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철거민 과잉 진압으로 서울시민 5명 사망
오세훈 후보 “용산참사는 임차인의 폭력적 저항 때문” 망언
용산참사 유가족 즉각 반발… “오 후보는 학살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용산참사의 원인을 “임차인의 폭력적 저항 탓”이라고 망언한 가운데 유가족과 생존 철거민이 오 후보를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2일 오후 2시, 참사가 일어났던 용산4구역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 후보는 지금이라도 피해자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고 서울시장 후보에서 사퇴하라”라고 촉구했다.

2012년에 열린 용산참사 3주기 추모제 현장에 마련된 분향소. 사망한 철거민 다섯 명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사진 비마이너
2012년에 열린 용산참사 3주기 추모제 현장에 마련된 분향소. 사망한 철거민 다섯 명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사진 비마이너

- 철거민 과잉 진압으로 서울시민 5명 사망… ‘사과도 없었다’

오 후보는 서울시장이던 2006년, 용산4구역에 ‘한강 르네상스’를 일으키겠다며 30조 원을 투입해 뉴타운 재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 불릴 만큼 규모가 큰 재개발 사업이었다. 하지만 철거민에게는 고작 3개월분의 휴업보상비 또는 4개월분의 주거이전비만이 보상금으로 책정됐다. 이에 철거민은 2008년부터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농성에 돌입했다.

서울시는 2009년 2월 착공을 목표로 강제철거를 무리하게 진행했다. 철거민은 강제철거에 동원된 용역의 폭력을 피해 남일당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짓고 올라갔다. 서울시는 2009년 1월 20일,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망루에 오른 철거민을 과잉진압했다. 이 때문에 화재가 일어나 경찰 1명과 철거민 5명이 사망했다.

시민사회 단체는 서울시가 책임지라고 거듭 호소했지만 서울시는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 만에 공사를 재개했다.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은 “장례를 치를 때까지만이라도 공사를 멈춰달라고 오세훈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어렵게 부시장을 만났지만 ‘시간이 돈이다. 공사를 중단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게 오세훈의 입장이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용산참사에 대해 “경찰권 행사는 경찰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경찰비례의 원칙에 어긋난 과잉조치였다”라고 판단한 바 있다. 하지만 농성자 9명 중 7명은 징역 5~6년형을, 2명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징역형을 살다 출소한 농성자 중 한 명은 살아남은 게 미안하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일당 건물은 참사 1년 만에 철거됐고 용산4구역에는 현재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용산참사 유가족은 남일당 건물이 있던 자리에서 오세훈 후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하민지
용산참사 유가족은 남일당 건물이 있던 자리에서 오세훈 후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하민지

- “오세훈은 서울시민 죽인 학살자”

기자회견이 열린 곳은 남일당이 있던 자리였다. 남편, 아버지 등 가족이 사망한 자리에 다시 선 유가족은 참담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용산4구역에서 레아호프를 운영하던 이상림 씨의 배우자 전재숙 씨는 “이 자리에 서고 싶지 않았다. 뉴타운 개발 때문에 하루아침에 쫓겨나고 학살당했다. 개발을 진행한 사람이 오 후보다. 우리는 대화가 필요했지만 오 후보는 우리를 쳐다도 보지 않았다”라고 성토했다.

전 씨는 “오세훈이 또 서울시장이 되겠다고 나왔다. 오 후보는 더 많은 사람을 죽이고도 남을 사람이다. 지금도 땅 투기 의혹에 휘말려 있지 않나. 피해자는 오 후보의 사과조차 받아보지 못했는데 그는 피해의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고 있다. 오 후보가 다시 서울시장이 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걸 서울시민 여러분이 기억해 달라”라고 호소했다.

오세훈 후보 규탄 기자회견에 참여한 유가족 김영덕 씨(왼쪽)와 전재숙 씨(오른쪽). 이들은 ‘용산참사, 여섯 명의 서울시민이 죽었습니다. ’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김 씨 뒤로 센트럴파크타워가 보인다. 센트럴파크타워는 용산4구역의 집과 가게가 강제철거된 뒤 지어진 주상복합아파트다. 사진 하민지
오세훈 후보 규탄 기자회견에 참여한 유가족 김영덕 씨(왼쪽)와 전재숙 씨(오른쪽). 이들은 ‘용산참사, 여섯 명의 서울시민이 죽었습니다. “용산참사, 희생자 탓” 막말, 막개발, 오세훈이 용산참사 책임자다’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이들 뒤로 센트럴파크타워가 보인다. 센트럴파크타워는 용산4구역의 집과 가게가 강제철거된 뒤 지어진 주상복합아파트다. 사진 하민지

복집을 운영했던 양회성 씨의 배우자 김영덕 씨는 “오 후보는 용역깡패와 경찰특공대를 동원해 철거민 학살을 저질렀다. 그러면서 또다시 용산일대를 대규모로 개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던데, 그가 다시 서울시장이 돼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을 죽일지 의문이다. 오 후보는 서울시장으로서 자격 없다.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과하고 후보를 사퇴하면 조금이나마 용서할 의향이 있다”고 규탄했다.

김 씨는 또 “며칠 전 후보자 토론회를 보면서 잠을 못 잤다. 저 자식을 어떻게 해서든지 내가 때려죽이고 싶은 심정만 가지고 있지, 우리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렇게 기자회견이라도 한다. 서울시민 여러분이 오 후보를 꼭 낙선시켜주시길 바란다”라고 했다.

한 기자회견 참가자는 ‘오세훈! 재개발 뉴타운 불도저로 세입자 민 게 공정과 상생인가’라는 피켓을 상의에 붙였다. 참가자 뒤로 보이는 아파트는 24억~62억에 거래되고 있다. 사진 하민지
한 기자회견 참가자는 ‘오세훈! 재개발 뉴타운 불도저로 세입자 민 게 공정과 상생인가’라는 피켓을 상의에 붙였다. 참가자 뒤로 보이는 아파트는 24억~62억에 거래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아버지와 함께 망루에 올랐다가 아버지를 잃은 이충연 씨는 죽고 싶을 만큼 괴롭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곳의 40평 아파트가 28억이라 하더라. 개발 전에 함께 살던 이웃은 이제 여기 아무도 없다. 오 후보에게는 28억짜리 집을 살 수 있는 시민만 서울시민인가? 이런 자가 지지율 1위라는 현실이 너무나 억울하고 죽고 싶을 만큼 괴롭다. 오 후보와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시민을 죽인 학살자로서 감옥에 가야 할 사람들이다”라고 비판했다.

천주석 씨는 기자회견에서  “용역이 무섭다. 경찰이 무섭다. 오세훈이 무섭다”라고 발언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진 하민지
천주석 씨는 기자회견에서  “용역이 무섭다. 경찰이 무섭다. 오세훈이 무섭다”라고 발언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진 하민지

생존 철거민인 천주석 씨는 “참사로부터 살아남은 이후 이 땅을 밟은 게 처음”이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천 씨는 “당시에 아내가 용역에게 맞았다. 기절해서 바지에 오줌을 질질 싸고 있는 아내를 경찰이 그대로 끌고 갔다. 용역에게 맞기 싫고, 경찰에 잡혀가서 벌금 내기 싫고, 징역 살기 싫어서 망루에 올랐다. 돈 없는 것, 서울에 사는 것이 죄다. 오세훈이 무섭다”고 증언했다.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유가족 뒤로 아파트가 높게 서 있다. 사진 하민지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유가족 뒤로 아파트가 높게 서 있다. 사진 하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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