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어린이집 교사 전원 아동학대 가담… 원장·교사 7명 입건
전체 원생 19명 중 10명 학대피해… 장애아동은 2명 ‘트라우마 시달려’
서구청, 피해자 지원 지지부진하다 기자회견 이후 “피해가족 요구 적극 수용”

인천시 서구 국공립어린이집 학대사건 피해가족과 시민사회단체가 서구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파란색 현수막에 '인천 서구 어린이집 아동학대사건! 무책임한 서구청을 규탄한다!'고 적혀있다. 사진 인천장애인차별철페연대
인천시 서구 국공립어린이집 학대사건 피해가족과 시민사회단체가 서구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파란색 현수막에 '인천 서구 어린이집 아동학대사건! 무책임한 서구청을 규탄한다!'고 적혀있다. 사진 인천장애인차별철페연대

인천시 서구 가좌동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 6명 전원이 자폐성장애아동을 포함한 원생 10명을 학대해 입건된 가운데, 관할구청인 인천 서구청의 지지부진한 지원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인천장차연) 등 4개 시민사회단체는 8일 오전 11시, 인천 서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구청의 책임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직후 열린 면담에서 서구청은 피해가족 측의 요구를 모두 수용했다.

- 두 달간 확인된 학대 건수만 268건… 보육교사 6명‧원장 전원 입건

인천 서구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알려진 건 지난 1월이다. 한 학부모 신고로 경찰이 CCTV를 확인한 후 전수조사를 시작했다. 인천 서부경찰서 수사에 따르면 작년 11월부터 12월까지 두 달간 확인된 학대 건수는 268건이다.

한 피해아동의 가족은 기자회견에서 “우리 아이는 5살 때 민간어린이집을 다니다 장애가 있다는 걸 인지하고 나서 특수교사가 있는 국공립어린이집에 보냈다. 국공립이라 아이를 잘 돌볼 것이라 믿었던 게 잘못이다. 교사는 아이를 때리고, 밀치고, 낮잠을 안 잔다고 눈에 플래시 불빛을 비추기도 했다. 아이들은 훈육을 빙자한 고문과 같은 학대에 노출됐다”고 성토했다.

장애아동의 또 다른 가족은 “교사가 아이 얼굴을 때렸다. 낮잠을 안 잔다고 아이 머리채를 잡고 발로 걷어찼다. 아이는 트라우마가 심해져서 엄마와의 신체접촉도 거부하고 손바닥을 바닥에 내리치는 자해를 하는가 하면 코피를 20~30분씩 쏟기도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학대피해를 입은 아동은 전체 원생 19명 중 10명이고 이 중 장애아동은 2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지난달 20일, 보육교사 6명 전원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이후 원장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인천 서구 어린이집 학대사건 보도화면. 보육교사가 아동을 학대하는 CCTV 화면이 나오고 있다. 좌측 상단에 '머리 잡아채고 물 뿌리고'라고 적혀있다. 하단 자막에는 '분무기로 물 뿌리거나 베개로 내려치기도'라고 쓰여있다. 사진 YTN 뉴스 갈무리
인천 서구 어린이집 학대사건 보도화면. 보육교사가 아동을 학대하는 CCTV 화면이 나오고 있다. 좌측 상단에 '머리 잡아채고 물 뿌리고'라고 적혀있다. 하단 자막에는 '분무기로 물 뿌리거나 베개로 내려치기도'라고 쓰여있다. 사진 YTN 뉴스 갈무리

- 몰랐다는 원장, 아직도 버젓이 출근… 서구청 “당장 출근 중지하겠다”

지난 1월 인천 서구청은 “원장과 보육교사를 즉각 원생과 분리하고 대체 인력을 투입해 긴급돌봄을 하고, 장애아동 보육을 위해 인근 어린이집에 장애아동 통합반을 신설해 전원조치하고 피해아동과 가족을 위한 심리치료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현 서구청장은 “아동학대 관련자에게는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등 엄정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구청의 계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현재 6명의 가해교사는 자격 정지된 후 출근하지 않고 있지만 원장은 사직한 후에도 여전히 출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장차연은 “원장은 전혀 알지 못했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지만 아동학대를 방조한 혐의자다. 학대증거를 인멸하거나 조작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데, 범죄 혐의자가 출근하는 것을 방조한 서구청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구청은 피해아동을 지원하면서 가족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았다. 인천장차연은 “서구청은 가족이 원하는 곳으로 어린이집을 옮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아니라 어린이집 한 곳을 지정해 그곳에 특수반을 개설한 다음 피해아동을 소몰이하듯 한곳에 몰아넣으며 전원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며 분노했다.

피해아동의 심리치료도 마찬가지다. 인천장차연은 “가족은 기존에 심리치료를 받던 곳에서 치료지원이 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서구청은 지정된 치료기관을 통해서만 지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장애아동 특성상 제대로 된 심리치료를 받으려면 장애 정도와 유형에 관한 전문성이 필요한데 이런 것을 고려하지 않아 피해자 지원은 부실해지고 말았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기자회견 직후 진행된 이재현 서구청장과의 면담에서 피해가족은 △책임자 엄중 징계 △아동학대 방조한 원장 출근 즉시 중단 △전원조치, 심리치료 등 피해자 지원 시 가족 의견 수렴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고, 이는 대부분 수용됐다.

장종인 인천장차연 사무국장은 “서구청이 피해가족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장 출근을 즉각 중지하고 전원조치와 심리치료 시에도 피해가족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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