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전부터 격리된 곳만 코호트 격리하는 K-방역
밀집성이 ‘집단 감염’ 주요 요인인데, 집단 격리라니?
시설 안팎의 차별적 정책이 생사를 가른다

청도대남병원. 사진 뉴스민
청도대남병원. 사진 뉴스민

- 예외상태의 선포, 코호트 봉쇄

일일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나드는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3차 대유행의 특이성을 보여주는 곳은 단일 시설 최다 확진자(1093명)가 발생한 동부구치소와 단일시설 최다 사망자(38명)가 발생한 부천시 효플러스 요양병원으로, 집단수용시설의 폭발적인 집단감염과 사망률이 3차 대유행을 이끌고 있다. 6일 기준 70명(거주인 56명, 생활지도원 14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장애인 거주시설 신아원과 함께 이들 집단수용시설의 집단감염을 키운 건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조치이다. 감염원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코호트 봉쇄를 하는 동안 격리된 집단 내부 확진자와 비확진자 사이에 빠르게 상호 감염이 일어났다. 개인별 독립공간 및 철저한 격리가 불가능한 집단시설, 특히 감염병 치료 및 추가 감염 방지에 필요한 의료 장비와 인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곳에서 코호트 격리가 시행될 경우, 오히려 감염병의 무차별적 확대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그럼에도 집단거주시설에 코호트 격리조치가 즉각적으로 이뤄진 것은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교도소, (정신)요양시설 및 (정신)요양병원, 장애인 거주시설은 코호트 격리 조치 이전부터 외부 사회와 격리된 곳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첫 코호트 격리가 이뤄진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환자 대부분이 장기 입원자로, 병상 없이 온돌 바닥에 6명이 한방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확진 판정 후 외부 이송이 수년 만의 외출이라며 기뻐한 두 번째 사망자의 말과 첫 번째 사망자의 몸무게가 42킬로인 사실은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다. 1인 격리도 안 되고, 충분한 의료지원도 없는 폐쇄병동을 코호트 격리한 조치는 외부 확산을 막기 위해 집단 내부 감염을 방치하는 조치였다.

청도대남병원의 코호트 격리조치에 대해 의료전문가들과 인권단체들의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작년 2월 24일 ‘장애인거주시설 코로나19 관련 대응 방안’에서 “지역사회 접근성이 낮고, 무연고자가 다수인 시설 이용자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자가격리가 불가능한바, 감염자의 경우 별도의 코호트 격리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침을 발표했다. 집단거주시설의 폐쇄성과 밀집성이 집단감염의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하는데 복지부는 오히려 집단 격리를 장애인거주시설 방역지침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는 어차피 “자가격리가 불가능한”, “지역사회 접근성이 낮고, 무연고자가 다수인” 장애인거주시설에서 감염자가 발생할 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방역조치가 지역사회로의 감염 확산을 차단하는 코호트 격리밖에 없다는, 매우 위험하고 차별적인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코호트 격리는 감염원 봉쇄 정책이다. 작년에 대구와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1차 대유행이 발생했을 때 2월 26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대구와 경북 청도 지역은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통상의 차단 조치를 넘는 최대한의 봉쇄 조치를 시행해 확산을 조속히 차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가 전방위 공격을 받아 사퇴하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코로나19 전파와 확산을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그만큼 코호트 봉쇄는 해당 집단의 기본권 침해는 물론 생명권까지 위협하는 예외상태의 선포다. 그럼에도 정부는 정신병원, 요양시설,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해서 당연한 듯이 (예방적) 코호트 격리 조치를 시행했다. 이것은 명백한 차별행위로서 구금시설 등 집단수용시설이 이전부터 지역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있었고, 격리시설의 존재를 당연시하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가능한 조치였다.

광화문 해치마당에 펼쳐진 텐트에 “시설로 돌아갈 수 없다! 코호트 격리 당장 멈춰라!”라고 적힌 피켓이 붙어 있다. 그 뒤로 4일, 신년 투쟁 선포식을 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광화문 해치마당에 펼쳐진 텐트에 “시설로 돌아갈 수 없다! 코호트 격리 당장 멈춰라!”라고 적힌 피켓이 붙어 있다. 그 뒤로 4일, 신년 투쟁 선포식을 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 방역은커녕 차별 불러일으킨 예방적 코호트 격리

