촉구했다. 

김신애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서울대공익법률센터 유튜브 생중계 중 갈무리.
김신애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서울대공익법률센터 유튜브 생중계 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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