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경기피플퍼스트대회, 8일 수원 광교호수공원에서
자조모임·권리중심공공일자리 발달장애인·조력자 300여 명 참석
다양한 주제 발표와 신나는 공연들로 풍성한 대회
“이번 대회 계기로 경기피플퍼스트 운동 활발히 이어갈 것”

“발달장애인은 사람이다. 우리에게도 마음이 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왕따와 폭력없는 세상을 만들자. 재촉하지 말고 발달장애인의 속도를 존중하라. 발달장애인도 같은 직장 동료로 존중하는 평등한 직장 문화를 만들자. 발달장애인도 자립해서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모두 함께 꿈꾸자. 발달장애인의 사생활을 존중하라.”

8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경기도 수원 광교호수공원 마당극장에서는 발달장애인들의 자유와 마땅한 권리를 주장하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한국피플퍼스트가 2016년 출범한 이후 8년여 만에 경기도에서 지역 피플퍼스트 운동을 하겠다는 당사자 활동가들이 등장하면서 제1회 경기피플퍼스트대회가 개최됐다.

8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경기도 수원 광교호수공원 마당극장에서 제1회 경기피플퍼스트대회가 개최됐다. 행사를 끝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경기지역 발달장애인들과 활동가들. 사진 김진이
8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경기도 수원 광교호수공원 마당극장에서 제1회 경기피플퍼스트대회가 개최됐다. 행사를 끝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경기지역 발달장애인들과 활동가들. 사진 김진이

- “경기지역 발달장애인들이 ‘직접’ 만든 첫 대회”

이날 행사에는 경기 전역에서 자조모임,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등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발달장애인과 조력자들 300여 명이 참석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광교호수공원 마당극장 곳곳에 체험 부스가 설치되었고, 개회식은 11시 30분부터 시작됐다.

서유정 경기장애인부모연대 안산지회 활동가의 사회로 시작된 개회식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김미범 경기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이 영상축사를 전했다. 문윤경 한국피플퍼스트 대표, 김동예 경기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회장의 축사에 이어 입장행진, 개회선언을 하며 행사가 시작됐다. 부천 훌라댄스팀 ‘알로하 프린즈’의 여는 공연으로 흥겨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문윤경 한국피플퍼스트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도 2013년부터 전국발달장애인 자조단체 대회를 시작으로 2016년 한국피플퍼스트가 공식적으로 출범되었고, 발달장애인 참정권, 권리옹호, 쉬운 자료 제작 요구, 노동권 등 발달장애인 스스로가 발달장애인 권리를 위해 직접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경기피플퍼스트 대회를 준비하면서 경기지역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회의를 통해 의견도 내고 상의를 하는 과정, 수많은 노력을 통해 오늘 이 대회를 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광교호수공원 곳곳에는 체험부스가 설치됐다. 사진 김진이
오전 10시 30분부터 광교호수공원 곳곳에는 체험부스가 설치됐다. 사진 김진이

- 다양한 주제 발표와 신나는 공연들로 풍성한 대회 진행

오후 1시부터는 이수진 경기장애인부모연대 의왕지회 활동가의 사회로 정준권, 신준표, 나병관, 이대경, 박지은, 표소라, 이성훈 씨 등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의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나를 때리고 괴롭히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학교폭력에 대하여)’, ‘나의 동료와 가족을 소개합니다’, ‘발달장애인 차별을 멈춰라’ 등 발표자들은 현장의 이야기를 전했다. 신준표 씨는 학교폭력과 관련된 주제 발표에서 “발달장애인은 어릴 때부터 많은 폭력에 시달린다. 대통령이 발달장애인에 대한 왕따와 폭력 문제에 귀 기울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와 노래를 선보이는 발달장애인들. 사진 김진이
주제 발표와 노래를 선보이는 발달장애인들. 사진 김진이

경기합창단 ‘It’s me 나야나’ 공연, 김다인 경기장애인부모연대 부천지회 활동가의 자유발언에 이어 초청공연이 진행됐다. 노래패 ‘선언’팀은 발달장애인들과 피플퍼스트 행사를 위해 직접 만든 노래 2곡을 함께 불렀다. 박현욱 씨가 작사, 작곡을 한 ‘난 먼저 사람이다’는 “난 먼저 사람이다, 똑같은 사람이다. 장애인이기 전에 난 먼저 사람이다. 동정하지 마. 동등을 원해. 보호하지 마. 보장을 원해. 살아가는 건 모두 달라도 함께 살아갈 권리는 똑같은 거야”라는 내용으로 참석한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랩을 부르는 ‘아날로그 소년’은 발달장애인 당사자들과 함께 노래와 춤으로 어우러지며 흥겨운 마무리 시간을 만들어줬다.

노래패 ‘선언’이 참석자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 김진이
노래패 ‘선언’이 참석자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 김진이
‘아날로그 소년’의 초청공연에 흥겨워하는 발달장애인들과 활동가들. 사진 김진이
‘아날로그 소년’의 초청공연에 흥겨워하는 발달장애인들과 활동가들. 사진 김진이

- “이번 대회 계기로 경기피플퍼스트 운동 활발히 이어갈 것”

김한희 경기피플퍼스트 활동가는 폐회선언에서 “올해 처음 피플퍼스트 활동을 하며 늘 가슴이 설레곤 했다. 앞으로 경기피플퍼스트는 경기도에 발달장애인 자조단체를 지원하라고 요구할 예정”이라며 “내년에 더 많은 활동들을 해나갈 것을 기대하면서 1회 경기피플퍼스트 폐회를 선언한다”고 말했다.

피플퍼스트는 발달장애인의 의사가 전문가, 부모 등 대리인에 의해 대변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당사자가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는 국제적인 자기권리옹호운동이다. 국내의 경우 2000년대 이후부터 관련 활동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고, 2013년 장애인부모단체(전국장애인부모연대)를 중심으로 전남 순천에서 제1회 전국발달장애인자조단체 대회를 개최했다. 그 후, 2015년부터 대회 명칭을 바꿔 한국피플퍼스트대회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

경기 지역은 2015년 한국피플퍼스트 설립 추진 시기부터 이 운동을 함께 하였으며 2022년에는 경기지역에 대회를 유치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러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2023년 12월 경기피플퍼스트가 정식 출범되어, 경기지역 발달장애인 리더 발굴 및 역량 강화, 자기권리옹호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경기도 발달장애 당사자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선언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노호성 경기피플퍼스트 위원장은 “발달장애인의 축제라고 할 수 있는 경기피플퍼스트대회를 열게 되어 무척 기쁘다”며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발달장애 동료들을 밀접하게 만나면서 경기피플퍼스트 운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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