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 과정과 후속 과제
- IL센터의 시설 편입 담은 장복법 개정, 늦었지만 제대로 된 논의를
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IL센터)의 장애인복지시설 편입을 골자로 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인적으로 법제사법위원회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 내용을 떠나 IL센터(제54조)와 장애인복지시설(제58조)을 구분한 법의 구조는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장애인복지시설의 한 종류로 자립생활지원시설(아래 IL지원시설)을 두고 이를 “IL센터가 수행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시설”이라는 식으로 규정한 모순적인 개정안 자체가 법률로 인정받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이렇다 할 예산도 없이 활동지원서비스 예산을 전용하는 재정 긴축 조치의 일환이 개인예산제로, 시설 거주인의 자립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독립형 주거서비스 제공기관’을 신설하여 시설 정책을 확대‧강화하는 국제법 위반 정책이 탈시설 정책으로 둔갑하는 지금의 상황을 쉽게 간과했다.
IL센터 활동가들은 2000년대 중반 정부가 IL사업을 시범적으로 실시한 이후, IL센터의 독립적 지위 보장 및 기존 사회복지시설과는 차별화되는 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독자적인 옹호‧지원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꾸준히 애써왔다. 비록 개별 정책이나 활동의 방식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IL센터 진영이 IL센터의 정체성과 발전 방향에 대한 기본적 합의를 지니고 있었기에 한국장애인개발원의 2015년 연구(독립적 예산지원 근거 강화 필요)와 2016년 연구(최소 9명의 IL센터 인력 필요와 지방자치단체별 육성 전략 필요)가 결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립생활 지원에 대한 국가의 책무(제53조)나 IL센터의 역할과 지원 근거(제54조)가 더 자세히 장애인복지법에 명문화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IL센터의 법적 지위와 지원 근거가 마련되었음에도 국가 차원의 자립생활 지원계획 수립이나 예산 확보와 같은 기본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 급기야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23~2027)에서마저 ‘IL센터’에 대한 언급이 사라졌다. 그리고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아래 한자연)는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전달체계 법 제도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과 공동 주최하며 IL센터를 장애인복지시설에 편입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IL센터 진영이 추구해 온 기존 복지시설과 차별화된 당사자 중심의 옹호‧지원체계로서의 독립과 안정화 요구는 ‘이제 IL센터가 복지시설로 인정받을 때가 되었다’라는 식의 논리로 대체되었고, 마치 IL센터가 기존 장애인복지시설의 유형 중 하나가 되기 위하여 애써 왔으며 이제 그렇게 되는 것이 ‘법적 지위’를 보장받는 것으로 홍보되었다.
기다렸다는 듯 이종성 의원은 2023년 1월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안을 IL센터 활동가 전체의 의견인 양 국회에 발의했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 속에서 뚜렷한 정치적 성과를 내기 어려웠던 윤석열 정권은 사회 전반의 적개심과 혐오를 조직하고 활용함으로써 정권의 정당성을 강화했고, 이 과정을 통해 시민사회의 관변화와 우경화를 도모하고 있었다. 이 시기는 장애인들의 ‘지하철 시위’가 그 불을 지피는 땔감으로 쓰이고 있던 때였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의 조직된 힘을 기득권으로 불러온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줄곧 장애인운동 단체들을 옥죔으로써 대항 권력을 해체하고자 했으며,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는 부자 감세에 따른 세수 감소 등을 핑계로 전면적인 재정 긴축의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야당 역시 내년 총선에서의 이해가 더 중요했을 것이며, 법 개정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IL센터의 활동가들도 내심 현재의 불안정한 조직의 위치가 조금이라도 바뀌기를 바랐을 것이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의 즉각적인 개정안 반대와 재검토 요구는 ‘IL센터가 돈은 받고 관리는 안 받으려 한다’, ‘반대하는 단체들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소속 단체들이다’라는 의도된 왜곡과 날조로 이어졌으며, 이런 말들은 비단 정부와 여당만이 아니라 한자연 소속 IL센터 활동가들에게서도 나왔다. 이 같은 상황은 내용적 검토가 제대로 이루어지기도 전에 개정안 그 자체를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었으며, 논의되어야 할 모든 것들을 ‘네 편’과 ‘내 편’의 이야기로 일축하게 했다.
