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법 20년,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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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아래 기초법) 시행 20년을 맞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평가하는 토론회가 17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의 주관으로 열렸습니다. 비마이너는 ‘기초법 20년을 평가하는 데 있어 수급자들의 목소리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지점에 동의하며, 이날 발표된 수급 당사자들의 글을 당사자 동의를 받고 게재합니다. 《 기초법 20년,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 》 ▶ ① 저는 ‘조건부 수급자’ 김성기입니다 ② 수급 신청 과정은 무기력이 학습되는 과정이었다 |
저는 조건부수급자인 김성기입니다.
지금은 몸이 안 좋아서 조건부 유예를 받아 3개월 동안 일반수급자로 살고 있습니다. 다음 달에 끝날 예정인데, 이전에 자활사업에 참여했던 기간이 다 찼다고 합니다. 다시 자활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10년 전에 처음으로 수급 신청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기초생활보장제도라는 것을 몰랐는데, 주변 활동가의 안내를 받아서 같이 가서 신청하게 됐습니다. 당시 쪽방에서 생활하며 일용직 노동을 하고 있었는데 겨울에 일감이 없어서 방세가 밀리는 상황에 처했었습니다. 처음에 신청하라고 했을 때 창피했습니다. 주위에 아는 사람들이 알게 될까 봐 망설여졌습니다.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 국가의 돈을 받아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안 좋다는 걸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잠시 겨울 한 철 안전하게 나기 위해 신청했습니다. 3개월 뒤에는 다시 다른 노동을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사람 일이라는 게 마음처럼 풀리지 않았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계속 자활사업에 참여하면서 근로유지형, 사회서비스형, 시장진입형 모든 유형의 일자리에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생활이 나아지진 않았습니다.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뻐해야겠지만 생활이 나아지는 게 보여야 삶의 목표가 생기는데, 하루하루 일만 했던 것 같습니다. 열심히 일했지만 도돌이표였습니다. 최저임금 적용이 안 되니 방세 내고 생활비 내면 남는 게 거의 없습니다. 참여 기간이 정해져 있어서 기간이 끝나는 시기가 다가오면 두렵습니다. 자활이 끝난 뒤 다른 일자리로 연계가 되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정부에서 밀어붙이는 자활기업으로 성공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노동부에서 하는 취업성공패키지에도 여러 차례 참여해봤지만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청년들도 취업하기 어려운 세상에 중장년층이 끼어들 틈은 없습니다. 이런저런 구직사이트에 들어가서 찾아봐도, 주위 사람들에게 알아봐도, 나이 먹은 사람을 쓰는 곳은 없습니다.
더불어서 지금은 일시적으로 일반수급을 받고 있는데 관리비와 전기·가스·인터넷·통신비 이것저것 내고 나면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수준입니다. 고정비만 지출해도 생계비에서 3분의 1 이상이 없어집니다.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주거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 왜 주거급여에 포함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기본적인 생활이 되어야 하는데, 밖에서 밥을 하나 사 먹으려고 해도, 시장에 가서 반찬을 한 번 사려고 해도 부담이 됩니다. 올해 여름에 처음으로 에어컨을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에어컨비 2만 원이 부담돼서 틀기가 어려웠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내년 생계비가 통계대로라면 더 많이 올랐어야 하는데, 코로나 경제 위기를 이유로 한 2% 오르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알고 있습니다. 기업에는 돈을 그렇게 많이 풀면서 가난한 사람들의, 안 그래도 부족한 생계비를 깎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병원에 계속 다니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65세가 안 돼서 어금니가 양쪽이 다 없음에도 치과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치과 치료가 비급여이기 때문입니다. 잇몸이 다 망가졌지만 65세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나이나 장애유무를 떠나서 개인별로 건강이 안 좋은 부분이 있는데, 이런 부분을 나이로 묶지 말고, 아플 때 필요한 치료를 적절하게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자활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자활 교육에 참여하면서 7개월 넘게, 언제 일자리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물었지만, 일자리가 없다는 대답만 받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급을 포기하게 되는 사람이 생기는데 이건 자발적인 게 아니라 강제로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구청에서도 이런 사실을 다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고만 합니다. 그리고 지금 기간에 제한을 두고 있는데, 그러지 말고 안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기간 제한을 없애면 좋겠습니다. 3년 또는 5년 자활에 참여한 뒤에는 1년을 쉬어야 재참여 할 수 있습니다. 이것마저도 올해부터 5년 이후에는 재진입하지 못하게 바뀌었다고 들었습니다. 이러면서 무슨 자립과 자활을 위한다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장에 취업할 수 있는 곳이 없는데, 3년 5년 해서 안 되는 사람들은 죽으란 소리밖에 안 됩니다.
더불어 정부가 바뀌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소식은 계속 들려오지만, 현실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자활 일자리 임금의 경우 이번 정부에 들어서 조금 오르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최저임금의 50%에서 80%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일반수급비는 이번 정부에서 역대 최저 인상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 경험을 통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과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 최소한 인간답게, 건강한 식생활이라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생계급여를 현실화해야 합니다.
하나, 관리비를 포한한 전기·가스·수도비 등 주거지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주거급여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하나, 나이나 장애 유무가 아니라 필요한 치료를 적절하게 받을 수 있도록, 의료급여 보장성을 확대해야 합니다.
하나, 자활사업의 일자리 종류를 다양화하고 기간 제한을 폐지해야 하며,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합니다.
하나, 근로능력평가를 폐지하고 자활사업 참여가 선택에 맡겨져야 합니다.
이제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이고 국가는 그 권리를 보장해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실제 어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 주시고 정책에 반영되게 노력해 주시길 바랍니다.


건강이 안좋은데, 자활센터 에서 일해보니 노동 강도가 심하네요.
월급여 100만 남짓. 그나마 일못한다고 쫓겨남. 이런 게 무슨 자활 센터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