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야학 초등과정 졸업식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합시다’ 열려
전국 최초 장애인 초등학력인정 문해교육과정으로 8명 졸업
중등학력인정 문해교육과정에 13명, 초등과정에 6명 입학
“내 나이 60이 넘어서 초등학교를 졸업합니다. 3년 동안 질라라비야학을 다니면서 내 삶은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가장 많이 변화된 점은 아는 글자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아졌습니다. 봉사도 하고 싶고, 사진 찍는 것도 배우고 싶습니다. (중략) 중학교 올라가서도 열심히 공부해 졸업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초등과정 졸업생 대표 이연옥 학생)
“야학에서는 공부하고 하고, 친구도 만나고, 소풍도 갑니다. 하루하루가 정말 재미있습니다. 중학교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중학교에 입학하니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히 학교생활 하겠습니다.” (중등과정 입학생 대표 김태완 학생)
장애인 초등학력인정 문해교육과정을 마친 8명의 졸업식이 열렸다. 초등·중등학력인정 문해교육과정을 시작하는 19명의 입학식도 열렸다.
장애인지역공동체 부설 질라라비장애인야학(아래 질라라비야학)은 30일 오후 2시, 초등학력인정 문해교육과정 졸업식과 중학학력인정 문해교육과정 입학식을 열었다. 졸업·입학식 행사는 코로나19로 참여 인원이 제한됐고, 질라라비야학 유튜브채널에서 생중계됐다.
질라라비야학은 지난 2018년 8월부터 초등학력인정 문해교육을 시작했고, 10명이 입학해 올해 8명이 졸업했다. 2021년 8월부터는 중등 문해교육 과정도 열었다. 중등과정에 13명, 초등과정에 6명이 입학했다.
전국에서 장애인의 초등·중등 문해교육 과정인 ‘나래과정’을 도입한 것은 질라라비야학이 처음이다. ‘나래과정’은 기존 학력인정 문해교육 적용하기 어려운 만 18세 이상의 저학력 장애인의 초등·중등 학력을 인정하는 교육과정이다. 대구교육청은 전국 처음으로 장애인 평생교육기관에 문해교육과정을 지정했다.
기존 문해교육은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이뤄져왔다. 일반 문해교육은 평생교육법 제40조에 근거해 초등·중등 학력을 인정하기 위한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뜻한다. 2019년 10월 기준으로 문해교육 학습자 수는 총 7만 7598명이다.(2019년 지자체 성인문해교육 기관 지원현황 조사,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장애인 학습자에 대한 통계는 없지만, 평생교육기관의 장애인 참여 비율을 볼 때 장애인이 문해교육에 참여하는 수는 많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장애인의 평생교육 참여율은 약 4.8%로, 일반 평생교육 참여자(44.5%)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인평생교육기관에 문해교육과정이 설립된 것은 큰 중요성을 띤다.
2020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등록장애인 260만여 명 중 약 55.7%가 중졸이하 학력을 가지고 있을 만큼, 학령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장애인의 비율이 높다. 따라서 이번 질라라비야학의 나래과정 졸업과 입학은 장애인평생교육법 별도 제정을 요구하는 장애계의 목소리와 어우러지면서 장애인평생교육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물론 과제도 있다. 현 문해교육 교재가 비장애인 학습자 중심으로 만들어져 장애인 학습자에 맞는 교재의 집필이 필요하다.
조민제 질라라비야학 교장은 “특히 중등과정에 올라간 학생은 책이 많이 어려울 수 있다. 교육부에서 교재를 만들고 있다고 하니, 조만간 새로운 책으로 공부할 수 있다”라며 “학습뿐 아니라 야외활동, 체험학습도 함께 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꾸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질라라비야학 졸업생인 박명애 장애인지역공동체 대표는 “47세에 처음 질라라비야학에서 공부를 시작해, 초등학교 졸업을 했다. 그때는 이렇게 멋진 졸업식도 없었다. 학교가 너무 가난해서 밤에 잠깐 학교 공부하고 낮에는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그래도 질라라비야학에서 공부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라며 “후배인 여러분이 초등과정을 마치고 중등과정으로 올라가는 과정이 생긴 건 많은 분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고등, 대학 과정까지 만들 수 있도록, 그 길에 함께 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질라라비야학 초등·중등 졸업과 입학을 축하하기 위해 권영진 대구광역시장, 강은희 대구광역시 교육감, 장상수 대구광역시의회 의장, 배지숙 대구광역시의회 의원, 강대식 국회의원(국민의힘 대구 동구을), 최혜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 장혜영 국회의원(정의당 비례), 배기철 동구청장, ㈜레피오 홍창식 대표이사 등이 영상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