이 글은 법 개정에 따른 후속 작업이 남은 상황에서, 모두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금이나마 유의미한 논의를 만들어 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썼다. 주로 한자연이 IL센터의 장애인복지시설 편입을 통해 개선하고자 한 다섯 가지 현실의 주요 문제를 검토하고 법 개정의 효과를 짐작해 보았다. 다만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종성 의원은 법 개정의 취지를 오로지 관리·감독의 강화로 들었으나, IL사업(수행 인력 4명) 외에 활동지원서비스 등의 복지사업은 별도의 법률과 지침을 가지고 운영 주체에 따라 달리 관리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기준으로 관리된다는 점, 해당 IL사업마저도 통상의 보조금 사업과 동일하게 정부 및 지자체 차원에서 일정한 관리를 18년간 받아왔다는 점, 오히려 현행 IL센터 공모 방식이 신고 이후 준영구적 지원을 받게 되는 기존 사회복지시설의 관리 방식보다 공적 개입의 여지가 많은 더 높은 수준의 관리·감독 형태라는 점을 감안하여 다루지 않았다.
- 복지시설 편입 요구와 관련된 다섯 가지 주요 현안
첫째, IL센터 상근자의 경력 인정 문제다. 현재 정부는 법률에 따라 설치된 사회복지시설의 경력만을 인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사실 시설 경력만을 인정해야 한다는 법률적 근거는 없다. 그러나 ‘사회복지시설 관리안내’ 지침에 의거해, 사회복지시설 설치 근거 법령에 따른 인적 기준에 따라 채용된 사람에 한하여 경력을 100% 인정한다. 그 외에는 인정하지 않거나 범위를 정하여 유사 경력으로 80%만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사회복지시설에 채용될 수 있는 동일한 자격을 갖춘 인력이 동일한 절차를 거쳐 신고한 시설에서 근무하면 그 경력을 모두 인정하여 호환할 수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인력을 관리해 온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IL센터가 사회복지시설이 된다는 것은 IL사업 수행 인력(현행 4명)이 경력을 100% 인정받게 되며(그 외 인력은 다른 사회복지시설과 마찬가지로 이에 해당되지 않거나 별도의 명시가 필요한 문제로 남는다), 동시에 여타 사회복지시설에 준하는 자격 기준을 요구받게 된다는 의미이다. 자격을 갖추지 못했거나 갖추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은 사람, 특히 중증장애인이나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배제되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무엇보다 이러한 경력 인정이 정말 법 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한 사안이었는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최근 확인되었다. 정부는 그간 IL센터뿐만 아니라 유사 경력 인정 대상자의 제도 개선 요구에 대해 늘 사회복지시설로 들어와야만 경력 인정이 가능한 것처럼 말해 왔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인 지난 11일 ‘2024년 사회복지시설 관리안내’의 개정 방향(사회복지법인 직원 경력 80% 인정→100% 인정)을 밝힘으로써 경력 인정은 법 개정이 아닌 지침 개정의 사안이며, 결국 정부의 인식과 의지에 달린 문제임을 스스로 인정했다.
둘째, IL센터 상근자의 호봉 반영 등 인건비 문제이다. 사회복지시설은 인건비와 운영비를 분리하여 지원받으며 매년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이 정부 차원에서 권고되기 때문에 처우가 현실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이다. 그러나 정부는 법안에 대한 의견, 언론 인터뷰 등에서 단 한 차례도 예산 확대 계획에 대해 언급한 바 없으며 관련 추계 역시 제출한 바 없다. 현재대로라면 확실한 변화는 인건비와 운영비의 분리이지만, 동시에 IL사업이 더 이상 국고보조사업이 아닌 (여타 장애인복지시설과 같이) 지방이양사업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장애인복지시설 중 국고보조가 보조금법 시행령에 따라 의무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은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정도이다. 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장애인복지시설은 지역마다 인건비 및 운영비의 수준에서 심각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복지계가 인건비 가이드라인의 준수 또는 지역의 별도 인건비 가이드라인 마련, 국고보조사업으로의 전환 등을 요구했던 배경은 여기에 있다. 엄밀히 말해 이번에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은 IL센터에 대한 예산 지원의 책임을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관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후 보조금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국고보조사업으로 IL지원시설 혹은 IL사업(IL센터)을 포함하는 방향을 찾거나, 국고보조사업인 IL사업(사업비)은 현행과 같이 유지하고 지자체 차원의 IL센터 운영(사회복지시설) 예산은 별도로 확충하는 등의 적극적 방향이 모색되지 않는다면, 이번 법 개정에 따라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처우 개선이란 기대하기 어렵다.