중앙정부에 의해 코호트 격리가 집단거주시설 방역대책으로 공식화되자, 경기도는 2020년 3월 2일부터 2주간 장애인거주시설, 정신요양시설, 정신요양기관 등 1824개의 집단시설에 대하여 시설장 재량으로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선택적으로 할 수 있다고 공식 권고했다. 코호트 격리가 감염원의 외부 유출을 차단하는 조치라면, 예방적 코호트 격리는 감염자가 없는 취약시설을 외부 감염원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주장됐다. 경기도가 시설장 재량의 선택사항으로 권고한 것과 달리 청도대남병원이 있는 경상북도는 2020년 3월 9일부터 2주간 573개소의 사회복지시설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하여 2주간의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권고가 아닌 강제조치로서 시행했다. 이에 따라 외부인 면회, 입소자 외출, 각 사회복지시설 직원 등 관계자의 외출이나 퇴근은 금지됐다. 또한, 의료진도 교대 없이 2주 동안 근무하도록 조치되었다.

코호트 격리가 지역사회로의 감염 확산에 대한 공포 속에서 이뤄졌다면, 예방적 코호트 격리는 감염시 치명률이 높은 고위험군 집단의 취약성 때문에 요구되었다. 그래서 강제조치였던 경상북도를 제외한 다른 지자체의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예방적 코호트 격리가 시행된 경우는 없으며, 권고에 따라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시행한 시설은 주로 고위험군 환자가 있는 노인요양병원이었다. 작년 9월 9일 국가인권위원회 주최 '감염병 시기의 인권' 온라인 토론회에서 김영옥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대표는 노인요양시설 코호트 격리 경험을 조사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요양보호사들의 돌봄노동 폭증, 내부 의료환경 악화, 극심한 고립감과 함께 지역사회로부터의 차별적 시선이 코호트 격리의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예방적 코호트 격리가 입소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자발적인 결정이었음에도, 시설들은 지역사회에서 ‘격리’ 대상, ‘오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했다. 출입하는 사람은 없는지 감시하는 것이나, ‘격리되는 지역’이라는 현수막은 ‘보호’의 대상인 노인요양시설을 ‘격리’의 대상이자 실제 위험이 발생한 곳으로 오해하도록 만들었다. “울타리 안에 있는 산책로를 이용하는 것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어야 함에도 외부에서 보는 시선(특히, 선정적인 언론보도) 때문에 산책로 이용을 제한했던 요양원의 사례나, 도시락 업체가 배달을 거부해서 곤란을 겪었던 경북 요양원의 사례”는 예방적 코호트 격리가 ‘필요성’보다 ‘가시성’과 편견에 따라 이뤄져 방역효과보다 차별효과를 야기함을 보여준다.

(예방적) 코호트 격리가 어려운 것은 의료진이나 시설 종사자들까지 입소자와 함께 격리되기 때문이다. 경상북도를 제외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예방적 코호트 격리 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또한 마찬가지다. 감염자가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종사자들까지 격리하는 조치는 노인요양병원처럼 고위험군 환자의 집단시설이 아닌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자유권 침해인 것이다. 하지만 시설 입소자는 가능하다는 듯이 정부는 사회복지시설 대응지침을 통해서 장애인거주시설을 비롯한 사회복지시설 입소자의 면회·외출·외박을 통제했다. 2020년 2월에 면회·외출·외박 ‘자제요청’을 시작으로 ‘제한’ 단계를 지나 3월에는 면회·외출·외박 ‘금지’ 단계로 강화했다. 작년 2월부터 전국의 집단시설 거주인들에게만 예방적 코호트 조치가 시행된 것이다.

서울 노원구 소재 장애인시설의 거주인 김아무개 씨도 지난 2주간 차별적인 코호트 격리를 경험했다. 작년 12월 21일 시설 종사자들 정기 검진에서 3층 생활실의 직원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음날 보건소에 의해 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 전수 검사가 이뤄졌고, 다행히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복지부 지침과 달리 직원 확진자가 나온 3층만 코호트 격리되고, 2층 생활실의 직원들은 이전처럼 3교대 근무 출퇴근을 했다. 그러나 2층 생활실의 거주인들은 코호트 격리되어 2인실 방 밖으로 출입조차 통제되었다. 화장실을 가거나 2명씩 제한해 거실에서 배식받는 것 외에는 거실 왕래도 금지된 채 2주 동안 방 안에 격리된 생활을 해야 했다. 지체장애인인 김 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이 시설에서 외출·외박·면회가 자유로웠다. 그러다 작년 4월부터 운동장에만 나갈 수 있고, 병원 외 외출·외박은 금지되었다. 방역 단계가 1단계로 내려갔을 때 경기도 외곽으로 소풍 간 것 외에는 모든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이 중단되었다. 그러다 2주간의 코호트 격리로 운동장에도 못 나가고 방안에 격리된 채 갑갑한 생활을 해야 했다. 시설 입소자의 외출·외박 금지에 대해 김 씨는 “다수를 위해 참아야 하는 부분”이라고 인식하면서도, 시설 안에서의 차별에 대해서는 화가 난다고 했다.

