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반 건축물, 원래 옥상이었을 공간에 누워 있으면 벽에서 바람이 불어와 커튼이 휘날렸다.’
‘내가 살던 집 건너편에 성범죄가 일어났다. 그런데 CCTV를 설치해줄 수 없단다. 나무로 된 창문이라 잠금장치도 달 수 없단다. 뜬눈으로 밤새야지, 뭐 어쩌겠어.’
영하 5도를 밑도는 22일 서울역 광장, 집 없고 가난한 여성들이 전시회를 열었다. 흰 도화지 위에는 따뜻한 잠자리와 밥 한 끼로 시작하는 여성홈리스의 바람이 차곡차곡 포개졌다. 여성홈리스 6명은 이날 작가가 되어 그동안 살아낸 삶의 비루함과 앞으로 살아낼 삶의 희망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여성홈리스라는 렌즈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이들은 우리 곁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들이 살아가려면 어떤 삶의 조건이 갖춰져야 할까.’
쉽지 않은 질문에 답을 구하는 일은 동료 시민인 우리 모두의 몫이다. ‘2022 홈리스 추모제’를 앞두고 열린 전시회 ‘여성홈리스가 나눈 집 이야기’를 사진으로 전한다.
22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여성홈리스가 나눈 집 이야기’ 전시회가 2022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 주최로 열렸다. 여성홈리스 6인이 직접 만든 ‘심리지도’, ‘소중한 물건 사용설명서’, ‘내가 살고 싶은 집’ 등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복건우
홈리스뉴스 107호 ‘여성홈리스, 빈곤과 젠더의 교차점에서’ 종이 지면이 철제 부스 한쪽에 배치되어 있다. 사진 복건우
철제 부스 위에 ‘여성홈리스가 나눈 집 이야기’ 전시 서문이 노란 장미와 함께 놓여 있다. 이날 전시회에는 10대부터 60대까지 6명의 여성홈리스가 작가로 참여해 저마다의 홈리스 경험과 고민을 나누고 풀어냈다. 사진 복건우
여성홈리스 당사자 지수(가명) 씨의 ‘소중한 물건 사용설명서’ 워크숍 작품이 서울역 광장에 전시되어 있다. 그는 반지, 열쇠, 머리끈 등을 담을 수 있는 반짇고리를 가장 소중한 물건으로 꼽았다. 사진 복건우
‘여성홈리스가 나눈 집 이야기’ 전시 중 여성홈리스 당사자 지수(가명) 씨가 그린 심리지도. 곰팡이를 연상시키는 붉은 배경 위에 그가 머물렀던 거처들이 글과 그림으로 묘사되어 있다. ‘내가 그나마 마련할 수 있는 집에는 곰팡이 친구가 있다’, ‘에어컨을 많이 켜서 관리비를 더 내야 했던 여름’ 등이 붉은 글씨로 적혀 있다. 사진 복건우
‘여성홈리스가 나눈 집 이야기’ 전시 중 여성홈리스 당사자 로즈마리(가명) 씨가 그린 심리지도. 작품 왼쪽으로 서울역 대합실에서 휴식을 취하는 홈리스의 모습이 보인다. 역사 바깥에는 형형색색의 우산으로 가려놓은 홈리스의 짐가방이 보인다. 모두 홈리스의 삶에 꼭 필요한 살림살이다. 사진 복건우
‘여성홈리스가 나눈 집 이야기’ 전시 중 여성홈리스 당사자 사계절(가명) 씨의 ‘소중한 물건 사용설명서’를 한 시민이 휴대폰 카메라로 찍고 있다. 작품에는 무지개가 펼쳐진 서울역 전경을 직접 찍어 프린트한 사진과 글이 담겨 있다. 사진 복건우
‘여성홈리스가 나눈 집 이야기’ 전시회 부스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에 한 홈리스가 달아 놓은 분홍색 메모지가 보인다. ‘2023년에는 제가 이루지 못한 꿈을 꼭 이루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사진 복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