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 뉴타운 인창C구역 재개발 중 강행된 철거
활동지원사 이 씨, 장애인 이용자 활동지원 했을 뿐인데…
구리경찰서에 집회 신고서 제출하러 갔다가 긴급체포 후 구속
활동지원 이해 없는 구리경찰서 “다른 사람 구해라”

구리인창C구역 재개발 사업에 맞서 투쟁하던 중증장애철거민의 활동지원사 이 아무개 씨가 지난달 29일 구속됐다. 뇌병변 중증장애철거민인 조상지 씨는 활동지원사 없이 4일째(1일 기준) 철거현장에 방치돼 호흡곤란 등 불안정한 상태에 있지만 구리경찰서는 활동지원사를 석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성일장 여관 건물. 옥상에는 조상지 씨와 이해옥 씨를 포함해 네 명의 철거민이 고립돼 있다. 사진 하민지
성일장 여관 건물 뒤에 장미가 활짝 피었다. 이해옥 씨가 건물 뒤뜰에 심은 장미다. 건물에는 빨간색 글씨로 '강제철거 살인철거 투쟁'이라 적혀 있다. 건물 앞으로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다. 사진 하민지

- 15년 운영한 여관 옥상에 고립된 중증장애철거민

중증장애철거민 조상지 씨(44)의 어머니 이해옥 씨(60)는 구리시 인창C구역에서 ‘성일장’이라는 여관을 15년간 운영했다. 장애가 있는 조 씨를 양육할 수 없다는 남편과 이혼한 후 혼자서 조 씨를 돌보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관운영을 선택했다. 식당, 공사장 등 여러 일터를 전전하며 모은 돈으로 마련한 여관이다.

노들장애인야학 학생인 조 씨는 3년 전부터 어머니 집에서 나와 서울에서 따로 살고 있다. 서울에 있는 노들장애인야학에서 공부하고 장애인 인권 운동도 하기 위해서다. 지난해부터는 서울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에 재직해 노동자가 됐다.

이처럼 그가 활발한 사회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고 가족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덕분이었다. 그로 인해 어머니 이 씨 또한 여관 운영에 집중할 수 있었다.

지난 겨울, 이해옥 씨(제일 왼쪽)와 조상지 씨(제일 오른쪽)가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조 씨 뒤에는 구속된 활동지원사 이 씨가 서 있다. 피켓에는 ‘인창C구역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 살인철거 즉각 철회하라’, ‘1. 선대책 후철거 순환식 개발 시행하라 2. 엄동설한 강제철거 철거민들 다 죽인다 3. 철거민도 구리시민이다 구리시민 보호해라 4. 피땀 흘려 이룬 삶의 터전 목숨으로 지켜내자’라고 적혀 있다. 사진 빈곤사회연대
지난 겨울, 이해옥 씨(제일 왼쪽)와 조상지 씨(제일 오른쪽)가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조 씨 뒤에는 구속된 활동지원사 이 씨가 서 있다. 피켓에는 ‘인창C구역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 살인철거 즉각 철회하라’, ‘1. 선대책 후철거 순환식 개발 시행하라 2. 엄동설한 강제철거 철거민들 다 죽인다 3. 철거민도 구리시민이다 구리시민 보호해라 4. 피땀 흘려 이룬 삶의 터전 목숨으로 지켜내자’라고 적혀 있다. 사진 빈곤사회연대

이 씨에게 성일장은 일터이자 집이었다. 1층 한쪽을 개조해 원룸처럼 만들어 살았다. 인창C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아래 조합)이 일터이자 집인 성일장 철거에 대한 보상금으로 제시한 금액은 6천만 원뿐이었다. 이걸로는 새 여관 마련은커녕 집다운 집으로 이사 가기도 어렵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1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성일장뿐 아니라 인창C구역 내에 있던 ‘원심정밀(금형하는 공업사)’과 택배집배점도 영업장 안에 주거공간이 있었다. 상가와 주거가 결합해 있는데 보상금 책정 시 주거에 대한 부분은 아예 인정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대로 쫓겨나면 길거리에 나앉게 되기 때문에 2019년부터 투쟁을 시작했다. 딸인 조 씨가 어머니 이 씨의 투쟁에 함께하게 되면서 조 씨의 활동지원사 이 씨도 함께 인창C구역으로 왔다. 조 씨의 철거민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투쟁 중 건물이 차례로 철거되고 지금은 성일장 하나만 남았다. 조 씨, 어머니 이 씨를 포함해 남은 철거민 4명이 성일장 건물 옥상에 고립돼 있다.

성일장 여관 건물 옥상에 고립돼 있는 철거민들이 ‘투쟁’을 외치고 있다. 왼쪽이 이해옥 씨. 사진 하민지
성일장 여관 건물 옥상에 고립돼 있는 철거민들이 ‘투쟁’을 외치고 있다. 왼쪽이 이해옥 씨. 사진 하민지

- 벽돌 2개 주웠다고 ‘특수절도’

활동지원사 이 씨의 죄목은 업무방해죄, 특수절도죄 등이다. 업무방해는 조합의 강제철거 중단을 촉구했다는 이유로 적용됐다. 특수절도죄의 경우 철거현장에서 쇠파이프 3개와 벽돌 2개를 합해 총 25만 원어치를 주워 갔다고 적용됐다. 폭력을 행사하는 용역에게 무기가 될까 봐 주운 후 버린 것인데, 경찰은 이를 조합 측의 재산을 절취한 것으로 봤다.

