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네 아이 선생이라고 생각해 봐’ 입시 성적 조작 후 탈락시켜
과거에도 유사한 일 있었을 것… 장애계 분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중증장애인 입시성적을 조작한 진주교대와 이를 방관한 교육부를 규탄하며 14일 오전 10시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강혜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중증장애인 입시성적을 조작한 진주교대와 이를 방관한 교육부를 규탄하며 14일 오전 10시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강혜민 

국립교대인 진주교대가 중증장애를 이유로 장애학생의 입시 성적을 조작해 탈락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장애계는 이와 같은 사안이 과거에도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교육부에 전수조사 등을 요구하며 정부 대책 촉구에 나섰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등은 중증장애인 입시성적을 조작한 진주교대와 이를 방관한 교육부를 규탄하며 14일 오전 10시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장애인이 네 아이 선생이라고 생각해 봐’ 국립교대에서 일어난 일

지난 10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진주교대는 입시 전형 과정에서 중증장애를 이유로 학생의 성적을 의도적으로 조작했다. (관련 기사 : [단독]“국립교대, 중증장애 이유로 입시 성적조작”)

입학사정관 ㄱ 씨는 입학관리팀 팀장 박 아무개 씨에게 2018년 수시모집 특수교육대상자 전형 과정에서 시각장애1급 학생의 성적을 세 차례 이상 조작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이를 따를 수 없다고 거부하자 자신이 지켜보는 앞에서 점수를 바꾸게 했다고 밝혔다.

2017년에도 팀장은 ㄱ 씨가 면접관으로 참석한 면접에서 중증장애학생(시각장애 2급, 지체장애 2급)에게 낮은 점수를 주라는 압박을 했다. 경향신문은 당시 녹취록을 통해 팀장이 중증장애학생을 가리키면서 “날려야 한다”며 “내가 작은, 일반 대학이라면 신경도 안 쓰겠는데, 장애 2급이 네 아이 선생이라고 생각해봐. 제대로 되겠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중증장애인은) 학부모 상담도 안 될뿐더러 학급 관리도 안 된다. 그건 안 되지”라며 “기본적으로 이런 애들은 특수학교 교사가 돼야지. 왜 초등학교 교사가 되려고 그러겠어? 특수교사가 싫다는 거잖아. 자기도 장애인이면서”라고 장애인 비하를 일삼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추련 등은 “국립대학에서 점수조작까지 시도하며 장애인을 탈락시키려고 했다”면서 “수시모집 과정에서 점수나 평가과정 등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탈락 이유를 알지도 못한 채 많은 장애인이 비슷한 상황을 겪거나, 겪었을 수도 있을 거라는 사실에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11조에 따르면 시험 또는 평가과정에서 장애를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제까지 고용과정에서의 장애인 차별은 엄격하게 관리된 반면, 입시과정에서의 장애인 차별은 활발하게 논의되지 못했다. 그에 대해 장추련은 “사업주들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장애인을 판단하는 것과 달리 대학이라는 교육과정에서의 평가는 당연히 공정하게 이뤄지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라면서 “장애에 관한 편견을 가지고 대학 관문조차 통과하지 못하게 한다는 사실에 놀라움은 더욱 크다”고 밝혔다,

- 장애인은 교사가 될 수 없나? 장애계 분노

강민정 열린민주당 국회의원(국회 교육위원회)이 2020년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의하면, 사범대와 교대 입시 과정에서 장애학생들의 소외 현상은 심각하다. 특히 서울대와 인천대는 지난 3년간 1369명의 사범대학 학생을 모집하면서 장애 전형에서는 단 한 명도 선발하지 않았다. 서울사대의 경우, 장애학생 특별전형으로 매년 4명의 모집인원을 공고했지만 한 명도 등록하지 않았고, 인천사범대는 특별전형 자체가 없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 의원은 이러한 사실을 알리면서 “교대는 교육에 대한 기본철학과 목적을 가장 앞장서서 실천해야 할 교육기관이자 교사 양성 기관이다. 그런 곳에서 장애인 차별, 성적 조작을 통한 입시비리라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장애인이 존엄한 주체로 살 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강민정 열린민주당 국회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그 옆에 변재원 정책국장이 “국립교육대학 장애인 성적 조작 관련자 파면”이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강혜민 
강민정 열린민주당 국회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그 옆에 변재원 정책국장이 “국립교육대학 장애인 성적 조작 관련자 파면”이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강혜민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장애인 교육권이 침해당할 때 교사들의 교육권 또한 침해당했다. 이에 대해 문제제기하려고 했지만 교육부엔 해당 부서조차 없었다”면서 “교육부가 장애인교원에 대해 아예 생각을 못하고 있으니 당연히 법·제도적 지원도 없다”고 지적했다.

변 정책국장은 “학교 다닐 때 교사들이 모두 비장애인이다 보니 내 장애에 대해 말해도 ‘잡초처럼 열심히 살아라’는 이야기만 들었다. 나의 장애에 대해 공감해주는 선생님은 없었다”면서 “이처럼 점수 조작해서라도 떨어뜨리려고 하는데 어떻게 장애인 교사가 나올 수 있겠나”라고 질타했다.

그는 “장애인 두 명 중 한 명이 중학교 이하 학력을 갖고 살아간다. 나 또한 학교를 끝까지 다니지 못하고 검정고시를 봐야 했다. 학교에 엘리베이터가 없어서가 아니라, 나의 장애를 이해해줄 교육체계가 없었기에 그 공간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고질적 문제는 교육부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서 청와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김영희 장추련 대표 또한 “장애인 차별은 안 된다는 국민의 합의 속에 2008년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됐다. 그런 나라에서 장애인은 교사가 될 수 없다니, 국가가 책임져야 하지 않나”라면서 “장애인은 누구를 가르칠 수 없는 사람인가? 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와 답변을 바란다”고 외쳤다.

최초록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가 “국립교육대학 전수조사 즉각 실시”하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강혜민 
최초록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가 “국립교육대학 전수조사 즉각 실시”하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강혜민 

- 국립대에서 일어난 범죄 행위, 그러나 학교는 징계조차 안 해

최초록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명확한 범죄행위이자 장애인 차별 행위라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현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되었는데, 5년 이하의 징역에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중대한 범죄행위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도 장애를 이유로 입학거부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 또한 3년 이하의 징역에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있는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헌법에선 모두가 교육받을 권리가 있고 직업 선택의 기회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립대에서 장애인이 교사 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은 것은 헌법 위반”이라면서 “이는 국가가 장애인을 배제하고 차별한 일로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러한 사안의 중대함에도 학교 측은 재판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최 변호사는 “형사 절차와 징계 절차는 별개의 일이다. 현재 학교는 문제라고 생각조차 않으며 자정 작용도 없어, 관련자 징계조차 내리지 않고 있다”며 학교 당국을 질타했다.

최 변호사는 “기소했으니 끝이 아니다. 피해자는 아직 아무것도 회복되지 않았다”면서 “담당자들은 이게 차별이고 범죄행위라는 인식도 없이 저질렀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러한 일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부 차원의 전수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장애계는 △교육부 장관의 사과 △진주교대 총장 및 관련자 사퇴 △대학 내 장애인 평가절차 및 결과에 대한 전수조사 △재발방지 대책을 위한 관련 지침 및 가이드라인 수립 △대학 내 학생선발 관련자들에 대한 인권교육 실시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후, 참가자들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에 요구안을 전달했다.

한편,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도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입학거부를 위한 대학의 성적 조작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고 장애인 교원 진출을 위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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