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고 싶다”
경기420공투단 출범 “탈시설 권리, 모든 권리의 기본”

권달주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대한민국은 거주시설 공화국입니다. 그중에서 경기도는 최고로 많은 거주시설이 있습니다. 장애인들은 21년간 철로에 내려갔고, 도로에 누워 싸웠습니다.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고 싶다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경기도는 뭐라고 했습니까? 복지부는 권한이 없다고 하고, 경기도는 법이 없어 못 한다고 합니다. 법을 겨우 만들면 예산이 없다고 합니다. 그렇게 (정부와 경기도는) 20년 넘게 장애인에게 앵무새처럼 같은 답만 했습니다. 결국 우리의 권리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권달주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오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앞두고 경기도 장애인 500여 명이 수원역 앞에 집결해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탈시설 권리 등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했다. 

경기도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경기420공투단)은 15일 오후 수원역 앞에서 출범식을 열고 정부와 경기도를 향한 투쟁을 다짐했다. 

출범식 전 장애인 활동가와 중증장애인권리중심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은 수원역 일대를 행진하며, 경기도민들에게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알렸다. 이들의 손에는 ‘국회는 탈시설지원법 제정하라’, ‘경기도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선언을 약속하라!’, ‘경기도 장애인 탈시설권리 선언 약속을 이행하라’라는 현수막과 팻말이 들려 있었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이 직접 만든 발달장애인을 형상화한 커다란 조형물도 등장했다.

노동계와 정당 관계자 8명도 참석해 장애인 투쟁에 연대했다. 문예노동자인 지민주, 박준 씨도 공연으로 뜻을 모았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이 직접 만든 발달장애인을 형상화한 커다란 조형물도 등장했다. 사진 경기도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출범식 전 장애인 활동가와 중증장애인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은 수원역 일대를 행진하며, 경기도민들에게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알렸다. 사진 경기도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출범식 전 장애인 활동가와 중증장애인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은 수원역 일대를 행진하며, 경기도민들에게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알렸다. 사진 경기도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 “경기도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고 싶다”

경기도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2020년 기준 14.1%에 그친다. 또한 지하철이 있는 지역도 있고, 없는 지역도 있다 보니 그나마 이동을 위해서는 특별교통수단인 장애인콜택시가 편리하다. 그런데 문제는 경기도 31개 시·군마다 특별교통수단 운영 주체가 제각각이어서 시·군간 이동이 불가능하다. 경기도 포천시에서 화성시에 가려면 장애인콜택시를 5번 갈아타야 한다. 같은 경기도를 이동하기 위해 14~15시간이 소요된다.  

정기열 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경기도의 이동권 현황을 설명하며, 경기도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선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포천, 성남, 수원은 시·군간 이동이 가능하기라도 하지만, 이천시 장애인콜택시는 다른 시·군으로 갈 수 없습니다. 아예 이동할 수 없으니 언론의 동행 취재에도 응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의 이동권은 지하철에 한정한 것이 아닙니다. 저상버스, 장애인콜택시, 시외버스 등 모든 이동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그런데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서울 지하철 엘리베이터 도입률이 94%라는 것만을 예시로 들며,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을 ‘비문명적’이라고 폄훼했습니다. 지난주 국토교통부 국장과 면담에서 휠체어 이용자가 탈 수 있는 시외버스의 안전벨트 개발에만 5년이 걸린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20년 이상 이동권을 외쳐도 5년 이상을 더 기다리라고 합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만 합니까?”

