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사회보장 정비방안’으로 지자체 활동지원 추가지원 잇따라 중단
인천시 ‘활동지원 24시간’ 중단으로 2018년 권오진 씨 사망
지난 17일, 인천시청 앞에서 4주기 추모제에서 열려
[편집자 주] 2015년 박근혜 정부는 지자체 복지사업 중 유사·중복사업을 통폐합하는 ‘사회보장 정비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로 인해 지자체에서 최중증 사지마비장애인에게 추가로 지원하는 활동지원서비스가 잇따라 중단됐습니다. 2016년 2월, 인천시가 활동지원서비스 중단을 선언하면서 가평 꽃동네에서 탈시설한 권오진 씨의 활동지원 시간은 하루 24시간에서 14시간으로 축소됐습니다. 권 씨의 건강은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욕창이 심해져 요양병원으로 들어갔으나 2018년 6월 17일 결국 패혈증으로 사망했습니다.
지난 17일 인천시청 앞에서 ‘권오진 열사 4주기 추모제’가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최로 열렸습니다. 살아생전 고인과 함께 야학에 다니고, 인천시의 활동지원 24시간 중단을 규탄하며 1인 시위했던 유명자 씨가 고인을 추모하는 글을 낭독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탈시설 10년 차 민들레장애인야학 학생 유명자입니다.
오진 오빠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용기를 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오빠, 안녕?
우리가 처음 만난 곳은 가평 꽃동네.
기억하고 싶지 않고 다시는 발도 디디고 싶지 않은 곳. 몇 명인지 숫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좁은 공간에서 부대끼며 살았지.
가끔씩 오는 사람들은 경치가 좋다느니, 우리의 마음은 모른 상태에서 하는 말들에 화도 많이 났었는데…
10년 전에 시설이 아닌 민들레야학에서 다시 만날 때 너무 좋았어.
오빠, 그거 알아?
오빠 처음 봤을 때 인상 때문에 내가 정말 무서워했던 거.
알고 보니 동생들을 잘 챙겨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말이야.
인천시에서 활동지원 24시간 세 명 지원한다고 했을 때 오빠랑 나, 그리고 모르는 사람 한 명.
그중 우리 둘이 되다니, 난 너무 좋았어. 꿈만 같았어. 오빠도 좋아했던 거 생각난다.
등 긁고 싶은데 못 긁고, 물 마시고 싶은데 못 마시고, 신변처리에 대한 걱정, 체위 변경 걱정, 활동지원사 없는 시간에 혹시나 불이 날까? 혹시나 아파서 전화도 못 하는 상황에 이대로 죽는 건가? 했던 시간들. 지금은 생각도 하기 싫어.
그런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인천시가 갑자기 24시간을 중단한다고 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
다시 24시간을 보장받기 위해 추운 날씨 속에 오빠랑 나랑 1인 시위도 했었는데.
사실은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1인 시위에 두려웠는데 오빠랑 같이 할 수 있어서 너무 든든했어.
결국은 우리의 1인 시위가 헛되이 되고 말았지만…
그래서 오빠가 우리 곁을 떠나는 상황이 생겼고…
그때 포기하지 말고 24시간 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할 걸 하는 후회도 하고, 오빠의 희생으로 지금 나만 누리고 있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하기도 해.
떡을 좋아하는 우리 오빠, 같이 여행 한 번 못 가본 게 너무 슬프네.
밤이면 밤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활동지원사 없는 시간에 얼마나 두려웠을까?
나 또한 그런 나날들을 보내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오빠!
오빠한테 이런 부탁해서 정말 미안한데 만약에 예전처럼 24시간이 끊긴다면 나는 못살 것 같아.
그래서 오빠가 만들어준 24시간 중단되지 않도록 하늘나라에서도 끝까지 지켜줘.
나도 여기에서 나를 비롯해 24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오빠 대신 열심히 활동하면서 오빠가 나를 지켜준 것처럼 나도 다른 사람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할게.
- 오빠 때문에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동생 명자가
필자 소개
유명자 님은 인천 민들레장애인야학 학생입니다. 야학에서 미술과 문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