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활동가, 경찰에 침 뱉어 연행” 경찰발 기사 쏟아져
사실 확인해 보니…
“뇌병변장애로 입안에 고여 있던 침, 흐른 것”
“경찰이 장애에 대한 이해 있다면 범죄 행위로 봤을까”
“고의성 있더라도 현장 체포할 만한 중한 사안인지 의문”

 

2일, “지하철 시위하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활동가가 경찰관에 침을 뱉어 연행됐다”는 경찰발 기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비마이너 취재 결과, 현장 상황은 달랐다. 중증 뇌병변장애로 입안에 고여 있던 침이 흘러나오면서 발생한 일이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활동가와 경찰 조사를 지원한 변호사는 “경찰이 뇌병변장애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2일 오전 8시, 용산역에서 동묘앞역까지 전장연 활동가들이 출근길 지하철 포체투지를 진행했다. 동묘앞역에서 포체투지한 김아무개 씨에게 경찰이 다가왔다.

- 경비과장 : 경비과장입니다. (장애인 당사자를 향해) 자, 우리 선생님, 우리 경찰관한테 침을 뱉었어요. 침을 뱉은 것은 폭행에 해당됩니다. 폭행에,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하겠습니다.

김 씨는 발달장애와 뇌병변장애를 갖고 있는 중증중복장애인이었다. 그는 현장에서 울부짖으며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결국 연행되어 성북경찰서로 이송됐다. 연행 당시 김 씨를 지원한 대구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정환 활동가는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그때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 김정환 활동가 : 용산역에서 동묘앞역 방향으로 포체투지를 진행하고 계셨고, (서울교통)공사분들이랑 경찰관들 오시고 나면서 열차 안이 굉장히 소란스러워졌어요. 활동가들이 막 들려 나가고 실랑이를 하는 중에, 언어장애로 긴장을 한 탓에 입을 못 벌리고 계시다가 침이 고여 있는 상태였거든요. 그러다가 내리면서 경찰이랑 마주했는데, 약간 구토하듯이 침이 뿜어져 나온 거예요. 그때부터 (경찰이) 이제 ‘공무집행방해로 현행범 체포하겠다.’

지적장애와 뇌병변장애를 같이 가지고 계시고, 뇌병변장애 때문에 언어로 표현하는게 많이 어눌하시고 성량 조절이 안 돼서, 익숙하지 않은 분이 들으면 고함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경찰한테 연행된다는 얘기 들을 때 엄청 불안하셔서 흐느껴 우시고. 의도하지 않은 상황인데 경찰은 마치 의도한 것처럼 얘기하니까 그것 때문에 마음을 상해하셨고. 현장에서는 경찰관한테 직접 사과하기도 했는데 경찰에서는 일방적으로 연행을 해버리신 거죠.

김 씨의 경찰 조사를 조력한 김병욱 변호사는 경찰이 증거자료로 제출한 현장 영상을 확인했다. 김 변호사는 “일반인의 상식 수준에서 봤을 때도 고의성이 없다고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경찰이 장애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이를 범죄행위로 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행범으로 체포할 만큼의 중한 상황이었는지도 의문”이라며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를 지적했다.

- 김병욱 변호사(법무법인 두율, 민변 집회시위 인권침해감시변호인단) : 이 사안 같은 경우는 당사자분이 고의로 침을 뱉으려고 한 행위조차도 아니어서 혐의가 저희가 볼 때는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피해 경찰관이 제출한 증거 영상을 보여줬는데, 굉장히 짧은 영상이에요. 김 씨가 침을 뱉게 되는 상황이 찍혀 있는데 제가 볼 때도 이동 중에 입에 고여 있던 침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상황이었고, 경찰을 향해서 일부러 침을 뱉는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 비마이너 기자 : 근데 그 상황을 경찰은 ‘고의적으로 침을 뱉었다’라고 주장하는 건가요?

- 김병욱 변호사 : 피해자가 그렇게 주장하고 조사 과정에서 수사관의 질문 의도도 그걸 전제하고 물어보는 것 같았어요.

침이 어쨌건 한두 방울 튀긴 건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경찰이 굉장히 아마 좀 혐오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고요. 그러면서 그 피해 상황 전후로 해서 계속 피의자 김 씨 근처를 맴돌면서 ‘그런 피해를 나한테 끼쳤다’ 이런 식의 의사표현을 계속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경찰관 개인이 주관적으로 본인이 피해를 입었다고 좀 강하게 느끼신 게 아닐까.

피해를 주장하는 경찰관이 뇌병변장애에 대해서 좀 더 높은 이해를 지닌 사람이었다면 이거를 범죄 행위로 보았을까라는 사실 의문이 좀 들고요. 그 영상을 일반인의 상식 수준에서 봤을 때도 ‘고의성이 없다’고 충분히 볼 수 있는 그런 행위더라고요.

그런데 이거를 굳이 ‘고의적으로 침을 뱉았다’라고 해석을 해서 본인이 피해를 입었다라고 주장하면서 공무집행 방해로 체포까지 하는 상황이, 당연히 저는 범죄 성립에 경찰관분의 장애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떨어지는 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설령 그 행위가 고의로 침을 뱉은 행위라고 하더라도 이게 과연 현장에서 현행범 체포를 할 정도의 중한 사안이었는지 사실 조금 의문입니다.

체포된 김 씨가 성북경찰서로 이송되는 과정에서도 문제는 발생했다. 경찰은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특장차 사용법을 몰라서 김정환 활동가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김 씨를 이송할 수 있었다. 김 씨는 당일 저녁 7시에 석방됐다.

 

취재 : 전장연TV, 비마이너 강혜민 기자 
촬영·편집 : 전장연TV  
제작 : 비마이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비마이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