셋째, 3년마다 공모와 선정 절차를 따라야 하기에 발생하는 사업의 연속성 문제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직접 설치한 사회복지시설이나 장애인권익옹호기관 같은 사업의 경우에는 3년에서 5년 등 일정한 갱신의 기간을 갖고 민간에 위탁하는 절차를 둘 수 있다. 이는 장애인복지시설의 경우에도 동일하다. 반면 국가가 아닌 법인이나 개인이 설치한 사회복지시설은 위‧수탁에 대한 근거가 없기에, 대부분의 사회복지시설이 신고에 따라 설치된 이후 지원을 받기 시작하면 사실상 준영구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IL센터는 현재 정부나 지자체에서 설치한 경우가 없으니 모두 법인이나 개인이 설치한 사회복지시설에 속하며, IL센터가 IL지원시설로 인정되어 지원을 받게 된다면 그 연속성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장애인 당사자의 권한 강화와 민주성, 공공성의 측면과 대립할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민간 사회복지시설 중심의 사회복지 환경이 지닌 구조적 문제, 대표적으로 국가의 낮은 공적 책임성과 개입 수준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오랜 기간 IL센터와 장애인단체는 사회복지시설 내 인권침해 문제의 해결 과정을 목격하며 이를 비판해 왔다. 따라서 공모나 위탁과 같은 최소 절차를 갖지 않거나 생략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사회복지시설이 지닌 구조적 문제를 IL센터가 답습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넷째, IL센터의 역할 정립과 기능 강화의 문제이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장애인복지법 내 자립생활 지원(제4장) 관련 내용을 보다 확대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며, IL센터에 이전보다 특별히 추가된 어떤 권한이나 역할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 즉 이번 개정안은 IL지원시설을 신설하는 것 외에 어떠한 내용도 없으며, 따라서 IL센터의 역할이나 기능의 강화와는 관련이 없다. 오히려 현재의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위에서 언급했던 요인(인력에 대한 자격 기준, 지방이양화)으로 인해 기존의 IL센터를 더욱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마저 존재한다. 가령 여타의 사회복지시설에 준하여 IL지원시설의 설치 및 신고를 위한 물적‧인적 요건이 제시될 것이기에, 정부가 제시한 기간에 해당 요건을 갖추지 못할 경우 제재조치를 받거나 미신고 시설이 되지 않기 위해 자진 폐쇄를 선택해야 한다. 물적‧인적 기준을 갖춘다 하더라도 지자체에서는 수용 가능한 수준에서 지원 시설의 개수와 범위를 결정할 것이기에, 소수의 IL센터만이 해당 지역의 IL지원시설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즉 수도권 및 광역시 등을 제외한 재정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에 소재한 IL센터, 사회복지법인 혹은 큰 규모의 장애인단체나 기관에서 설립하지 않은 자생적인 역사를 가진 IL센터일수록 그 역할과 기능을 위협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마지막으로 다섯째는 주민세(종업원분) 문제이다. IL센터의 장애인복지시설 편입 요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안으로 짐작된다. 그동안 월평균 인건비 지출이 1억 5000만 원을 초과하는 장애인활동지원기관의 경우 종업원 급여 총액의 0.5% 해당하는 주민세를 부과받아 왔고, 지방세특례제한법 제22조(사회복지법인 등에 대한 감면)에 의해 사회복지법인만이 면제를 받아왔다. 이러한 차별적이고 비현실적인 구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2023년 3월 활동지원기관을 운영하는 여타 법인과 단체도 면제의 대상에 포함되도록 법률 개정이 이루어졌다. 해당 법률의 특성상 매번 감면 적용의 기한을 정해두기에 현재는 2025년까지 면제 대상이 된다. 요컨대 이 문제는 한자연에서 우려하는 IL센터의 ‘법적 지위’나 이번 장애인복지법 개정과는 애초부터 무관한 사안이었다. 활동지원기관만이 아니라 앞으로 다양한 자립생활 지원 사업의 수행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각종 세금 문제에 대한 걱정과 우려라면,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사업법과 각종 세금 관련 법제가 사회복지법인만을 지원하는 형태로 형성되어 온 구조를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 이제라도 개정안의 의미 살피고 환상에서 깨어나야
정리해 보자. 경력 인정은 법 개정이 아닌 지침 개정의 사안이었다. IL센터의 인건비 등 예산의 안정성은 말 그대로 예산 확보의 문제로, 법 개정 이후 후속 조치가 불충분할 경우 오히려 후퇴할 우려마저 큰 실정이다. 정부 및 지자체에 의한 정기적 공모 및 선정 절차의 폐지는 IL센터가 주장해 온 장애인 당사자 대중의 권한 강화와 사회복지 공공성에 오히려 역행하는 주장이 될 수 있어 충분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그리고 IL센터의 역할과 기능 강화, 주민세 문제는 애초부터 개정안과 무관한 사안이었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이번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은 정부가 의지를 갖고 책임을 다함으로써 풀어가야 할 행정의 문제를 입법의 문제로 치환한 것이며, 중앙정부의 재정 부담을 지자체로 전가하고, 동시에 IL센터에 대한 관리·감독을 명분으로 장애인운동을 통제하고자 한 것이다.
