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남긴 질문들⑥

[편집자 주] 코로나19 팬데믹은 한국 사회에 많은 질문을 남겼다. 왜 불평등은 더 심해지는가? 왜 혐오와 차별은 일상이 되었나? 감염병은 취약한 이들의 삶을 어떻게 관통했는가? 코로나19로 3만 6천 명이 넘는 소중한 생명을 잃었는데 왜 우리 사회는 무감각한 것일까? 부족한 병상과 의료 체계의 공백을 메웠던 공공병원은 왜 외면당하는가? ‘아프면 쉬자’는 이야기는 어떻게 사라져 버렸나?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에서는 지난 3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이 질문들에 대한 해법을 인권을 중심으로 모색하는 7회차의 연속 기고를 기획했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는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지 성찰하고, 앞으로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2020년 7월 2일 진행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집회 금지 규탄 기자회견’. 서울시를 비롯한 각 자치구의 집회 금지 고시로 집회의 권리를 침해받은 당사자와 연대자들이 거리두기를 하며 진행되었다. 사진 공권력감시대응팀
2020년 7월 2일 진행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집회 금지 규탄 기자회견’. 서울시를 비롯한 각 자치구의 집회 금지 고시로 집회의 권리를 침해받은 당사자와 연대자들이 거리두기를 하며 진행되었다. 사진 공권력감시대응팀

- 모이면 범죄, 방역의 해악으로 지목된 집회의 권리

“인천시의 조치는 집회장소, 집회시간, 방법을 불문하고 10인 이상의 옥외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고 그 제한시점도 2020. 11. 24.부터 별도 해제 시까지 무제한이라고 정하고 있는바,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여 시민의 보건을 확보할 필요성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과도한 제한에 해당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

2023년 12월 20일, 인천지방법원은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의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아래 감염병예방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활동가들이 ‘무죄’라는 결과는 기뻤고, 방역을 이유로 한 인천시의 집회 금지 고시가 ‘위법’이라는 판단은 통쾌했다. 정식 재판을 청구해 따져보길 잘했다는 뿌듯함도 있었다. 약식명령에 따른 벌금을 내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부당한 조치라고 생각했던 집회 금지 고시에 대해 법적 싸움을 벌여준 이들이 고마웠다.

사건의 시작은 3년 전인 2021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15인은 수도권 최하위의 저상버스 도입률을 기록하고 있는 인천시에 대한 항의 행동으로 인천시청 건너편 버스 정류장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가 시작되고 5분여가 지나 경찰의 중재로 인천시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찾아왔고, 이후 면담을 약속받은 뒤 평화롭게 해산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2022년 9월 활동가 3인이 집시법(미신고 집회)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다행히 이들은 무죄가 되었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 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처벌받거나 긴 시간 재판을 이어온 사람들은 또 얼마나 될까? 처벌이 따를 것을 알면서도 집회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사정이 무엇인지는 알려졌을까? 그리고 상당한 시간이 흐른 지금, 그 절박한 사정은 좀 나아졌을까?

‘코로나 1호 정리해고 사건’으로 불리는 사태가 있었다. 아시아나항공의 수화물 처리와 기내 청소를 담당하는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를 이유로 2020년 5월 집단 해고됐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앞에서 부당한 해고에 항의하는 집회를 하려 했지만, 종로구청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한다며 종로 일대를 집회 금지 구역으로 지정했다. 해고 노동자들에게 선택지는 두 가지밖에 없었다. 집회를 포기하거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감수하며 집회를 여는 것.

감염병 확산의 상황에서 안전하게 집회를 진행할 방법을 마련하려는 정부의 노력이나 조치는 전무했다. 결국 해고자들은 부당 해고에 맞서 회사와 싸우는 것뿐만 아니라 구청의 집회 금지 조치와도 싸워야 했다. 집회제한고시처분 취소소송 재판에서 판사는 “구청이 구체적·개별적 사정에 대한 어떠한 여지도 두지 아니한 채 집회 장소를 포함해 그 일대에 대해 전면적·일률적으로 집회를 금지”했다며 구청이 집회의 권리를 침해했음을 적시했다. 그러나 이 판결은 이미 종로구 고시가 해제된 뒤인 2021년 12월에 이루어졌다. 게다가 이런 판결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2022년 5월 집시법과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집회를 개최한 노동자들을 기소했다.

