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이 직접 만든 대회
올해 슬로건은 “지역사회 자립 지원하라!”
발표 주제는 탈시설, 자립생활, 일자리
동료지원가 사업 없앤 고용노동부 비판
이 기사는 발달장애인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언어로 썼습니다. 발달장애인을 위해 쉬운 정보를 만드는 사회적기업 ‘소소한소통’의 ‘이해하기 쉬운 정보 제작 기준’을 참고했습니다.
- 한 문장에 하나의 정보만 담는다.
- 단순한 문장 구조로 짧게 작성한다.
- 구어체로 작성한다.
- 줄임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 복잡한 단어, 어려운 단어, 전문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 어렵지만 사용해야 하는 단어는 쉬운 설명을 함께 제공한다.
- 어려운 단어가 많은 경우 별도의 단어목록을 만들어 설명을 제공한다.
- 숫자는 아라비아 숫자로 기재한다.
- #, &, ~, % 등의 문장부호 사용을 자제한다.
10회 한국피플퍼스트대회가 19일 오후 1시에 서울시 청계광장에서 열렸습니다. 전국 발달장애인 774명이 참여했습니다. 다 함께 발표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행진도 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크게 외쳤습니다.
올해는 특히 ‘탈시설, 자립생활, 일자리’를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습니다. 발표가 끝난 후에는 “윤석열 대통령은 발달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생활을 지원하라. 동료지원가 사업을 살려내라”라고 요구했습니다.
- 발달장애인이 직접 만든 대회, “실수해도 괜찮아!”
피플퍼스트대회는 전 세계 43개 나라에서 열리는 발달장애인 당사자 대회입니다. 한국에서는 2015년 11월에 대구시에서 처음 열렸습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열리지 못했습니다. 2020년 빼고는 매년 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대회는 전국 여러 지역을 돌아가며 열립니다. 올해 대회는 서울시에서 진행됐습니다. 이번 대회도 발달장애인이 직접 만들었습니다. 발달장애인들은 4월부터 7월까지 세 번의 워크숍을 열고 슬로건 5개를 결정했습니다. 슬로건은 ‘함께 외치는 구호’라는 뜻입니다.
이번 대회의 슬로건은 △발달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게 제도와 환경을 만들어라 △발달장애인에게 최저임금과 다양한 일자리를 보장하라 △발달장애인을 차별하지 말고 동등한 국민으로 인정하라 △보호자 찾지 말고 성인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라 △발달장애인이 이동하는 데 알기 쉬운 자료를 제공해 달라 등입니다.
류승철 대회위원장은 개회식에서 “오늘은 실수해도 괜찮습니다. 대회를 자유롭게 누리고 즐겨 주세요!”라고 힘차게 말했습니다.
- 주제발표 시간, “탈시설, 그거 나도 열심히 해볼게요”
개회식이 끝난 후에는 주제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여러 발달장애인이 탈시설, 자립생활, 일자리에 대한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부산시에서 온 안형필 씨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일어난 학대사례를 발표했습니다.
올해 부산시의 한 시설에서 성적학대가 일어났습니다. 사회복지사 7명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6세 발달장애 어린이들에 대해 나쁜 말을 했습니다. ‘잡아다 죽이겠다’, ‘포획하여 폐기하겠다’는 카톡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장애인의 성 관련 불법 영상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사회복지사 7명은 모두 해고됐다고 합니다. 안형필 씨는 “시설은 폐쇄적이라서 학대가 일어나도 다른 사람은 알 수 없습니다. 이것은 시설의 구조적 문제입니다. 더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이 필요합니다. 모두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지켜야 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시의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은평센터)에서 활동하는 원효 씨는 탈시설 준비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자립생활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도 알려줬습니다.
원효 씨는 1999년부터 2021년까지 22년 동안 은평재활원이라는 시설에서 살았습니다. 친한 형들이 자립하는 걸 보고 ‘탈시설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은평센터에 있는 다양한 자립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자립을 준비했습니다. 지금은 뉴딜일자리로 은평센터에서 일하고 있고, 운동을 열심히 해서 합기도 검은띠를 땄다고 합니다.
원효 씨는 “자립을 하려면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자기선택에 따른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금전 관리에 대한 교육도 받아야 합니다. 앞으로 월세, 도시가스요금, 전기요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이재혁 씨는 “탈시설, 그거 나도 열심히 해볼게요”라고 답변했습니다.
