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지나도 ‘코호트 격리’가 유일한 장애인거주시설 예방책?
집단거주시설 구조적 문제는 방관… 장애계 “사실상 공식적 감금”
“정책 수정이 아닌 ‘긴급 탈시설’ 이행해야” 대구시에 촉구

6일 오전 11시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대구장차연)는 대구시청 앞에서 대구시에 긴급 탈시설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공 대구장차연
6일 오전 11시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대구장차연)는 대구시청 앞에서 대구시에 긴급 탈시설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공 대구장차연

대구시가 연초 특별방역대책으로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한 외출·외박·면회을 금지하자, 장애계가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감금을 멈추고 긴급 탈시설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6일 오전 11시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대구장차연)는 대구시청 앞에서 대구시에 긴급 탈시설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구시는 지난 4일, 공문을 통해 사회복지법인 및 장애인단체에 ‘2021년 연초 특별방역대책’ 행정명령 고시를 적용한 ‘5명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안내와 함께 ‘사회복지시설(장애인거주시설)은 외출·외박 원칙적 금지 및 비접촉면회만 허용’한다고 통보했다. 

이처럼 대구시가 시설 거주 장애인의 모든 지역사회 교류와 서비스 이용 및 시설 밖 활동을 금지시키자, 대구장차연은 “대구시의 금번 조치는 2020년 연초부터 정부 및 지자체 방역당국이 집단수용시설인 장애인거주시설에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들의 방역에 취해온 유일하다시피 한 조치의 연장이자 재탕”이라며, “집단감염에 취약한 구조적 원인은 해결하지 않은 채 장애인의 외출, 외박, 면회라는 최소한의 기본권을 매우 자연스럽게 침해하는 차별행위이자 사실상 공식적인 감금”이라고 질타했다. 

지난 4일 대구시가 사회복지법인 및 장애인단체 등에 보낸 공문. "사회복지시설(장애인거주시설)은 외출·외박 원칙적 금지 및 비접촉면회(영상면회 등)만 허용되므로, 구군에서는 소관 시설에서 종사자(사회복무요원 포함) 관리 철저 및 조치사항을 준수하도록 안내 및 지도점검을 철저히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있다. 자료제공 대구장차연
지난 4일 대구시가 사회복지법인 및 장애인단체 등에 보낸 공문. "사회복지시설(장애인거주시설)은 외출·외박 원칙적 금지 및 비접촉면회(영상면회 등)만 허용되므로, 구군에서는 소관 시설에서 종사자(사회복무요원 포함) 관리 철저 및 조치사항을 준수하도록 안내 및 지도점검을 철저히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있다. 자료제공 대구장차연

따라서 장애계는 집단감염에 취약한 좁은 시설에서 하루빨리 나올 수 있는 ‘긴급 탈시설’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긴급 탈시설(Emergency Deinstitutionalisation)이란 한국이 2008년 비준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근거로 삼아,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가 2020년 8월 워킹그룹을 통해 각국에 권고하는 조치이다. 즉, 집단 감염과 인권침해의 우려가 높은 시설 거주 장애인에게 즉각적인 탈시설 조치를 취함으로써 ‘단기간 시설 밖에서’ 우선 살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물적, 인적자원을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박명애 대구장차연 상임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시에 긴급 탈시설을 촉구했다. 박 상임대표는 “대구시는 신천지 이후 코로나19가 유행할 때, 청도대남병원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을 때 어떻게 대처했나. 그때도, 지금도 시설 안에 있는 사람들을 못 나가게 코호트 격리를 한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죽어도 괜찮은 사람들인가?”라며 “시설에 있는 사람들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결정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루빨리 탈시설을 시행해라”라고 외쳤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UNOHCHR)가 작년 4월 29일에 내놓은 ‘장애인 권리와 코로나19’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에 영향을 받은 나라에서 장애인거주시설을 포함해 요양시설(Nursing Home) 사망자 비율은 전체 사망자 중 42%~57%에 달했다. 이에 대해 전은애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회장은 “보고서의 사망자 숫자가 말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시설 속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는 명백한 숫자가 있는데 대구시는 이 죽음을 외면하는 것인가”라며 “대구시의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니 정책을 수정해서 발표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건 수정이 아니라, ‘긴급 탈시설’이다”라며 긴급 탈시설을 촉구했다. 

현재 장애인거주시설에 있는 사람들은 외출외박 금지로 인해 코앞의 편의점도 갈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밀폐된 좁은 공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어 거리두기는커녕 코로나19에 더욱 위험한 상황이다. 시설에서 살다 나온 이수나 탈시설장애인 자조모임 IL클럽 리더는 “시설 안에는 각 방이 있는 게 아니라 한 방에 20명 가까이 함께 산다. 현재 코로나19 조치로 거리두기를 한다고 하지만, 시설 안에서는 거리를 둘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시설 종사자는 출퇴근하고 있다. 시설 안에서는 선택권이 없다. 지금 긴급 탈시설을 해야 한다”라고 절박하게 호소했다. 

한편, 대구장차연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대구시 장애인복지과 관계자에게 긴급 탈시설 요구안을 제출하며 대구시장 면담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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