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1억 내라고?” 주민세 종업원분 ‘세금폭탄’ 맞은 IL센터들
‘활동지원사업 인건비’ 1억 5천 넘으면 0.5% 세금 청구
법인은 면세, IL센터는 세금폭탄… “조세평등원칙 위배”
행정소송 1심 판결 앞두고 IL센터들 “문 닫아야 하나”
서울시 관악구에 있는 A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A센터)는 지난 2021년 5월 관악구청으로부터 믿기 힘든 납세고지서를 받았다. ‘주민세 종업원분’에 대한 과세통지였다. 관악구청은 2016년 1월부터 통지 당시까지 61건에 대해 1억 3384만 9720원의 세금을 내라고 A센터에 통보했다. A센터는 서울시와 관악구에 지속해서 이의신청을 하고 조세심판청구를 했으나 문제 해결은 쉽지 않았다. 2016년~2019년까지 청구된 주민세 종업원분은 각하됐지만, 2020년 1월~2021년 1월분(3701만 1320원)에 대해서는 인정된 것이다.
2023년 1월, A센터는 “이러한 과세 처분은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 사이 A센터가 내야 하는 세금은 쌓이고, ‘불성실가산세’까지 붙어 영세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IL센터)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지난 7월에는 종로구에 있는 B센터(아래 B센터)도 ‘주민세 종업원분’에 대한 행정소송에 참여하게 됐다. 현재 서울에 있는 다른 IL센터들도 행정심판을 위한 사전 단계인 이의제기와 조세심판청구 절차를 밟고 있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활동지원 인건비’ 1억 5천 넘는 IL센터에 0.5% 세금 청구
주민세 종업원분이란 기관의 ‘종업원급여총액’을 과세 기준으로 삼아 사업장에 부과하는 지방세의 일종이다. 기관의 월평균 인건비가 1억 5천만 원이 넘으면 0.5%의 세금이 주민세 종업원분으로 부과된다. 문제는 보건복지부로부터 활동지원사업을 수탁받아 운영하는 IL센터에도 그대로 적용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활동지원서비스를 민간에 위탁하여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중개기관에 보조금만 지급할 뿐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활동지원서비스가 민간에 떠맡겨진 상황에서 IL센터와 같은 중개기관은 활동지원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을 활동지원사에게 연결해주고 약간의 수수료만 받을 뿐 보조금 대부분은 활동지원사 인건비로 지출된다. 수수료에는 활동지원사 퇴직금, 4대 보험, 주휴수당, 활동지원사업 담당 인력의 인건비 등이 포함되어 있어 실제 중개기관에 남는 수익은 거의 없다. 애초에 수익사업이 아니기에 수익을 남길 수 없는 구조다. 그런데 이러한 활동지원사 인건비가 ‘과세 기준’이 된 것이다.
이러한 일이 발생한 배경에는 2020년 1월 개정된 지방세특례제한법이 있다. 지방세특례제한법은 일몰제(법률이나 각종 규제의 효력이 일정 기간 지나면 자동으로 없어지게 한 제도)로 3년에 한 번씩 개정된다.
2016~2019년에는 지방세특례제한법 22조에서 세금 면제 대상 범위를 “사회복지법인과 양로원, 보육원, 모자원, 한센병자 치료보호시설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회복지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라고 열어두었다. 이를 근거로 2017년 대전지법에서는 활동지원기관이 주민세 감면대상이 된다고 판결하기도 했다(2017구합103190).
하지만 당시에도 IL센터가 면세 대상이라는 명확한 해석이 부재하여 서울에 있는 일부 IL센터에 세금이 부과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가 서울시에 질의한 결과, “IL센터는 사회복지사업을 제공하는 비영리민간단체 또는 법인으로 판단되어 면세 대상에 포함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2020년 1월 15일 개정된 법과 시행령에선 감면대상이 사회복지사업 기관이 아닌 ‘사회복지법인’ 중심으로 축소됐다. 관악구청은 이를 근거로 “IL센터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법인 또는 단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관악구에 있는 IL센터들에 세금을 청구했다. 개정된 법을 근거로 서울시도 입장을 바꿔 “IL센터는 사회복지법인이 아니며,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단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세금폭탄’을 맞은 IL센터들의 지속적인 문제제기로 2023년 3월 14일에 법과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주민세 종업원분 면제 대상에 IL센터가 다시 포함됐다. 법에 “활동지원기관을 설치·운영하는 법인·단체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법인·단체”가 명시되면서 IL센터들은 2023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주민세 종업원분을 다시 면제받게 됐다.
- 법인은 면세, IL센터는 세금폭탄… “조세평등의원칙 위배”
문제는 2020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의 주민세 종업원분이다. 같은 활동지원사업을 하더라도 사회복지법인이면 세금을 면제받는데, 비영리민간단체인 IL센터에는 세금이 부과된 것이다. 그러나 모든 IL센터에 세금이 부과된 것도 아니다. 관할 지자체로부터 청구받은 곳도 있고, 청구받지 않은 곳도 있다.
