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대남병원 사태 겪었지만, 거주시설 방역대책은 코호트격리뿐 
경산시 “중앙부처 지침 없이 시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 없어”
대책위 “긴급 분산조치 없는 방역대책은 ‘집단감염 방치’일 뿐”

장애인거주시설 성락원에서 거주인 36명(26일 기준)이 코로나에 집단감염됐다. 그러나 경산시는 정부 지침이 없다며 긴급분산 조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성락원(경북 경산시 소재)은 장애인 150여 명이 사는 초대형 장애인거주시설이다. 지난해 5월 거주인 물고문 학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거주인 인권침해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거주인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 청도대남병원 사태 겪었지만, 거주시설 방역대책은 코호트격리뿐  

경산 성락원 인권침해 진상규명 및 탈시설 권리 쟁취를 위한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는 지난 18일 성락원에서 최초 확진자 발생 후, 현재까지 36명이 감염됐다고 밝혔다. 

집단감염은 거주인이 생활하는 생활동에서 발생했다. 생활동은 중증관과 재활관 두 개 동이 이어져 있는 구조다. 중증관에는 30여 명의 거주인이, 재활관에는 20여 명의 거주인이 생활한다. 사진 대책위 제공
집단감염은 거주인이 생활하는 생활동에서 발생했다. 생활동은 중증관과 재활관 두 개 동이 이어져 있는 구조다. 중증관에는 30여 명의 거주인이, 재활관에는 20여 명의 거주인이 생활한다. 사진 대책위 제공

집단감염은 거주인이 생활하는 생활동에서 발생했다. 생활동은 중증관과 재활관 두 개 동이 이어져 있는 구조다. 중증관에는 30여 명의 거주인이, 재활관에는 20여 명의 거주인이 생활한다. 즉, 생활동에 생활하는 거주인 절반 이상이 코로나에 감염됐다. 그러나 감염자와 비감염자는 공간만 분리한 채 같은 건물에 방치돼 있다. 

대책위는 “실질적인 분리나 관련 조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거주인은 감염에 대한 공포를 호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라며 “심지어 (성락원은) 정부 방역지침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거 가족 중 확진자가 발생한 직원에게 비확진자 거주인의 지원을 하도록 했다”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지난 25일 경산시청을 항의 방문했지만, 거주인에 대한 긴급 분산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책위에 따르면 경산시는 ‘당장 확보할 임시시설이 없고, 인력배치에 어려움이 있다. 정부의 방역지침상 (긴급 분산조치를) 실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책위는 “현재 거주시설에서는 격리 공간을 마련할 수 없고,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재택치료’도 불가능하다. 긴급 분산조치 없는 방역은 ‘집단감염 방치’와 다름없다”라고 성토했다. 

2020년 말, 장애인거주시설 신아원에서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서울시청 앞에서 ‘긴급 탈시설’ 이행을 촉구하는 모습. 확진자 45명을 의미하는 45개의 텐트가 설치되어 있으며, 텐트마다 ‘지금 당장! 긴급 탈시설 이행’이라는 문구가 쓰인 종이 팻말이 붙어 있다. 사진 허현덕
2020년 말, 장애인거주시설 신아원에서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서울시청 앞에서 ‘긴급 탈시설’ 이행을 촉구하는 모습. 확진자 45명을 의미하는 45개의 텐트가 설치되어 있으며, 텐트마다 ‘지금 당장! 긴급 탈시설 이행’이라는 문구가 쓰인 종이 팻말이 붙어 있다. 사진 허현덕

정부는 코로나 유행 초기부터 ‘감염취약시설’로 분류된 노인요양시설, 정신건강시설, 장애인거주시설 등의 수용시설 방역대책으로 ‘코호트격리’를 내세웠다. 코호트격리는 외부감염을 막기 위해 감염자가 있는 시설을 통째로 봉쇄하는 조치다. 이로 인해 코호트격리는 시설 내 집단감염을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무분별한 코호트격리로 거주시설 거주인들은 코로나 기간 내내 외출, 외박, 면회가 금지되기도 해 더욱 고립되는 상황에 놓였다.  

2020년 2월,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에서 104명 중 102명이 코로나에 감염된 사건을 계기로 장애계에서는 거주시설의 집단수용이 집단감염의 위험을 높인다고 지속해서 문제제기해왔다. 장애계는 집담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로 긴급 탈시설을 요구해왔으나, 코로나 유행 3년 차인 현재에도 정부는 코호트격리 외의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 경산시 “중앙부처 지침 없이 시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 없어”

28일 오전 대책위는 경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락원 코로나 집단감염 방치를 규탄하고, 거주인 긴급 분산조치와 탈시설 대책을 촉구했다.  

28일 오전 대책위는 경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락원 코로나 집단감염 방치를 규탄하고, 거주인 긴급 분산조치와 탈시설 대책을 촉구했다. 사진 대책위 제공 
28일 오전 대책위는 경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락원 코로나 집단감염 방치를 규탄하고, 거주인 긴급 분산조치와 탈시설 대책을 촉구했다. 사진 대책위 제공 

탈시설장애인 김종한 대책위 공동대표는 “장애인의 시설 집단수용은 전염병을 키울 뿐이다. 시설에서는 한 명이 눈병에 걸리면 같이 사는 사람 모두가 똑같은 눈병을 앓게 된다. 내 눈도 흰자 부분이 깨끗하지 않은데, 시설에서 눈병에 걸렸기 때문이다”라며 “그런데 이번 코로나 집단감염에서 성락원 초기 방역 체계는 어떠했나? (중증관과 재활관 사이) 중간에 의자 몇 개 갖다 놓은 게 전부다. 기저질환자부터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조창수 공공운수노조 경북지부 수석부지장은 “확진자 중에는 증상이 중증으로 확산되는 분들도 있는데 경산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라며 “교도소에서도 밀집도가 높은 곳에서는 수감자를 다른 시설로 이감 조치하고, 만기 출소가 가까운 수용자는 형 집행을 정지하고 가석방하면서까지 밀집도를 줄이려고 한다. 그런데 정부는 장애인거주시설 장애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장애인의 건강권, 코로나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서 대책을 마련하라”라고 규탄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직후 열린 대책위와의 면담에서도 경산시는 ‘경상북도에 임시 분리조치를 요청했지만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고, 중앙부처에도 관련 지침이 없다. 따라서 시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책위는 경산시가 집단감염에 대해 해결할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경산시는 그동안 거주시설에 대한 코호트격리 행정명령 등을 내고, 시 권한으로 생활치료센터를 지정해 운영했다. 따라서 당장 시급한 긴급 분산조치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방법을 마련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라며 “경산시가 가장 취약한 상태에 있는 기저질환자부터 분리조치하고, 성락원 내 집단감염이 확산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싸우겠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직후 열린 대책위와의 면담에서도 경산시는 ‘경상북도에 임시 분리조치를 요청했지만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고, 중앙부처에도 관련 지침이 없다. 따라서 시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 대책위 제공
기자회견 직후 열린 대책위와의 면담에서도 경산시는 ‘경상북도에 임시 분리조치를 요청했지만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고, 중앙부처에도 관련 지침이 없다. 따라서 시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 대책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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