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룸센터운영위 “양대법안제정연대 농성장 불법건축물, 철거하라”
두 개 사단법인 관련단체만 입주한 이룸센터… 설립취지 어긋나
양대법안제정연대 “이룸센터 입주단체 갑질, 장애운동 치욕의 역사”
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제정연대(아래 양대법안제정연대)가 이룸센터 앞에 꾸린 컨테이너 농성장을 철거하라는 공문이 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룸센터운영위원회는 12일, △15일까지 농성장 철거 일정 회신 △29일까지 퇴거 등의 요청을 담은 공문을 양대법안제정연대 측에 보냈다.
이에 양대법안제정연대는 13일, 이룸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면담 약속을 지킬 때까지, 양대법안이 제정될 때까지 농성장을 지킬 것”이라는 뜻을 확고히 밝혔다.
- 이룸센터운영위 “양대법안제정연대 농성장 불법건축물, 철거하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293개 연대체로 구성된 양대법안제정연대는 지난 3월 16일부터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장애인권리보장법과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연내 제정을 목표로 농성을 시작했다. 농성은 212일째 계속되고 있다.
이룸센터운영위원회(아래 운영위원회) 측은 12일 공문을 통해 ‘요청 기한까지 시설물 철거를 하지 않을 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으니, 반드시 기간을 준수해 시설물 철거 및 퇴거하’기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들이 공문에서 밝힌 이유는 ‘시각장애인 등의 이동에 불편을 준다’는 이유였다.
운영위원회는 농성장이 불법건축물이라는 입장이다. 손미현 운영위원회 팀장은 12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이룸센터 앞마당 사용은 운영위원회에서 정하는데, (양대법안제정연대 농성장은) 4월 21일까지 허가된 것이었다. 다른 장애인단체가 앞마당을 사용하겠다고 했지만 허가를 내줄 수 없었다. 또한 이후에는 운영위원회에서 (양대법안제정연대 측의) 앞마당 사용 승인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 두 개 사단법인 관련단체만 입주한 이룸센터… 설립취지 어긋나
하지만 양대법안제정연대 측은 운영위원회가 이룸센터 앞마당 이용 허가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룸센터는 지난 2007년 노무현 대통령 국정과제 중 하나로 건립됐다. 약 500억 원의 복권기금이 투입됐다. 관련법상 복권기금은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사업을 목적으로 한다. 즉, 이룸센터는 모든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종합복지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이원교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회장은 “이룸센터는 장애인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앞마당에 장애인 권리를 위한 컨테이너 하나 들였다고 불법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룸센터는 애초 건립 목적과 기금 용도와는 달리 일부 사단법인 장애인단체의 사무실로만 활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주한 17개 장애인단체 중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이들의 회원단체 14개가 입주해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민석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은 한국장애인개발원 원장에게 “17개 장애인단체가 이룸센터를 쓰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장애인단체들이 집회를 할 때, 그분들을 위한 휴식처가 있는가”라고 물으며 “(일부) 단체들이 다 쓰면 되는지 의문이 들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제기 후에도 1층 휴게실만 개방되었을 뿐 여전히 일부 단체의 사무실로만 활용되고 있다.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이룸센터 마당에서 개인의 이익이 아닌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권리를 지켜달라고 외치는 걸 그저 ‘불법’으로 규정짓고 쫓아내려는 시도 자체가 매우 규탄스럽다”고 말했다.
- 양대법안제정연대 “이룸센터 입주단체 갑질, 장애운동 치욕의 역사”
양대법안제정연대는 현재 두 가지 법안 제정에 힘 쏟고 있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장애를 개인의 특성과 사회·환경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한다고 정의하고, 개인별 맞춤형 지원에 초점을 맞춘 법이다.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은 장애인이 시설을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할 책임이 있다는 것과 장애인거주시설을 축소·폐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대법안제정연대는 장애인 권리를 위한 법 제정에 함께 동참해야 할 장애인단체가 농성장을 불법이라 칭한 것에 “분노를 넘어 서글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현재 국회에서 양대법안이 발의되었지만 잠자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212일째 투쟁하고 있다”라며 “이룸센터 안에 있는 장애인단체가 함께 싸운다면 양대법안이 더 빨리 제정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내려와 같이 투쟁하자. 우리를 내쫓으려고만 하지 말고 함께 연대하고 투쟁하자”라고 강조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이룸센터에 있는 장애인단체의 역할이 무엇인가? 장애인의 권리를 만들어가고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이 차별받는 현실을 알려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이룸센터 입주단체가 완장을 찬 건가? 그렇다면 권덕철 복지부 장관이 장애계와의 면담 약속을 저버리고 있는 걸 먼저 지적해야 한다.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불법의 딱지를 매기지 말라. 그건 갑질이다. 갑질을 제발 멈춰라. 농성장 철거 공문은 장애운동 역사의 치욕이다”라고 일갈했다.
사실 농성장 철거 요구는 계속됐다. 양대법안제정연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지난 10월 6일 이룸센터 입주단체에 ‘이룸센터 앞 광장, 불법 점유 농성장에 대한 의견 수렴’이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한편, 기자회견 직후 양대법안제정연대는 최경숙 한국장애인개발원 원장과 면담했다. 양대법안제정연대는 운영위원회 5월 회의록 공개를 요구했지만, 최 원장은 운영위원회에 가부를 묻고 답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