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장애계, CU편의점 접근성 조사하니 ‘10곳 중 8곳은 출입 불가’
대구지사에 문의하니 ‘서울본사에서 해결 가능하다’ 답변 들어
장애계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가지고 평등한 공간 고민해야” 개선 요청

17일 오전 11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CU편의점 본사인 강남구 BGF리테일 앞에서 장애인 접근성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수막에는 “BGF리테일은 CU편의점의 장애인 접근성을 보장하라. CU편의점 장애인 접근성 보장 촉구 기자회견”이라고 써있다. 뒤로 BGF 간판이 보인다. 사진 강혜민
17일 오전 11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CU편의점 본사인 강남구 BGF리테일 앞에서 장애인 접근성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수막에는 “BGF리테일은 CU편의점의 장애인 접근성을 보장하라. CU편의점 장애인 접근성 보장 촉구 기자회견”이라고 써있다. 뒤로 BGF 간판이 보인다. 사진 강혜민

편의점 업계 1위 ‘CU편의점’. 휠체어 탄 장애인도 과연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 정답은 ‘없다.’ CU편의점 운영사업자인 BGF리테일에 장애인들이 찾아간 이유다.

17일 오전 11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등은 CU편의점 본사인 강남구 BGF리테일 앞에서 장애인 접근성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재 전국에는 4만 3,000개(2019년 기준)가 넘는 편의점이 있지만 장애인들은 자유롭게 이용할 수가 없다. 이에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대구사람센터)는 대구지역 CU편의점 110곳에 대한 편의시설 조사를 진행했다. 대구사람센터는 장애인의 접근과 진입 가능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경사로 설치, 턱 제거 여부 등을 중심으로 출입구 상황을 파악했다. 그 결과, 110곳 중 겨우 26곳(23.6%)만이 출입 가능했으며 84곳은 턱이나 계단이 있음에도 경사로가 없어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은 들어갈 수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광역시에서조차 편의점 10개 중 8곳은 ‘휠체어 이용 장애인 출입 불가’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사람센터는 BGF리테일 CU대구지사와 지난 2월 4일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요구에 관한 면담을 하였으나, ‘CU대구지사는 건물주와 가맹점주에게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며 신규지점에 대해서도 편의시설 설치 요구를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아울러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은 서울에 있는 본사에 있다’는 답을 들었다며 서울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게 된 배경을 알렸다.

대구사람센터에서 조사한 대구지역 CU편의점 접근성.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CU남평리점, CU달구벌두류점, CU대구월배역점. 입구 앞에 계단이 있어 휠체어 탄 사람은 출입조차 할 수 없다. 사진 대구사람센터
대구사람센터에서 조사한 대구지역 CU편의점 접근성.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CU남평리점, CU달구벌두류점, CU대구월배역점. 입구 앞에 계단이 있어 휠체어 탄 사람은 출입조차 할 수 없다. 사진 대구사람센터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장애인 접근이 불가능한 편의점에 대한 장애인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상우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활동가는 “예전에 음료수를 사려가려고 CU편의점에 들렸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니 계단이 있었다. 결국 활동지원사만 들어가서 사 왔는데 내 손으로 물건 하나 못사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대형편의점에는 경사로가 있지만 우리집 근처 편의점들은 평수도 적고 계단이 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개선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태규 강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또한 “강동지역에도 수백 곳의 편의점이 있으나 대부분 계단이 있어서 접근조차 어렵다. 편의시설 설치를 요구하면 건물이 오래됐다, 예산이 없다는 등의 핑계를 대는데 이러한 핑계가 이제 너무 식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라면서 “적게는 한 개의 계단, 많게는 세 개의 계단이 있는데 과거에는 홍수로 점포 내 빗물이 넘칠 수 있어 단차를 높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배수구도 좋아져서 그럴 염려는 거의 없다”며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장애인 편의시설의 현실을 지적했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별표1에 따르면 바닥면적을 기준으로 300㎡ 미만의 공중이용시설에는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일률적으로 면제하고 있다. 상당수 소규모 편의점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는 이유다.

나동환 변호사가 “24시간 편의점, 장애인에게는 24시간 접근금지”라고 적힌 손피켓을 든 채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강혜민
나동환 변호사가 “24시간 편의점, 장애인에게는 24시간 접근금지”라고 적힌 손피켓을 든 채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강혜민

그러나 생활시설편의공대위에서 활동하는 나동환 장추련 변호사는 “(이러한 이유로 BGF리테일이 우리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것은) ‘장애인등편의법’의 취지를 몰각하는 행위이자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상황 자체가 “장애인 당사자들의 편의점 접근 자체를 가로막음으로써 재화·용역 등을 이용하여 이익을 얻을 기회를 박탈하고, 시설물 접근·이용을 사실상 제한·배제하는 차별행위”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2008년 국회에서 비준·동의하여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장애인권리협약’ 위반이자,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평등의 원칙에도 위반된다”고도 꼬집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과도한 부담’이 있는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여 차별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나 변호사는 “턱 제거, 경사로 설치 비용은 한 해 수조 원의 매출을 자랑하는 BGF리테일에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기에 차별행위에 대한 정당한 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따라서 나 변호사는 “BGF리테일이 직영으로 운영하는 점포 중 도로점용허가 또는 임대인 동의가 필요한 점포의 현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후, 이를 받기 위한 노력과 시도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만약 휠체어 접근 설치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미국장애인법(ADA)처럼 직원 호출 등을 통한 물품 구입 등 대안적 서비스 제공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편의시설 설치의무가 없는 가맹점에도 이를 안내하면서 편의시설 설치 시에는 ‘가맹사업법’ 시행령에 따라 비용의 20%를 본사가 지원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휠체어 탄 사람이 “CU편의점, 장애인 이동권 보장하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뒤에는 BGF 건물임을 알리는 간판이 있다. 사진 강혜민
휠체어 탄 사람이 “CU편의점, 장애인 이동권 보장하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뒤에는 BGF 건물임을 알리는 간판이 있다. 사진 강혜민

김성연 장추련 사무국장은 “장애인등편의법이 만들어진 지 23년이 됐는데 여전히 장애인은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만 비칠 뿐, 스스로 소비생활에 참여할 수 없다”면서 “CU편의점은 최근 1~2년 사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데 장애인 접근이 되지 않는다면 장애인이 출입할 수 없는 가게만 늘어날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편의’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누구나 24시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BGF리테일이 기업의 확장세와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평등한 공간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기자회견 후, 참여자들은 BGF리테일 측에 면담요청서를 전달하면서 협의개선을 위한 서면답변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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