- 집단시설 거주 장애인들에게도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을!

작년 12월 25일 서울 송파구 소재 장애인거주시설 신아원에서 관계자 3명과 거주인 2명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 날 26일 신아원은 코호트 격리조치 됐다. 코호트 격리된 후 확진자와 비확진자 간 내부 감염이 증가해 1월 6일 현재 직원 포함 7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작년 청도 대남병원 코호트 격리조치에서 은폐된 내부감염이 최근 구치소, 요양병원, 장애인거주시설의 코호트 격리 속 집단감염으로 가시화된 것이다. 이와 함께 달라진 점도 있다. 코호트 격리는 답이 아니라는 목소리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7개 장애인권단체는 12월 29일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신아원 거주인의 ‘긴급 탈시설’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45개의 텐트를 설치해 신아원의 긴급 탈시설, 나아가 모든 서울시 거주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의 탈시설을 촉구하고, 이후 농성에 들어갔다.

6일,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거주시설의 외출·외박·면회를 금지한 대구시의 방역 대책에 항의하고 긴급 탈시설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대구장차연
6일,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거주시설의 외출·외박·면회를 금지한 대구시의 방역 대책에 항의하고 긴급 탈시설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대구장차연

감염자 발생 시설 코호트 격리에 대한 저항이 시설 입소자 외출·외박 금지조치에 대한 저항으로 확산되고 있다. 2021년 1월 6일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대구시청 앞에서 대구시의 사회복지시설 특별방역대책을 규탄하며 긴급 탈시설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월 4일 대구시는 ‘2021년 연초 특별방역대책’ 행정명령 고시를 발표하는 공문을 통해 5명 이상 사적 모임 금지와 함께 “사회복지시설(장애인거주시설)은 외출·외박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통보하여 시설 거주 장애인의 모든 지역사회 교류와 서비스 이용, 시설 밖 활동을 금지했다. 장애인거주시설의 외출·외박 금지조치는 특별한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작년 초부터 이어져 온 관성적인 조치다. 달라진 건 지금까지 관성적으로 이어온 방역대책을 중지해야 한다는 장애인들의 저항이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수나 탈시설장애인 자조모임 IL클럽 리더의 말처럼 “장애인시설에는 거주인이 한 방에 많게는 20명이 모여 산다. 같이 밥 먹고 같이 씻고 밀접 접촉하며 생활하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에 대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역사회에 대해서는 5인 이상 집합 금지 명령을 내리면서 집단시설 거주인에게는 나가지 말고 밀집생활을 유지하라는 모순된 명령에 장애인들은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시설 종사자들은 출퇴근하면서 외부의 바이러스를 전달하는데 시설 거주인들만 폐쇄된 집단생활을 계속하라는 것은 차별일 뿐 아니라, 노인요양병원이나 신아원처럼 집단감염의 위험을 증폭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조치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시가 의지가 있다면 지금 감염 위험이 높은 시설 거주 장애인들에게 방역당국이 스스로 권고하고 있는 1인 1실의 개인방과 독립된 화장실 등을 갖춘 지역사회의 공간을 제공하고, 시설 종사자 및 지역사회 추가 인력 배치를 통하여 지원인력을 확대 재편성함으로써 [긴급 탈시설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가능한 한 빠르게 흩어져야 장애인도 종사자도 모두 안전하게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6일, 대구시 사회복지시설 방역대책을 규탄하는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기자회견문 중에서)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에서 현대사회에서 재난의 위험은 차별적이라고 말했다. ‘5인 이상 집합금지, 집단시설 코호트 격리’라는 모순적이고 차별적인 방역대책에 저항하면서 장애인들은 이제 ‘위험은 차별적’일 뿐 아니라 “차별이 위험을 키운다.”고 말한다. 장애인들의 말이 사회 전체로 울려 퍼져야 한다. 차별이 위험을 키운다. 평등의 증대가 위험을 감소시킨다. 평등이 대안이다.

* 필자 소개 _ 박정수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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