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 공무원들 “이것이 무슨 학대냐?” 도리어 되물어

원주시, 여전히 행정적 문제 앞세워 적극 나서지 않아

원주시 '하나님의 복지법인 사랑의집'

사라진 15명은 어디에?

이것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범죄다. 국가가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 이들의 마땅한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방기해 일어난 명백한 범죄다.

원주에는 '하나님의 복지법인 사랑의집'이라는 장애인 시설이 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이는 장아무개 '목사'다. 정식 목사도 아니고 장애인을 '목'숨바쳐 '사'랑해서 목사란다. '사랑의 집'에는 4명의 지적장애인이 장 씨 부부와 함께 살고 있다. 4명은 장 씨의 ‘친자’로 등록되어 있다.

그런데 애초 21명의 장애인이 장 씨의 친자로 등록되어 있었고, 그 중 2명이 10년, 12년 전에 죽어 병원 냉동고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이 지난 6월 8일 SBS 궁금한 이야기Y 방송을 통해 알려진다. 

병원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사망 당시 한 명은 극심한 기아 상태로 장이 꼬여 있었다. 그러나 장 씨는 ‘의료과실’이라고 주장하며, 6년째 소송 중이라고 밝혔다. 장 씨는 두 자녀의 사망 신고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두 사람의 수급비가 장 씨 앞으로 지급됐다.

그뿐만 아니다. 현재 장 씨와 함께 사는 장애인 중 한 명은 세 명의 이름으로 주민등록이 되어 있다. 또 다른 장애인은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나 주민등록상으로는 남성으로 등록돼 있었다. 따라서 21명 중 실제 존재가 확인된 이는 현재 6명뿐이다.

나머지 15명은 어디로 간 걸까. 장 씨가 아이들과 찍었다고 내민 증거사진은 합성임이 드러났다. 상황이 이쯤 되니 15명이 실제 존재했던 인물인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든다. 그럼에도 작년까지 21명 몫의 수급비가 장 씨에게 지급됐다.

▲지난 6월 20일, 수십 년 전 장 씨에게 자식을 보냈다는 가족들이 장 씨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책임을 숨기는 공무원들

원주시 깊은 산 속에 있는 사랑의집 정문은 철문으로 가로막혀 있다. 그 철문엔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걸려 있다.

지난 6월 20일, 수십 년 전 자신의 아이를 장 씨에게 보냈다고 밝힌 가족들이 잠긴 철문을 세차게 흔들며 장 씨 이름을 불렀지만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가족들은 장 씨 집 앞으로 출동한 원주시 공무원과 경찰, 형사들에게 안에 사람들이 안전하게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애인인권단체 활동가들도 “장 씨와 함께 사는 장애인들이 인권침해, 감금, 방임 등 가정폭력에 노출돼 있으니 이에 따른 보호조치를 해달라”라고 요구했지만, 지자체 공무원과 경찰 중에서 누구도 선뜻 나서길 거부했다. 그들은 “이곳은 시설이 아니라 가정집이기에 압수수색 영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렇다, 장애인 21명을 ‘친자’로 등록한 이곳은 법적으로 장애인시설이 아니라 ‘가정집’이었다. 그러나 가정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을 보면 가정폭력 범죄를 알게 된 이는 누구든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고, 신고받은 경찰은 피해자를 분리조치 해야 한다.

장애인인권단체 측 또한 장애인들이 장 씨의 친자로 등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 가정폭력으로 신고했으나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따른 절차적 수사만을 할 수 있다고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그러나 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기다릴 여유는 없었다. 이 안에서 벌어지고 있을 인권침해의 모습이 너무 선명히 그려졌다. 충분한 합리적 의심이 가능했다.

공무원들은 '절차'만을 앞세우며 자신들의 책임은 그 뒤로 숨겼다. 공무원들과 경찰, 형사들은 도리어 “이것이 무슨 학대냐?”라고 되물었다. 그들은 “비장애인을 이렇게 하는 건 감금이지만, 장애인들을 이렇게 하는 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어느 경찰은 “장애인들은 비정상인이라서 이렇게 해놓은 거다”라는 장 씨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6월 20일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 장 씨 집 앞에서 유가족들이 미온적 태도로 나서는 경찰에게 항의하고 있다.

‘통제당하는 인권’이란 가능한가

그렇게 이야기는 굳게 닫힌 철문 앞에서 공전될 뿐, 좀처럼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공무원은 경찰에게, 경찰은 형사에게 책임을 전가했고, 마지막 공을 넘겨받은 형사는 “살아만 있으면 되지 않느냐”라고 답했다. 7월 9일 현재, 여전히 장 씨에 대한 영장이 나왔다는 소식은 없다. 경찰의 말을 믿고 기다렸다면 지금 오늘날까지도 4명의 장애인은 그 철문 안에 갇혀 있을 터였다.

