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총 23편 응모… 9팀 수상

28일 오전 10시, 비마이너 구성원 5명이 혜화역 근처 카페에 모였습니다. 고(故) 박종필 감독의 다큐 〈버스를 타자〉(2002) 백일장 응모작을 심사하기 위해서입니다.

비마이너가 주최한 이번 백일장은 지난 5일부터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인 20일까지 응모를 받았습니다. SNS, 이메일, 우편으로 총 23편이 접수됐습니다. 참여율이 저조할까 봐 내심 걱정했던 비마이너 구성원들의 마음을 녹이는 열기였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응모작의 다양한 장르 역시 비마이너 구성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시를 지어 보내주신 분도 계셨고, 영화 속 박경석 대표의 말을 캘리그라피로 적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노래와 춤, 악기 연주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외쳐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비마이너 구성원들은 응모작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펴보며 수상작을 선정했습니다. 훌륭한 작품이 많아 선정에 애를 먹었습니다. 당초 비마이너상, 씨마이너상, 디마이너상을 각각 1명에게 수여할 예정이었으나, 논의 끝에 씨마이너상 2명, 디마이너상 3명으로 수상자를 늘리기로 했습니다.

저 멀리 국회의사당이 보이고 가까이에 버스가 한 대 서 있다. 그 위에 휠체어 한 대가 놓여 있다. 그 왼편에 “ 백일장 수상작 / 비마이너상 / 피용헌 / ”라고 적혀 있다.
저 멀리 국회의사당이 보이고 가까이에 버스가 한 대 서 있다. 그 위에 휠체어 한 대가 놓여 있다. 그 왼편에 “ 백일장 수상작 / 비마이너상 / 피용헌 / ”라고 적혀 있다.

비마이너상은 멋진 노래를 들려주신 피용헌 님께 돌아갔습니다. 중구청 시간제 일자리 노동자이신 용헌 님은 산울림의 노래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를 ‘휠체어로 저상버스를 하자’로 재치 있게 개사해 불러주셨습니다. 노래가 시작되기 전 고 박종필 감독을 기리는 내레이션은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비마이너 구성원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은 용헌 님의 노래는 만장일치로 비마이너상에 뽑혔습니다.

▷피용헌 님 노래 영상 감상하기

씨마이너상은 장애여성공감의 두 분이 수상하셨습니다. 극단 춤추는허리에서 배우로 활동하시는 조화영 님은 감상문과 함께 그려주신 그림의 세밀한 묘사가 돋보였습니다. 버스 아래에 들어가 이동권 보장을 외치는 사람, 버스 위에 올라가 점거투쟁을 벌이는 사람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이동권 투쟁이 시작되던 2001년 당시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고 밝힌 화영 님은 과거와 현재의 투쟁이 이어져 있음을 강조해주셨습니다. 또 한 분의 수상자이신 하늘 님은 탈시설 당사자로서 “지하철 같이 타자”고 외치며 “우리 아직 안 끝났다. 더 할 거다”라고 투쟁의 결의를 밝혀주셨습니다. 촘촘하게 그린 지하철과 철로, 그 위에서 역동적으로 투쟁하는 휠체어 탄 장애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조화영 님 작품 감상하기

▷하늘 님 작품 감상하기

디마이너상의 수상자는 세 분입니다. 첫 번째 수상자는 피플퍼스트성북센터에서 활동하시는 남태준 님입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이신 태준 님의 감상문은 “영화를 글로 옮겨놓은 것 같다”는 심사평이 나올 정도로 영화 속 작은 디테일조차 놓치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두 번째 수상자이신 수제비 님은 저상버스와 그 위에 올라와 있는 휠체어 탄 장애인을 레고로 참신하게 표현해주셨습니다. 영상의 마지막, 버스 소음만 남고 모두가 사라지는 장면을 통해 아직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암담한 현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신 탁월한 미적 감각이 훌륭했습니다.

디마이너상의 마지막 수상자인 장애여성공감 발달장애여성 활동가 연습팀은 노래에 맞춰 몸짓과 젬베 연주를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주셨습니다. 요즘 이동권 투쟁 현장에서 자주 불리는 노래를 불렀다는 점에서 현재 투쟁에 얼마나 활발히 결합하고 계시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온몸으로 표현해주신 결연한 투쟁 의지는 큰 감동을 자아냈습니다.

▷남태준 님 글 감상하기

▷수제비 님 영상 감상하기

▷장애여성공감 발달장애여성 활동가 연습팀 영상 감상하기

특별상인 에이마이너상은 서울청구초등학교 6학년 5반 학생들, 장희영 님, 김희주 님이 받으셨습니다. 청구초 학생들이 지난 20일 학교 수업 시간에 〈버스를 타자〉를 보고 남긴 감상문을 정미숙 선생님께서 당일특급 우편으로 보내주셨습니다. 밝게 웃고 있는 박경석 대표의 모습을 그린 학생 분도 계셨고, 고 박종필 감독에게 편지를 쓴 학생 분도 계셨습니다. 학생 한 분 한 분의 예쁜 마음이 비마이너 구성원들을 눈물짓게 했습니다.

서울청구초등학교 6학년 5반에서 온 〈버스를 타자〉 감상문. 우편봉투 앞에 ‘당일특급’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서울청구초등학교 6학년 5반에서 온 〈버스를 타자〉 감상문. 우편봉투 앞에 ‘당일특급’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중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복지일자리팀의 희영 님은 “10년 전 시설 밖으로 나와 처음으로 가슴을 요동치게 했던 구호”인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하고 인간답게 살아보자! 투쟁!”을 강렬하게 외치는 결의문 같은 감상문을 써주셨습니다. 신촌홍대권역배리어프리보장을위한공동행동에서 활동하시는 희주 님은 “이 영화를 시청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나에게도 그랬듯, 영화를 보는 게 연대의 물리적인 촉발점이 될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라며 〈버스를 타자〉가 지닌 힘을 강조해주셨습니다.

수상하신 분들 축하드립니다. 보내주신 주소로 상금과 상품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쉽게 수상하지 못한 분들께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보내주신 23개의 소중한 마음 모두 잘 간직하겠습니다. 백일장 소식을 경향신문 칼럼으로 알려주신 이진송 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버스를 타자〉 속 21년 전만큼이나 뜨거운 요즘의 투쟁 때문에 조금은 지쳐있던 비마이너 구성원들에게 크나큰 위로와 힘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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