어머니 이해옥 씨는 활동지원사 이 씨가 활동지원사의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이 씨는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상지가 폐가 안 좋아서 먼지가 일면 호흡곤란이 온다. 조합이 펜스도 안 치고 건물을 철거해서 먼지가 많이 났다. 상지가 밤새 잠도 못 자고 숨을 못 쉬어서 괴로워했다. 그때 이 선생님(조 씨의 활동지원사)이 마이크에 대고 ‘물을 뿌려 가며 철거하세요’라고 말했다”며 조 씨의 안정을 위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철거민 투쟁을 하는 조 씨가 중증장애로 인해 움직일 수 없으니 활동지원사 이 씨가 조 씨의 활동을 지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머니 이 씨는 “용역이 무기로 휘두를 수 있을 만한 걸 주워다 버렸다. 이 일을 이 선생님이 함께하면서 쇠파이프 3개와 벽돌 2개를 버렸다. 철거현장에 버려진 채로 그대로 있는데 손댔다고 절도라고 하더라”라며 “이 선생님은 상지를 지원하면서 해야 하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활동지원사 이 씨는 구리경찰서에 집회 신고서를 내러 갔다가 긴급체포됐다. 집회 신고서를 내고 집회를 하는 일은 철거민 투쟁 당사자가 으레 하는 일이다.

‘구리, 시민행복 특별시’라고 적혀 있는 구리시청 앞에서 시민사회단체는 활동지원사 이 씨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수막에는 ‘구속자 석방 및 철거민 생존권 쟁취를 위한 구리시장 면담 촉구 기자회견’이라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구리, 시민행복 특별시’라고 적혀 있는 구리시청 앞에서 시민사회단체는 활동지원사 이 씨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수막에는 ‘구속자 석방 및 철거민 생존권 쟁취를 위한 구리시장 면담 촉구 기자회견’이라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시민중심 열린의회 할 일 하는 구리시의회’라고 적힌 구리시청 건물 앞에 활동가들이 ‘뇌병변 중증장애인 인권침해 즉각 중단하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붙였다. 사진 하민지
‘시민중심 열린의회 할 일 하는 구리시의회’라고 적힌 구리시청 건물 앞에 활동가들이 ‘뇌병변 중증장애인 인권침해 즉각 중단하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붙였다. 사진 하민지

- 구리경찰서 “활동지원사 다른 사람 구해라”… 활동지원에 대한 기초 이해도 없어

구리경찰서는 활동지원사 이 씨를 공동정범으로 보고 있다. 법원도 이 씨가 계속 ‘끊임없는 불법행위’를 이어갈 수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철거민 당사자가 체포돼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중증장애철거민의 활동지원사가 체포된 사항이라 장애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장애계 등은 지난달 31일 오후 2시, 경기도 구리시 구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씨의 석방과 구리인창C구역 철거민 생존권 보장을 촉구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지난달 31일 구리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활동지원은 공적사회서비스이자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에 해당한다. 활동지원사를 장애인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누구도 분리할 수 없다. 하지만 경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승인했다. 이 사회가 장애인 권리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없는 사회인지 여실히 드러났다”며 “공공이 나서서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한 차별행위이자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김 사무국장의 말처럼 중증장애인에게 활동지원사가 꼭 필요한 사람이란 걸 구리경찰서는 모르는 듯 보인다. 이 씨가 조 씨의 활동지원을 해야 해서 경찰서를 나가야 한다고 말하자 구리경찰서는 “엄마가 있으니 괜찮다”, “다른 활동지원사를 구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성호 노들장애인야학 교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천성호 노들장애인야학 교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조 씨가 다니는 노들장애인야학의 천성호 교장은 “활동지원서비스는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장애인 개개인의 개별적 필요와 욕구를 면밀히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활동지원사가 변경될 경우 인수인계 기간도 필요하다”며 “이 씨를 석방한 후 조상지 학생의 활동을 지원하게 하고 활동지원사 변경 시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이후 시민사회단체와 면담한 안승남 구리시장은 “활동지원사가 없는 경우 장애인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을 몰랐다. 사과드린다”라며 유철 구리경찰서장과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에게 이 씨 석방을 촉구하는 서신을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안 시장은 조합 측, 장애계, 철거민 단체, 시청, 원주민 등 5자 면담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구리인창C구역 재개발 ‘뉴타운’ 사업은 2007년 6월부터 시작됐다. 용산을 포함해 전국적 광풍이 불었던 재개발 사업이다. 용산 뉴타운 재개발 구역에서는 철거민이 저항하다 사망하는 ‘용산참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인창C구역은 경의중앙선 구리역이 근접해 있는 초역세권이다. 2023년에는 8호선이 개통돼 2호선 잠실역까지 17분 만에 도착한다고 한다. 인창C구역에는 롯데캐슬 1,180가구(건설사 롯데건설)가 들어설 예정이다. 아파트 프리미엄은 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리 뉴타운 투자를 강조하는 내용의 플랜카드. ‘서울역, 강남역 30분 쾌속교통’, ‘지금 투자하면 만사형통’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구리 뉴타운 투자를 강조하는 내용의 플랜카드. ‘서울역, 강남역 30분 쾌속교통’, ‘지금 투자하면 만사형통’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 빈곤사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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