탈시설정책위원회 한 관계자는 “이 사건은 사회복지서비스가 권리가 아닌 시혜, 은혜라는 관점으로 집행될 때 어떤 문제점을 발생시키는지 보여주는 아주 극단적인 예”라면서 “그래서 사회복지서비스가 권리로 보장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사회복지서비스가 시혜와 은혜가 아닌, 권리로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서비스를 받는 대상, 즉 장애인도 보편적인 권리가 있는 '인간'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자체 공무원들과 경찰들은 장애인이 이러한 감금 상황에 처해있는 걸 끔찍이도 ‘이해’하고 있었다. 그들은 생활인들이 ‘통제’당하는 걸 당연히 여기는 듯했다. 그 안에서 장애인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은 머나먼 이야기였고, 차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영역처럼 보였다.

사랑의집 안에 있는 장애인에게 인권이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통제당하는 인권’이란 가능한가. 인권은 보호되는 것이 아니라 보장받는 것인데, 지금 철문 속 장애인들의 인권은 ‘보장’받고 있는가. ‘보장받아야 하는 인권’이 침해당했을 때에 비로소 보호도 이뤄질 수 있다.

즉, 인권은 보장받는 것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뒤에야, 인권에 대한 보호도 이뤄질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눈앞 상황은 어떠한가. 철창 속 저들의 인권은 안녕한가. 이 닫힌 철문에 걸린 자물쇠의 열쇠는 누구 손에 쥐어져 있는가?

▲가족들은 '사랑의 집' 벽면에 걸려 있는 사진을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움막 같은 '하나님의 복지법인 사랑의집'

이튿날 아침, 가족들과 장애인단체 활동가, 원주시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원주시의 미온적 태도를 규탄하며,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그들은 직접 철문을 절단하고 정문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 상황은 역시나 참혹했다. 남녀 구분 없이 빡빡 민 머리, 낡은 옷, 팔에 새겨진 이름과 전화번호 문신, 그리고 온몸에는 오래되고 지속적인 상처가 새겨져 있었다.

장애인 4명이 살았던 움막 같은 집 입구에는 ‘하나님의 복지법인 사랑의집’이라는 큰 간판이 걸려 있다. 방 한쪽 벽면에는 ‘사랑의 집’을 나타내는 마크가 크게 설치돼 있고, 나머지 벽면에는 장 씨와 그의 장애인 자녀가 함께 찍었다는 사진들이 보란 듯이 전시돼 있었다.

가족들은 떨리는 마음으로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유심히 살핀다. 25년, 30년 전, 너무 살기 어려워 자신의 품에서 떠나보내야 했던 어린 자녀를 사진 속에서 찾는다. 그때는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방송에서 부모도 버린 어린 장애인 아이들을 주워 다가 자기 자식처럼 키우는 ‘천사 아버지’라며 장 씨를 소개하기에, 그저 그 말만 믿고 보냈다. 그런데 지금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다. 또는 12년째 병원 냉동고에 방치돼 있다.

그들이 사는 집은 ‘움막’에 가까웠다. 벽면은 군데군데 뜯겨 있고 집 전체에서는 진한 악취가 진동했다. 언제 퍼다 놨는지 알 수 없는 밥찌꺼기가 담긴 밥그릇이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방은 두 개로, 한 방에는 잡동사니가 들어 있었고, 다른 한 방은 텅 비어 있었다. 텅 빈 공간은 2층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용처가 불분명해 보였다.

공간을 살펴본 한 활동가는 “방문들이 안쪽이 아닌 바깥쪽으로 잠기게 되어 있다”라며 “이런 공간은 체벌방으로 쓰였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밝혔다. 전체 공간은 성인 4명이 쓰기엔 비좁아 보였다. 이곳에서 여성 2명, 남성 2명이 서로 섞여 살았다고 한다.

▲21일 늦은 6시가 되어서야 장씨와 장애인 4명은 분리조치 됐다.

분리조치 됐으나 남은 과제가 더 많아

우여곡절 끝에 원주경찰서에서 장 씨와 장애인 4명은 분리조치 됐다. 그리고 수십 년 전 장 씨에게 어린 자식들을 보냈던 가족들과 장 씨와의 면담이 이뤄졌다. 

유전자 검사 결과 친자임이 확인되면 장례를 치러주겠다고 말하던 장 씨는 유가족 측이 친자 확인 유전자 증명서를 내밀자 “전부 다 엉터리 서류고, 가짜니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찢겠다”라며 증명서를 찢어버렸다.  

