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원 농성장서 원주귀래사랑의집‧인천해바라기 희생자 추모제 거행
탈시설당사자 증언 “끝내 살아서 탈시설 세상 만들겠다”
장애인거주시설에 갇혀 살다 사망한 이들을 위한 합동추모제가 열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등 5개 장애인권단체는 27일 오후 4시,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추모제를 열고 원주귀래사랑의집, 인천해바라기시설에서 거주하다 사망한 이들을 추모했다.
원주귀래사랑의집 사건은 2012년에 세상에 알려졌다. 장 아무개 씨는 불법 미신고시설을 운영하며 장애인 21명을 자신의 친자로 등록하고 기초생활수급비, 후원금 등을 착복했다.
그러나 당시 사건이 드러났을 때 시설에는 장애인 네 명밖에 없었으며, 친자로 등록되어 있던 고 이광동·장성희 씨는 사망신고가 되지 않고 장례식도 치러지지 않은 채 병원 영안실에 10여 년간 방치돼 있었다. 또한 원주귀래사랑의집에서 발견된 고 장성아 씨는 구출 직후 직장암 말기인 것이 확인되어 지역사회에서 살기 시작한 지 반년만에 사망했다. 장 씨는 사체유기 등으로 3년 6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재는 만기 출소한 상태다.
2014년 12월 25일, 인천해바라기에 거주하던 이 아무개 씨가 의식불명의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온몸에 피멍이 가득했던 이 씨는 약 한 달 만에 사망했다.
이후 CCTV를 통해 인천해바라기 거주인에 대한 폭행이 빈번하게 일어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씨가 병원으로 이송되기 두 달 전, 고 나범호 씨가 생활교사의 폭력으로 사망했다는 게 밝혀지기도 했다. 생활교사에 대한 재판은 진행됐지만 이 씨의 의문사 진상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 “탈시설이 장애인 복지의 시작”
임수철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인천장차연) 공동대표는 인천해바라기에서 병원으로 이송된 이 씨를 떠올리며 추모발언을 시작했다. 임 공동대표는 “2014년 크리스마스였다. 모두가 축복을 나누는 따뜻한 날에 떨리는 목소리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이 씨의 부모였다. 이 씨가 맞아서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있다고 했다. 엄청난 충격과 슬픔이 몰려왔다”고 말했다.
임 공동대표는 “인천장차연은 즉시 대책위를 구성하고 피해자 지원과 문제해결에 나섰지만 그 과정에서 인천시와 시설 가해자는 파렴치한 모습만 보여줬다. 결국 35일 투병 끝에 이 씨는 사망했다. 잊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죽게 두지 않을 것이다. 이 땅에서 다시는 시설이란 이름의 가식이 없도록 같이 투쟁해 나가자”라고 덧붙였다.
김진석 탈시설장애인당 서울시장 후보는 2015년 3월에 탈시설해서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탈시설장애인이다. 김 후보는 시설에서 살 때 같은 방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친구가 갑자기 죽는 걸 보고 허탈함과 우울함을 느꼈다. ‘나도 언젠가는 시설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겠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김 후보는 “영정 앞에서 다시 다짐한다. 살아서, 또 살아서, 끝끝내 살아내서 전국에 존재하는 장애인거주시설을 모두 폐쇄하겠다고,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시설에서 죽임을 당하고 존재조차 없는 사람이 되게 하지 않겠다고, 지금 시설에 있는 모든 사람이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삶을 누릴 수 있게 ‘탈시설 세상’을 만들겠다”라고 다짐했다.
시설폭력으로 사망한 피해자를 기리는 추모제가 열린 광화문 해치마당에는 신아재활원 긴급탈시설 이행을 촉구하는 천막농성장이 세워져 있다. 27일을 기준으로 29일째 농성 중이다.
사회복지법인 신아원 내 장애인거주시설 신아재활원(아래 신아원)은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일어난 대형 장애인거주시설이다. 집단감염 이후 거주인은 전원 분산조치 됐으나, 서울시는 탈시설지원 약속을 파기하고 거주인들은 시설을 떠난 지 사흘 만에 재입소했다.
이원교 우동민열사추모사업회 회장은 신아원 투쟁을 이야기하며 탈시설이 장애인복지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천막농성한 지 한 달 정도 됐다. 이 농성장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영정사진이 있다. 정말 소중한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라져갔다. 이렇게 사람이 장애인이라고, 연고가 없다고 죽어가는데 정부와 서울시는 그간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진정한 장애인복지는 시설이 아니라 사회통합이다. 탈시설이 장애인복지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