지난 5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소속 IL센터 94개 대상으로 2020~2022년 주민세 종업원분이 청구된 곳을 조사했다. 94개 IL센터 중 주민세 종업원분 과세 대상이 되는 곳은 58개소다. 그러나 58개소 중 과세 통지를 받지 않은 곳이 35개소로 더 많았다. 과세 통지서를 받은 IL센터는 23곳으로, 주로 서울 지역에 과세 부과가 집중됐다. 그러나 서울에서도 7개 자치구(9개 IL센터)에서는 과세 통지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원고 소송대리인 김정환 법무법인도담 변호사는 “조세평등의원칙에 따라 모든 국민은 조세와 관련해 평등하게 취급하고 조세부담은 국민의 조세부담능력에 따라 공평하게 배분되어야 한다”면서 “여러 지자체에선 비과세를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처분은 조세평등의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IL센터는 법인 등록을 하지 않았을 뿐 법인격을 가진 경우와 그 실질에서 전혀 차이가 없음에도 감면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위법하다”고도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사회복지법인에 대해 세금을 면제해주는 목적은 (과거 국회 회의록에도 나오듯)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 분야에 대한 지방세 세제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면서 “IL센터를 배제하는 것은 이러한 법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3년 법 개정으로 다시 주민세를 면제받게 된 상황을 언급하며 “IL센터에 주민세를 부과하는 것이 다른 사회복지법인과 비교했을 때 차별적 요소가 있다는 점이 반성적으로 인정된 것”이라면서 2020~2022년 동안의 주민세 부과는 예외적인 것으로 보아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체납자 신세’ 된 IL센터들, 부과된 세금 1억 넘어
두 센터는 현재 IL센터에 대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탄압을 걱정하며 익명을 요청했다. 비마이너는 A센터‧B센터의 담당 자치구인 관악구청, 종로구청에 2020년 1월~2022년 12월까지 부과된 주민세 종업원분과 불성실가산세를 문의했으나 “개인정보라 알려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행정소송에선 3년 치 세금이 아닌 조세심판청구에서 다룬 일부 기간에 대해서만 다툰다. 해당 세금에 대한 부과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나면 전체 기간에 대한 위법성이 인정되어 3년 치 세금 부과가 자동 취소되기 때문이다.
전체 규모는 대략적인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A센터의 경우, 내야 하는 세금이 1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확인된 세금만 3701만 1320원(조세심판청구 금액, 2020년 1월~2021년 1월분)에 더해 5193만 8680원(2021년 8월~2022년 11월분)이다. 여기에 불성실가산세까지 붙는다. B센터 또한 납부해야 할 세금이 1억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B센터는 2022년 5월에 1000만 원에 이르는 가산세를 포함해 3998만 4650원(2020년 1월~2021년 1월분)을 부과받았다.
오아무개 A센터 부소장은 “IL센터는 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이 운영하는 기관이라 재원이 넉넉지 않다. 활동지원사업을 하며 근근이 운영하는데 막대한 세금까지 부과하면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하다. 만약 패소해서 통장 가압류가 들어오면 당장 활동지원사 급여를 못 주게 된다”며 무거운 마음을 털어놨다.
세금이 체납되다 보니 내외부적인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IL센터는 지자체에서 하는 장애인 관련 공모사업에 많이 참여하는데 이때 주민세 완납증명서를 내야 한다. 그런데 주민세가 체납되다 보니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2022년엔 A센터 차량에 가압류가 들어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오 부소장은 “이 세금은 형평성의 원칙에 맞지 않다. 너무 억울한 부분이 많다”면서 행정소송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아무개 B센터 소장 또한 “종로구에서 활동지원사업을 하는 다른 사회복지법인과 협동조합은 과세 대상자가 아닌데 우리한테만 세금 내라고 한다. 너무 억울하다. 법이 바뀔 때마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B센터에도 지속해서 독촉장이 날아올 뿐만 아니라, 지난 3월에는 구청으로부터 ‘체납자 명단 공개대상자’임을 알리는 통지서가 날아왔다.
- 행정소송 1심 판결 앞둬… 구청 “안타깝지만 법이 그렇다”
이러한 상황을 구청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관악구청, 종로구청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상윤 관악구청 주민면허세팀장은 “법적인 미비함으로 인해 과세된 것은 유감스러우나 현재 소송 중이라 더는 말씀드릴 게 없다”고 밝혔다. 김종기 종로구 주민세팀장 또한 “서울시, 조세심판원, 행정안전부 등에서 ‘과세하라’고 구청에 지시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 법이 그렇다”고 답했다.
오락가락한 법에 영세한 IL센터들만 궁지에 몰렸다. 정동은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서울시협의회) 사무국장은 “현재 부과된 세금은 IL센터들이 낼 수 없는 규모다. ‘세금 납부’로 판결이 난다면 줄줄이 문 닫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세금이 청구된 다른 IL센터들도 이 소송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8월 30일, 주민세 종업원분 행정소송 1심 마지막 공판이 예정되어 있다.
서울시협의회는 A센터와 함께 2023년 9월에는 지방세특례제한법 22조 1항(2020년 1월 15일 개정되고 2023년 3월 14일 개정되기 전의 구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제기했다. 올해 연말에는 ‘2020년 1월~2022년 12월까지의 주민세 종업원분에 대한 면세를 소급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 개정 운동을 추진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