30년 전 장 씨에게 자식을 보냈다고 밝힌 한 가족은 “아이의 개명한 이름이 무엇이고, 죽었으면 죽었다고, 살았으면 살아 있다는 증거를 보여달라”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장 씨는 “개명된 이름은 지금 생각 안 난다”라고 답했다. 그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 21명의 자녀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장애인 4명은 장 씨와 분리조치 됐으나 남은 과제가 더 많다. 여전히 장애인 21명이 장 씨의 친자로 등록되어 있다. 친자 등록 무효 소송을 내 파양해야 한다. 파양하지 않는다면, 장 씨와 21명의 장애인은 가족관계로 남아 있게 된다.

이것이 ‘가족’인가? 장 씨의 사랑의 집이 가정집인가? 장애인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이 시설을 두고 하나같이 입을 모아 ‘전형적인 미인가시설의 형태’라고 말한다. 

▲장 씨와의 면담 중, 유가족들이 장 씨에게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유가족들은 장례를 치르기 위해 소송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유가족 측은 “(병원에 10년째 방치된) 다른 한 분도 같이 장례가 이뤄졌으면 하는데 우리만 먼저 하는 것도 가슴 아프다”라고 전했다. 병원에 10년째 방치된 시신의 부모가 계속 장 씨로 남는다면, 그는 또 얼마의 시간을 냉동고에 갇혀 있어야 할지 알 수 없다.  
 
지난 6월 29일 14개 원주시민사회단체가 사랑의집 사건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아래 사랑의집대책위)를 꾸리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 자리에서 대책위는 미온적 태도로 수사에 임하고 있는 원주시를 규탄하며 적극적인 사건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장 씨 집 안의 장애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호적에는 21명의 이름이 올라와 있으나 2명은 10년, 12년 전에 죽고 4명만이 장 씨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살아 있는 4명의 신원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사람이 눈앞에 살아 있으나 그 사람의 진짜 이름이 무엇인지 장 씨도, 본인도, 아무도 모른다. 사람의 역사를 알 수가 없다. 이름 하나를 여러 사람이 썼다. ㄱ이란 이름을 쓴 사람이 사라지면 다른 사람이 ㄱ의 이름을 썼다.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이름으로 호적에 등록돼 있기도 하다.

사회복지서비스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국가와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몫이다. 그러나 30여 년 전 사회는 그것을 개인의 몫으로 돌렸다. 장애인 21명을 한 개인이 ‘돌본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으나, 당시 사회는 그러한 장 씨를 ‘천사아버지’로 소개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떠한가. 그 참혹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많이 늦었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더 늦기 전에 부디, 원주시는 ‘합리적 의심’을 통해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지난 6월 20일 늦은 밤, 원주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들도 연대해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6월 21일 오전 '사랑의집' 앞에서 원주시 시민단체와 장애인인권단체, 가족들이 원주시와 장 씨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철창에 가둬놓고 보호가 웬 말이냐!"

▲가족들이 피켓을 들고 장 씨 집으로 향하고 있다.

▲'사랑의집' 내부 모습. 벽면에 장 씨가 장애인 자녀들과 찍은 사진들이 걸려 있다.

▲'사랑의집' 공간을 살펴본 장애인인권단체 활동가는 “방문들이 안쪽이 아닌 바깥쪽으로 잠기게 되어 있다”라며 “이런 공간은 체벌방으로 쓰였을 확률도 있다”라고 밝혔다

▲장 씨가 거주하는 3층 집. 장애인 4명이 거주하는 '사랑의 집'은 사진 왼편 검은 차광막이 덮여 있는 움막 같은 곳이다.

▲장 씨 집 앞 계단에 있는 개. 상처인지, 살덩어리인지 알 수 없는 것이 허리에 달려 있다.

▲장 씨 집 마당에 있는 돌무덤. 장 씨는 SBS 궁금한 이야기Y에서 이 돌무덤이 개 무덤을 만들어준 감사의 표시로 사료공장 측이 세워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SBS 취재진 측이 사료공장에 문의한 결과 사료공장은 '그런 적이 없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장 씨 집 마당에는 이러한 돌무덤이 여러 개 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수십 개의 돌에 구멍을 뚫어 나무에 매달아 놨다.  

▲장애인 4명 중 한 명의 팔에는 인적사항과 함께 '장애인'이란 글씨가 문신으로 새겨 있다.

▲원주경찰서에서 장 씨를 만난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그러나 사건의 진척은 여전히 더디다. 지난 6일에 진행된 원주시와의 면담에서 사랑의집대책위는 ‘피해 장애인 4명의 지속적인 지원 및 안전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라'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원주시는 여전히 ’행정적 문제‘를 이유로 오는 13일에 답변을 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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