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CU편의점 76%는 휠체어 이용자는 못 들어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하라’는 인권위 권고 무색
장애인 접근성 확보 안 한 기업 규탄… 첫 번째로 CU 편의점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BGF리테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수막에는 'BGF리테일 CU편의점은 휠체어 사용자의 접근권을 보장하라! CU편의점 장애인 접근성 확보 촉구 기자회견'이라고 적혀있다. 사진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구시 대부분의 CU편의점에 경사로가 설치되지 않아 휠체어 이용자가 진입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사람센터)는 5일 오전 11시, 대구시 동구 BGF리테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 CU편의점 110곳 중 84곳(약 76%)에 턱, 계단 등이 있어 휠체어 이용자가 들어갈 수 없다고 발표했다. BGF리테일은 CU편의점 운영사업자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장애인 활동가가 '나도 손님이 되고싶다'라는 피켓을 들고있다. 사진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기자회견에 참가한 장애인 활동가가 '나도 손님이 되고싶다'라는 피켓을 들고있다. 사진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지성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편의점에는 일반적 물품 외에 상비약도 있다. 그만큼 시민에게 편의점의 중요도가 높아졌다. 차별받지 않고 물품을 구매할 수 있어야 하지만 장애인에겐 그렇지 않다”며 “지난 주말에 몸이 좋지 않아 편의점에서 약을 사야 했다. 주말엔 활동지원사가 계시지 않아 직접 약을 구매하려 했는데, 집 근처 편의점은 전부 휠체어 출입이 불가능했다. 24시간 약국은 거리가 너무 멀어서 포기했다”고 성토했다.

1997년에 제정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등편의법)’에서는 건축물에 경사로, 점자 표기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의무로 설치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 예외가 있다.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 별표 1에 따르면, 1998년 4월 11일 이전에 지어진 건물과 바닥 면적 300㎡(약 90평) 이하인 건물은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전체 생활편의시설 중 약 90%가 90평 이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금호 사람센터 이사장은 “장애인등편의법이 오히려 장애인을 차별하고 있다. 많은 상점이 이 법 때문에 장애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 이사장은 또 “기업은 최근 환경문제에 주력한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빨대도 종이로 바꾼다. 그런데 왜 장애인 차별 문제는 법적 한계가 있다는 핑계로 내버려 두나. 투쟁으로 법도 바꾸고 BGF리테일이 사람 존중하는 기업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활동가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근처 CU편의점으로 이동해 뿅망치로 출입문 앞턱을 내리치며 “나도 손님이 되고 싶다”, “장애인 접근성 확보하라”라고 외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람센터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함께 다음 주 중 BGF리테일 서울 본사와 면담을 추진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장애인 활동가가 '편의점에 들어가자'라는 피켓을 들고있다. 다른 활동가는 'BGF리테일 CU편의점은 장애인접근권 보장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사진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 활동가가 '편의점에 들어가자'라는 피켓을 들고있다. 다른 활동가는 'BGF리테일 CU편의점은 장애인접근권 보장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사진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한편, 이번 조사는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의 권고 이후 실시됐다. 인권위는 2018년 1월, “음식점·편의점 등의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 시설”이므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사람센터는 이 권고에 따라 2018년 한 해 동안 편의점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여부를 조사했다.

CU 편의점만 조사한 이유에 관해 안수빈 사람센터 활동가는 5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전국 편의점 중 CU가 제일 많아 대구시에서도 CU를 중점적으로 조사했다”며 “올해부터 실질적인 개선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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