전라남도에서 온 양재형 씨는 부모님과 함께 사는 ‘재가장애인’입니다. 양재형 씨는 “부모님은 제가 자립하면 걱정이 클 것 같다고 합니다. 하지만 부모님께 의지만 하며 살기 싫습니다. 자유롭게 살고 싶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양재형 씨는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세 가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경제적 지원 △많은 활동지원서비스 시간 제공 △내 집 마련 지원 등을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양재형 씨가 “자립생활에 찬성하는 분들은 머리 위로 O를 그려 주세요. 반대하는 분들은 X를 그려 주세요”라고 하니 모두가 O를 그렸습니다. 이서윤 씨는 마이크를 잡고 “O가 맞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 나쁜 일자리 너무 많고, 동료지원가 일자리는 없어졌다
전라남도에서 온 김병재 씨는 일자리의 중요성을 발표했습니다. 김병재 씨는 여러 일자리를 돌아다니며 일했습니다. 전기회사, 인력사무소 일용직(하루만 일하고 돈을 받는 일자리), 조선회사(배를 만드는 회사), 염전에서 힘들게 돈을 벌었습니다.
일하다가 나쁜 일을 많이 겪었습니다. 전기회사에서는 팔을 다쳤습니다. 인력사무소에서 일용직으로 일할 때는 아는 형님에게 명의를 빌려줬다가 큰 빚을 져서 아직 갚고 있다고 합니다. 김병재 씨는 “누구에게도 함부로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를 알려주면 안 됩니다. 그리고 일하기 전에 계약서를 꼭 써야 합니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지금은 무안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병재 씨는 “그동안 저는 일하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서 더 힘들었습니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에서는 동료들과 함께 내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저는 아주 당당한 노동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시에서 활동하는 문석영 씨는 동료지원가 사업 폐지를 강력하게 비판했습니다. 동료지원가는 일자리 없는 중증발달장애인 동료에게 일할 수 있다고 알려주고, 취업상담을 진행하고, 일자리를 연계해 주고, 고민을 함께 나누는 사람입니다. 탈시설, 자립생활, 참정권, 일자리 등 장애인 권리를 알리는 활동도 같이합니다.
동료지원가 일자리는 고용노동부에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동료지원가 사업의 실적이 낮다며 사업을 없앴습니다. 기획재정부는 동료지원가 사업 예산을 0원으로 만들었습니다.
문석영 씨는 “이 소식을 듣고 너무 슬펐고 술도 너무 많이 마셨습니다. 동료지원가는 내게 맞는 일자리였습니다. 이제 좀 적응해서 즐겁게 일하고 있는데 이 일자리가 없으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님! 이거 진짜 크게 잘못한 일입니다. 반성하세요”라고 촉구했습니다. 오주훈 씨는 “투쟁하라! 처리하라!”라며 함께 촉구했습니다.
- 경찰이 막아도 즐겁고 신나게 행진
주제발표가 끝난 후에는 몸짓패 ‘선언’의 흥겨운 공연이 있었습니다. 발달장애인 동료 수십 명이 무대 위로 올라와 함께 춤췄습니다. 선언 멤버들과 어깨동무하고 다 같이 어우러져서 ‘바위처럼’이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자유발언 시간에도 많은 동료가 무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탈시설을 꼭 해야 한다는 발언이 있었습니다. 노래를 하거나 자기소개를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오후 4시 30분부터는 행진이 시작됐습니다. 발달장애인은 다양한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청계천 주변을 행진했습니다. 깃발을 흔들며 행진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다 함께 서울 시민에게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알렸습니다.
행진 도중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작은 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동료지원가 사업을 폐지한 고용노동부에 항의하기 위해서입니다.
오후 6시쯤에는 폐회식이 열렸습니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선언문을 함께 읽었습니다. 이렇게 10회 한국피플퍼스트대회가 마무리됐습니다.
오늘 대회에 참여한 박경인 씨는 “오늘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어요.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 게 너무 좋았고요, 선언 공연이 제일 재밌었어요. 행진하면서 경찰이 막을 때는 너무 짜증 나고 답답했는데 고용노동부를 향해 발언할 때는 속이 시원했어요”라는 소감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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