노동자들의 해고무효 확정 판결은 회사의 항소로 대법원까지 가야 했다. 해고된 지 997일 만이다. 그 사이 노동자들은 정년을 맞거나 짧은 복직 이후 정년이 되었다. 감염병의 위기는 공중보건의 위기만이 아니었다. 부당하게 해고되거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을 중단해야 했던 노동자, 방역을 위한 지원에서 배제된 이주민, 의료공백의 상황을 마주한 환자, 시설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장애인과 노인, 생계가 막막해진 자영업자 등 코로나19는 우리 사회 곳곳을, 삶의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 위기에 처한 이들은 스스로를 구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나 속수무책의 상황에서 집회마저 금지되면서 목소리를 낼 기회마저 사라졌다.

서울시의 집회 금지 지도. 2020년 2월 26일 서울시는 서울역광장, 서울광장, 청계광장, 광화문광장, 효자동삼거리 신문로 및 주변 인도, 종로 1가 도로 및 주변 인도에서의 집회를 전면 금지했다. 서울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병예방법 제49조에 근거해 이런 조치를 했다고 밝혔으며 무기한 유지되었다. 이미지 출처 서울시
서울시의 집회 금지 지도. 2020년 2월 26일 서울시는 서울역광장, 서울광장, 청계광장, 광화문광장, 효자동삼거리 신문로 및 주변 인도, 종로 1가 도로 및 주변 인도에서의 집회를 전면 금지했다. 서울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병예방법 제49조에 근거해 이런 조치를 했다고 밝혔으며 무기한 유지되었다. 이미지 출처 서울시

- 우리는 더 모이고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집회는 이렇게 가진 것 없는 사람들에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자 행동이다. 때로는 서러운 울음이었다가 항의의 고함이 되기도 하고,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는 호소였다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비명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함께 울고 항의하며 손잡아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간절한 몸짓이기도 하다. 그런데 감염병의 시대에 우리는 곁에 서길 두려워했고, 이 몸짓을 외면하거나 미루기를 종용하며 비난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과 다름없이 ‘안전’한 삶을 바랐던 이들에게 정말 두려웠던 것은 벌금이 아니었을 것 같다. 생존이 위협받는 현실과 막다른 곳에 놓였다는 위기감, 그리고 아무도 돌아봐 주지 않는 고립감이 더 두렵지 않았을까? 불확실한 삶을 버텨야 했던 이들에게 ‘안전’은 어떤 의미였을까?

감염병의 시대를 지나오며 우리 사회의 빈틈이 선명하게 보였다. 한국 사회가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의 가치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다. 집회의 권리가 맥없이 허물어진 것은 그만큼 권리가 탄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들 사이에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감각이 증폭될 때 그 사이에는 두려움도 들어찼다.

이 두려움의 공간을 장악한 것은 ‘코로나와의 전쟁’을 치루는 말들이기도 했다. 대통령이 “코로나 전쟁 반드시 승리하자”며 정부를 믿어달라고 요청하고,1) 총리는 “전쟁에 준하는 사태”라며 “불법행위자 즉시 검거”를 주문하고,2) 클럽과 지역에서 코로나 확산이 우려되면 “감염폭탄 막아”내자며 경찰과 정부가 합동단속을 실시하고3) “확진자 부주의·무책임이 폭탄”이라며 비난했다.4) 집회가 예정되면 “법·제도가 허용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며 집회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인권활동가들은 “우리는 더 모이고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모두가 ‘안전’한 삶에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또 다른 감염병이 찾아온다면 사람들의 연대와 삶의 연결이 중요하다고, 집회의 권리가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더 적극적으로 말해야겠다. 전쟁의 말이 아니라 연결과 돌봄의 말, 서로의 삶을 지킬 수 있는 말로 사람들의 ‘사이’를 채우고 싶다.


1) 허세민, 「文 “지역감염 확진자 수 4명... 코로나 전쟁 반드시 승리하자”」, 『서울경제』, 2020. 7. 20.
2) 김유진, 「정세균 “전쟁에 준하는 사태... 불법행위자 즉시 검거”」, 『경향신문』, 2020. 9. 27. 
3) 서혜림, 「“핼러윈발 클럽 감염폭탄 막아라”... 경찰·서울시 합동단속」, 『뉴스1』, 2020. 10. 27.
4) 전원, 「지역감염 주범 누군가 봤더니... ‘확진자 부주의·무책임’이 폭탄」, 『뉴스1』, 2020. 9. 6. 

* 필자 소개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상임활동가이며 공권력감시대응팀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비마이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