법은 사라질 수도 있고, 만들어질 수도 있고,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장애인복지법 개정 과정의 가장 큰 문제는 진영과 무관하게 전국의 IL센터 활동가가 법안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갖고 개정의 취지와 내용에 대해 논의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복지시설로의 편입이 불가피하다면 어떤 내부적 대안들을 만들어 나갈지, 복지시설로의 편입이 아닌 다른 길이 있다면 또 어떻게 구체화해 나갈지에 대해 제대로 모색하지 못했다. 의논의 시간이 없었다는 것은 법안의 적절성 여부와 효과, 한계와 과제에 대해 IL센터 활동가가 공통의 감각을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이번 장애인복지법 개정 과정은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그야말로 IL센터에 대한 농락과 모욕의 연속이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반대하는) 한자협은 전장연하고 같이 있는 단체”, “예산은 지원받겠지만 관리 감독 때문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사안을 정치 쟁점화하여 법안의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지 못하게 했다. 또한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개정안과 관계없는 활동지원 예산을 운운하며 “활동보조 예산은 전체적으로 1조 9000억 원인데, 이 중에 한 70~80% 정도를 자립생활지원센터가 집행하고 있다”는 가짜 정보를 의도적으로 퍼뜨렸다. 나아가 이종성 의원은 “IL센터들이 법적인 시설 기준이라든가 요건이라든가 그런 자격 기준도 없이 이렇게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 “개인 명의로 사업자등록증 만들어 갖고 10억, 20억, 수십억의 정부 예산을 집행한다”며 아무런 기준이나 관리 없이 IL센터가 운영되는 것처럼 묘사했고, 정부가 IL사업에 지원하는 보조금의 6배가 넘는 금액을 갑자기 언급하며 가짜 뉴스 퍼뜨리기에 가담했다. 심지어는 “아무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 동료 상담이랍시고 장애인들 데리고 가서 포장마차에서 소주 마시면서 하는 동료 상담”이라는 망발도 서슴지 않았다.
법 통과보다도 어쩌면 법 개정 논의의 과정이 IL센터 활동가에게 더 많은 상처를 남겼으리라 짐작한다. 국회와 정부 인사 그 누구도 IL센터에 그간 수고했다고 인사치레조차 하지 않았다. 2005년 IL시범사업 이후 IL센터가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 18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된 책임을 못 했다고, 탈시설과 자립생활에 관한 정책은 조금씩 확대되어 가고 있지만 정작 그 정책의 마중물로 헌신해 온 IL센터는 오히려 불안과 위기를 더 절감하도록 만들어 송구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사회적 인정과 성찰의 자리는 온갖 혐오와 낙인으로 가득 찼다. 이렇게 통과된 법을 두고 “장애인 자립생활 진영을 넘어, 전체 장애계에 있어서 역사적인 날”로 추켜세우며 “장애인 당사자들의 피와 땀으로 20여 년을 일구어 온 장애인 자립생활이 법적으로 온전하게 인정받은 날”이라고 평가해야 했던 한자연 활동가들의 마음은 또 어떠했을지 그마저 걱정됐다.
18개월 뒤 법이 시행되기까지 필요한 후속 논의가 남았다. 개정안 발의의 취지가 오로지 관리·감독 강화라는 점, 복지부의 찬성 이유 역시 오로지 관리·감독 강화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법안 개정의 논의 과정에서 나타난 행정부와 입법부의 IL센터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잊지 말아야 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개정안의 의미를 살펴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사회복지시설 편입이라는 큰 기준이 이미 그어진 상황에서 후속 조치는 IL센터가 만들어 왔고 만들어 가고자 하는 시대의 상을 담기에 역부족일 것이다. IL센터가 그토록 극복하고자 해왔던 전통적인 복지시설의 상을 닮아갈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어떤 진영에 구애됨 없이 사실을 기초로, ‘시설’이 아닌 ‘시대’가 되고자 하는 IL센터 활동가가 더 크게 모여 토론하고 더 세밀하게 모색하는 시간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언제든 우리는 더 나은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필자 소개
전근배 대구사람IL센터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