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에 떠맡겨진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지난해 법안 개정됐지만… 기재부 반대로 국고 지원 ‘가능’에 그쳐
“이번 개정안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의 시작”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 운영비의 국고 지원을 의무화하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아래 교통약자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아래 이동권연대),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장애인권리보장팀은 28일 오전 11시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한 정부·여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권달주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영상 캡처
권달주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영상 캡처

현재 중앙정부는 특별교통수단 운영비에 대해 최초 차량 도입비만 일부 보조할 뿐, 운행에 필요한 비용은 각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돼 있다. 이로 인해 지역 간 장애인 이동권 격차가 심각한 상황이다. 특별교통수단 보급률을 보면, 서울은 85.1%인 데 비해, 충북은 62.1%, 인천은 57.3%로 현저히 낮다. 운행대수가 법정대수에도 못 미치는 현실에서 하루 이틀 전에 예약해야만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으며, 지역에 따라 운전원이 부족해 야간 운행을 하지 않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31일, 장애계의 투쟁으로 교통약자법이 개정되며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국고 지원의 근거 조항이 마련됐다. 그러나 해당 조항은 ‘지원하여야 한다’가 아닌 ‘지원할 수 있다’로 강제성이 없는 규정이었다. 국고 지원 의무화를 명시한 원안이 기획재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임의규정으로 수정돼 통과한 것이다. 법안 통과 이후 기재부는 장애인특별운송사업을 보조금 지급 제외 사업으로 규정한 보조금법 시행령도 개정하지 않고 있다. 추경호 기재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시행령 개정을 약속했으나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번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21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동권 보장을 향한 처절한 외침이 계속됐지만, 우리 사회는 충분히 응답하지 못했다. 지금 여기서 또다시 외면한다면 또 다른 20년이 더 흘러갈지도 모른다”며 이동권 보장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천 의원은 “여당 대표는 이동권 투쟁의 본질은 무시한 채 ‘비문명적 시위’라며 장애인에게 비난의 화살을 겨눴다. 신임 서울경찰청장은 취임한 지 불과 열흘 만에 이동권 시위를 언급하며 지구 끝까지 찾아가 사법처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면서 “장애인 이동권은 헌법적 권리다. 누군가의 권리를 아무렇지 않게 짓밟으려는 태도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번 개정안은 특별교통수단의 운영범위를 인근 특별시·광역시·도까지 확대해 장애인의 광역이동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특별교통수단 운영범위는 관내나 인근 지역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 광역이동이 자유롭지 못했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별교통수단을 운행한다는 사실만으로 장애인 이동권이 잘 보장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시에 가깝다”면서 지자체 간 환승과 연계체계가 제대로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달주 이동권연대 대표는 “기재부는 예산 부족이라는 이유로 국가가 보장해야 할 책무를 방기해왔다. 이번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특별교통수단 운영을 국가보조금사업으로 만들어 지역 간 편차를 해소하고 보편적 이동권이 보장되기를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2005년 교통약자법이 제정됐음에도 장애인 이동권은 철저히 무시돼왔다. 이번 개정안이 우리의 권리가 기재부의 예산으로 제대로 보장되도록 하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비마이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