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공지영 씨, 김용목 목사 등 이야기 마당 펼쳐
"이번만큼은 꼭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시킬 것"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그들의 가벼운 형량이 수화로 통역되는 순간 법정은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는 기사를 보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마치 내 귀에 그들의 울음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오는 것 같았다"
공지영 소설가가 '도가니'를 써내려가기 시작한 것은 신문기사로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접하고 청각장애인들의 흐느낌을 전해들었던 것에서 출발한다. '도가니'를 통해 한 작가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던 이들의 울음소리는 영화 '도가니'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돼 그들을 울리고 분노로 들끓게 하기에 이르렀다. 광주 인화학교 사건해결과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위한 목소리가 사회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는 '분노의 도가니'를 '환희의 도가니'로 만들기 위해 광주 인화학교 졸업생을 비롯한 200여 명의 시민이 '바위처럼'을 열창했다.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이들은 박수로 함께했다. 참가자들은
'광주인화학교사건해결과 사회복지사업법개정을 위한 도가니대책위원회'가 주최한 '광주 인화학교 사건해결과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염원하는 시민문화제'가 12일 늦은 7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렸다.
![]() ▲'광주 인화학교 사건해결과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염원하는 시민문화제'가 12일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렸다. 이야기 마당에 참석한 공지영 작가가 소설 '도가니' 집필배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가해자들을 양심의 법정에 다시 세우고 싶었다"
첫 번째 이야기 마당에 참석한 공지영 소설가는 "소설이라는 것이 정치, 언론, 역사가 걸러내지 못한 미세하고 구체적 현실을 통해 전체를 다시 재조명하는 기능이 있다"라면서 "가해자들을 양심의 법정에 다시 세우고 싶었고, 그것이 작가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 소설가는 "소설을 쓰고 난 뒤, 많은 변화를 겪었고 무엇보다도 청각장애인의 처지에서 생각하게 되면서 시각도 자연스럽게 바뀌었다"라면서 "이번에 추진되는 사회복지사업법에 도가니 방지법이란 이름이 붙여지게 된다는데 작가로서는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광주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 김용목 목사는 "이 문제의 완전한 해결은 가해자 몇 사람 징역 살게 하는 걸로 해결될 수 없다"라면서 "폐쇄된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살아가는 곳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로 사회복지 시설, 운영법인의 구조적 변화 없인 바뀌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이번만큼은 꼭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시킬 것"
영화의 이야기가 아닌 영화 '도가니'가 바로 자신의 삶이었던 이들의 이야기도 뒤를 이었다. 중증장애인 현장글쓰기모임 '글텍'에서 활동하는 정은주 씨는 무대에 올라 시설에서 생활하다 나온 한 중증장애인의 글을 낭독했다.
정 활동가는 2006년 사회복지법인의 비리척결을 위해 중증장애인들이 거리로 나섰을 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던 그들의 외침을, 지금 '도가니' 열풍에 휩싸인 세상을 향해 다시 한번 전달했다.
![]() ▲ 중증장애인 현장글쓰기모임 '글텍'에서 활동하는 정은주 씨가 시설에서 생활하다 나온 한 중증장애인의 글을 낭송하고 있다. |
"2006년, 2007년 문제를 해결하고자 사회복지법인의 비리척결과 시설 내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싸움이 진행되었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만들어보자고 사회복지사업법개정안을 냈지만, 국회의원들 손에서 폐기되었습니다. 허망하게도 결국 시설에 사는 많은 사람의 몸부림은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해결책을 찾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시설에서 수십 년을 살아왔고, 시설의 문제에 맞서 십수 년을 싸워왔습니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 우리 모두 분노할 바로 지금의 이 순간을 기다려왔습니다. 우리, 이번만큼은 꼭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시킬 것입니다. 5년 전 그날,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반대하던 시설장들, 우리에게 "너희가 자꾸 그런 식으로 나오면 시설문 닫고 장애인들을 복지부 앞에 풀어놓겠다'라고 협박했던 시설장들의 얼굴과 목소리와 힘에 더 이상은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마당에서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은 "17대 국회에서 아무리 해도 되지 않던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도가니' 소설과 영화 한 편으로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라면서 "사회 약자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은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7년여의 시설비리 투쟁 끝에 민주적인 운영에 들어간 에바다학교 권오일 교장은 "사회복지사업법을 통해 이사정원 1/3 이상의 공익이사제 도입하려고 했을 때 한나라당과 한국사회복지법인대표이사협의회가 법인 운영의 자율성이 침해 된다며 목숨 걸고 반대했다"라면서 "인화학교가 문제가 법인 자율성이 부족해서 발생했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권 교장은 "1/3의 공익이사들이 이사회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공익이사들의 이사회 참석만으로도 시설의 비리가 낱낱이 밝혀지는 걸 그들은 두려워하는 것"이라며 "영화 '도가니'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지금 반드시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시켜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야기 마당이 끝나자 마로니에공원은 분노의 도가니를 환희의 도가니로 만들기 위한 기타 선율이 울려 퍼졌다. 강허달림, 백자, 1000/40, 연영석 씨 등이 무대에 올라 광주 인화학교 사건해결과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염원하는 문화공연을 펼쳤다.
이어 이날 마무리 발언을 위해 무대에 오른 장애인차별추진연대 박김영희 대표는 도가니 현상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도 남겨져 있을 '숙제'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도가니 현상이 휩쓸고 지나간 가니 바람이 지나가면 다시 국민의 관심은 사라질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분노의 도가니를 환희의 도가니로 만들기 위한 숙제가 남겨져 있습니다. 환희의 도가니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사업법이 개정되어야만 합니다. 오늘 문화제는 바로 우리의 숙제를 기억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 ▲'광주 인화학교 사건해결과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염원하는 시민문화제'에 참석한 인화학교 졸업생 등 200여 명의 시민. |
![]() ▲ 문화 공연을 펼치고 있는 '1000/40'. |
![]() ▲ 문화노동자 연영석 씨가 '간절히'를 열창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