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폭력·장애인 차별 발생
전장연 활동가들, 2시간 반 동안 감금
“비장애인·장애인 노동자 갈라치기, 강력하게 규탄”
“신고 범위 벗어나도 ‘불법집회’ 될 수 없어”
경찰청에 공개질의서 및 진정서 제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아래 민주노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아래 민변) 집회시위인권침해감시 변호단과 함께 14일 오전 11시 경찰청 앞에서 ‘전국노동자대회에 대한 경찰 폭력 및 장애인 차별행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에 대한 경찰 폭력은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노골적으로 위반할 정도로 심각했다”며 “노동자 대오뿐만 아니라 전장연의 장애인 활동가들이 전국노동자대회에 아예 합류하지 못하게 2시간 반 동안 막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는 헌법과 국제인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국제인권기준을 위반하는 ‘장애인 차별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경찰의 폭력·감금 난무했던 전국노동자대회
기자회견 주관 단체들에 따르면 지난 9일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경찰은 남대문로 쪽에 있었던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남대문 앞에서 열린 본대회에 합류하지 못하도록 폭력적으로 막았다. 심지어 북창동 쪽 세종로에 있었던 전장연 회원들은 본대회로 가는 길을 경찰이 막아 2시간 반 동안 감금된 채 있어야 했다.
또한, 집회가 열리기 전부터 서울 시내 곳곳에 무장한 경찰이 배치됐고, 전국노동자대회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대오 중간에 경찰 병력을 투입하여 집회를 방해했다고 한다. 경찰 난입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해 많은 사람들이 다쳤고, 참가자들 중 11명이 연행됐다고 전했다.
- “비장애인·장애인 노동자 갈라치기, 강력하게 규탄”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올해 5월, 노동절 때도 민주노총 대회에 장애인 노동자들이 참여했었다. 그런데 그때도 경찰은 100명이 넘지 않은 전장연 대오가 민주노총 대오와 결합하는 것을 막았었다”며 “경찰은 ‘민주노총이 전장연의 결합을 거부했다’고 거짓말까지 하면서 우리들을 격리시키고 감금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번에도 똑같이 우리를 격리했다. 격리된 몇 시간 동안 우리를 막는 이유를 계속 물었다. 이번에 경찰은 다른 핑계를 댔다. ‘민주노총 본대회 집회에 신고했던 대오의 수보다 훨씬 더 많이 있기 때문에 즉, 신고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에 전장연 대오가 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몇 명이 따로 본대회 현장에 가봤더니 100명이 넘지 않는 전장연 대오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은 충분히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정당하게 본대회에 참여하는 것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폭력적으로 우리를 끌어내기까지 했다”며 “이렇게 상습적으로 집회와 시위에 대한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고, 비장애인 노동자와 장애인 노동자를 갈라치는 행태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신고 범위 벗어나도 ‘불법집회’ 될 수 없어”
조지호 경찰청장은 지난 11일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전국노동자대회에서의 강경대응에 대해 “불법 행위를 제지할 수밖에 없었다”며 “일부 참가자들이 신고 범위를 일탈하는 등 ‘불법행위’가 상당 시간 지속됐다”고 이야기했다.
최종연 민변 집회시위인권침해감시변호단 부단장은 “2021년 대법원은 공공안녕질서에 명백한 위협을 끼치지 않는 경우에는 신고되지 않은 집회라 하더라도, 또는 그 신고의 범위를 벗어났다 하더라도 강제로 해산시킬 수 없다고 명확하게 판시했다”며 “그런데 경찰청장이 마치 국회나 법원이 된 것처럼 마음대로 판례를 깎아내리고 대법원이 판시한 집시법의 일반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 부단장은 “대법원은 해당 집회가 불법집회라고 하더라도 불법집회의 합류가 예상된다는 것을 이유로 통행을 제지하거나 이동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하게 판시한 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칙은 ‘공공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해가 가해질 것이 명백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장연 회원들이 경찰과 협의한 경로 내에서 움직이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공공안녕질서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수 없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본 대회에서 신고된 범위를 넘어서서 차선을 더 사용한다 하더라도, 전장연이 설령 본 대회에 합류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공공안녕질서에 명백한 위험을 끼친다고 볼 수 없다”고 강력히 말했다. 최 부단장은 “경찰은 집회·시위의 허가자가 아니다. 관리자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 주관 단체들은 경찰청 인권위원회에 △유엔인권기구에서 권고한 장애인차별행위, 국제인권법과 집시법이 금지하고 있는 집회방해 행위에 대해 진정하고, △집회 이전부터 무장한 경찰들을 과도하게 배치한 근거 △장애인 차별행위를 한 이유와 배치하는 경찰들에게 장애인인권교육을 했는지 여부 등을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묻는 공개 질의서를 경찰청에 전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