정기열 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정기열 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경기도에서 성인 장애인이 교육받을 수 있는 장애인야학은 19곳. 12개 시·군에는 장애인평생교육기관이 한 곳도 없다. 그만큼 경기도에서 학령기 교육에서 소외됐던 장애인이 다시 교육받을 기회는 얻기 힘들다. 이창균 에바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경기도 31개의 시·군에 적어도 1곳 이상의 장애인평생교육기관이 설치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이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위한 노동권 보장도 이뤄져야 한다. 현재 경기도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는 200명. 지난해 25명에 비해 늘어났지만, 경기도 최중증장애인의 비중에 비해서는 더 많은 일자리가 필요하다. 김병태 안산단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내년에는 경기도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가 1000명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장애인 탈시설 권리, 모든 권리의 기본”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의 기본이 되는 것은 장애인 탈시설 권리다. 시설에서 나와야 지역사회에서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거주시설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어느 지역보다 탈시설 정책이 시급하다. 경기도는 지난해 9월 ‘경기도 장애인 탈시설 자립생활선언문’을 발표했지만, 이후 이렇다 할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는 경기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국가차원의 탈시설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올해 편성된 탈시설 예산은 고작 24억 원이다. 반면 거주시설 운영 예산은 6224억 원에 달한다. 따라서 장애계에서는 재작년 발의된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을 제정해, 탈시설-자립생활 예산 편성의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한다.  

김동예 용인수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시설에서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국가는 반인권적인 시설을 유지하며 장애인은 시설에 갇혀 있다. 탈시설이야말로 모든 권리의 기본이 된다. 장애인도 보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모두 함께 살자”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국회는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하라!'라는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국회는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하라!'라는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장애인차별철폐의날’을 앞두고 경기도 장애인 500여 명이 수원역 앞에 집결해,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탈시설 권리 등 장애인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사진 경기도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장애인차별철폐의날’을 앞두고 경기도 장애인 500여 명이 수원역 앞에 집결해,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탈시설 권리 등 장애인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사진 경기도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지난 13일 JTBC 썰전에서 이 대표는 보건복지부의 ‘2020년 거주시설 전수조사’에서 탈시설 욕구를 가진 시설장애인이 33.5%였다는 통계를 근거로 탈시설을 원하는 이들은 소수라면서, “(탈시설 정책에서) 자기결정권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당시 토론에 나섰던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이 대표가 자기결정권이라는 말로 탈시설 권리를 기만했다고 지적했다. 

“국가는 장애인을 시설에 가두는 것을 복지라고 이야기했고, 보호라는 이름으로 합리화시켰습니다. 이게 대한민국 시설의 본질입니다. 그런데 이준석 대표는 자기결정권이 우선이라는 말을 합니다. 그럼 이렇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당신은 한 방에 6명씩 함께 사는 것을 선택하겠나, 아니면 지역사회에서 살면서 하루 24시간 지원받는 것을 선택하겠나. 이 대표가 말한 복지부 조사는 20년~30년을 시설에서 생활해서 지역사회에 나오는 게 두려운 장애인에게 한 겁니다. 그 통계를 자기결정이라는 말로 기만하지 마십시오. 이것이 바로 비장애인 중심 속에 최중증장애인을 배제해버린 사회가 지속되는 방법입니다. 이제는 제발 바꿉시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장애인 스스로 장애인의 권리를 쟁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수위에 전달한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답변을 촉구했다. 

“지난 2016년 우리는 경기도청을 40일간 점거하고, 수원역 오거리를 막고 육교에 매달려서 2층 광역버스 저상버스 도입을 이끌어 냈습니다. 그때의 투쟁으로 감옥을 간 활동가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대표는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가 한 업적처럼 말을 하더라구요. 다시는 정치인이 우리의 이동을, 우리의 교육을, 우리의 노동을, 탈시설 권리를 왜곡하지 못하도록, 더는 우리의 투쟁을 비아냥거리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보여줍시다.”

한편, 이들은 결의대회를 마친 후 1호선 수원역에서 금정역까지 지하철 선전전을 벌이며,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경기도에 촉구했다.  

한 활동가가 당정역에서 이동식 발판을 깔고 하차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한 활동가가 당정역에서 이동식 발판을 깔고 하차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한 휠체어 이용 활동가가 의왕역에서 지하철 타기 선전전을 위해 지하철에 탑승하고 있다. 열차와 승강장 사이 간격이 매우 넓어 위험하다. 사진 경기도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한 휠체어 이용 활동가가 의왕역에서 지하철 타기 선전전을 위해 지하철에 탑승하고 있다. 열차와 승강장 사이 간격이 매우 넓어 위험하다. 사진 경기도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관련기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비마이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