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탑승 차단 후 강제퇴거
앰프 압수까지… 활동가 상처 입기도
전장연, 총선장차연 출범 후 ‘총선 투쟁’ 예고
“오세훈 대화 나선다면 57차 투쟁 보류할 것”

방패로 무장한 경찰 여러 명이 이규식 서울장차연 대표의 지하철 탑승을 막고 있다. 사진 하민지
방패로 무장한 경찰 여러 명이 이규식 서울장차연 대표의 지하철 탑승을 막고 있다. 사진 하민지

오늘(2일)도 다 끌려났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2일 오전 8시, 4호선 동대문역·성신여대입구역·한성대입구역·혜화역에서 56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투쟁을 벌였다. 서울교통공사의 폭력적인 강제퇴거로 인해 오늘도 지하철에 탑승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8시 반부터 강제퇴거가 시작되자 전장연은 9시부터 혜화역 2번 출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금까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목표로 출근길 지하철 투쟁을 전개해 왔으나, 앞으로는 ‘총선 장애인 시민권 보장’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복원하면 출근길 지하철 투쟁을 멈추겠다고 전했다.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방패를 이용해 이형숙 서울장차연 대표의 지하철 탑승을 막아서고 있다. 사진 하민지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방패를 이용해 이형숙 서울장차연 대표의 지하철 탑승을 막아서고 있다. 사진 하민지

- 서울교통공사 “탑승 안 돼! 막아!”

전장연은 2일 오전 8시, 4호선 동대문역·성신여대입구역·한성대입구역·혜화역으로 흩어져 56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투쟁을 전개했다. 동대문역·성신여대입구역·한성대입구역에서 탑승해 혜화역으로 모두 모이는 일정이었다.

성신여대입구역에 집결한 활동가들은 열차 내에서 선전물을 들지 않는 조건으로 혜화역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러나 혜화역에서는 탑승을 원천 차단당했다. 동대문역에서 탑승한 활동가들은 엘리베이터 갈아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한성대입구역에 하차했지만 재탑승은 허용되지 않았다. 서울교통공사는 ‘시위 장소 이동’을 사유로 탑승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많은 활동가가 모여 있던 혜화역에서는 서울교통공사의 폭력이 오늘도 극심했다. 최영도 서울교통공사 고객안전지원센터장은 거듭 “탑승 안 돼! 막아!”라고 고성을 질렀다. 이에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은 휠체어 이용 활동가들을 방패로 막아서며 탑승을 차단했다.

8시 30분부터는 비장애인 활동가들이 강제퇴거당하기 시작했다. 연대 방문한 시민들까지 전부 퇴거 조치됐다. 활동가들이 폭력적 퇴거 조치에 항의하자 최 센터장은 ‘역사 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불법시위를 하는 자에게 시민의 자유란 없다. 퇴거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처를 입은 활동가의 손가락. 사진 전장연
상처를 입은 활동가의 손가락. 살갗이 찢어진 자리에 피멍이 들었다. 사진 전장연

활동가가 상처를 입는 사고도 있었다. 서울교통공사가 기자회견을 막기 위해 전장연의 앰프를 압수하자 한 활동가가 이에 저항했다. 서울교통공사는 강압적으로 저항을 저지했고, 이 과정 중 한 활동가의 손가락 살갗이 뜯겨 나가고 멍이 들기도 했다.

한 활동가가 “오세훈 서울시장은 혐오정치 중단하고 책임정치 이행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그의 뒤로 오세훈 서울시장의 얼굴이 보인다. 사진 하민지
한 활동가가 “오세훈 서울시장은 혐오정치 중단하고 책임정치 이행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그의 뒤로 오세훈 서울시장의 얼굴이 보인다. 사진 하민지

- 전장연 “총선서 장애시민권 보장하라”… 22일, 57차 투쟁 재개

혜화역 승강장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휠체어 이용 활동가들은 8시 50분쯤부터 자진퇴거했다. 오전 9시, 혜화역 2번 출구 앞에서 ‘총선 투쟁’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발언 중이다. 많은 기자들이 취재 중이다. 사진 하민지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발언 중이다. 많은 기자들이 취재 중이다. 사진 하민지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새해가 밝았지만 오늘 우리는 또 서울교통공사, 경찰에 의해 강제퇴거당하고 지하철에 탑승하지 못했다. 우리가 오죽했으면 지하철 승강장에서 만 3년 동안 우리의 권리를 외쳤을까. 오늘은 시민 여러분께 호소조차 못했다”며 “우리는 오늘 2024총선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총선장차연)를 출범하고 탈시설장애인당(當) 활동을 재개한다. 선거 날인 4월 10일까지 우리는 전국 방방곡곡 찾아다니면서 장애인 권리 보장에 투표해 달라고 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발언 중이다. 사진 하민지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발언 중이다. 사진 하민지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특별교통수단 예산 증액안 271억 원이라도 보장하면 출근길에 지하철 투쟁을 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증액안은 폐기됐다. 오 시장이 ‘혐오정치’가 아니라 ‘책임정치’에 나서면 투쟁을 유보할 수 있다고 다시 말씀드렸다. 그러나 오 시장은 어떤 대화에도 나서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투쟁에 나섰다”고 했다.

박 대표는 “우리는 오늘 총선장차연을 출범하고, 탈시설장애인당(當)은 국회의원 후보를 내서 저희의 정책을 알리면서 시민에게 장애시민의 권리를 호소할 예정이다. 또한 오 시장이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복원하지 않고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는 22일 오전 8시에 57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총선 장애시민권 보장’과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복구를 요구하며 매일 오전 8시 혜화역 선전전과 오후 6시, 서울 곳곳에서 ‘방방곡곡 선전전’을 진행할 것이라 전했다. 오전 8시 선전전은 2일로 500회를 맞았다.

송지연 피플퍼스트성북센터 소장이 “우리 모두의 권리는 연결되어 있다. 교육받을 권리, 이동할 권리, 탈시설 권리, 노동할 권리, 동등할 권리”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
송지연 피플퍼스트성북센터 소장이 “우리 모두의 권리는 연결되어 있다. 교육받을 권리, 이동할 권리, 탈시설 권리, 노동할 권리, 동등할 권리”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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