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서 나고 자란 지적장애인 전봉수 씨
별안간 납치돼 대구시립희망원 강제수용
24년 동안 갖은 인권침해 겪어
대구지법 소장 제출… 전 씨 “진실 밝혀 달라”

대구시립희망원(아래 희망원)에 24년간 강제수용된 후 탈시설한 전봉수 씨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대구장차연)는 10일 오후 1시 30분,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는 대구시립희망원 강제수용과 인권침해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전봉수 씨가 소장을 들고 있다. 사진 대구장차연
전봉수 씨가 소장을 들고 있다. 사진 대구장차연

- 충남 살던 전봉수 씨, 별안간 대구로 납치돼 24년 감금

전봉수 씨는 1964년 8월 13일, 충청남도 아산시 온양동에서 구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지적장애인인 전 씨는 초등학교 2학년까지 다니다가 학업을 중단하게 됐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는 누나와 충남 연기군(현 세종시)에서 살았다.

누나는 전 씨를 돌보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1993년 3월 11일, 전 씨를 충남 양지원(현 천성원)에 입소시켰다. 이후 양지원 인권침해에 대한 언론보도가 잇따르자 1998년 7월 25일, 전 씨를 퇴소시켰다. 당시 전 씨는 ‘다른 사람은 심하게 맞아서 죽기도 했는데 그러면 산에 묻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시 누나와 살던 전 씨는 1998년 11월 17일, 천안역 인근에 놀러 갔다가 스님으로 보이는 신원미상의 남성이 돼지국밥을 사준다고 해 그를 따라갔다. 국밥은 없었고 전 씨는 별안간 납치돼 쇠창살이 있는 봉고차에 강제 탑승했다.

그 길로 희망원에 수용됐다. 전 씨는 당시 가족 이름과 사는 동네 등을 알고 있었지만 희망원은 확인하지 않고 입소 직후 전 씨를 독방에 한 달 이상 가뒀다고 한다.

전 씨의 신상기록카드에는 희망원 입소일이 납치된 당일과 같다고 기재돼 있다. 입소의뢰처에는 ‘대구시장’이라 적혀 있다. 대구장차연은 “충남 연기군에 사는 사람을 (당시) 대구시장이 왜 입소의뢰했는지 연유가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전 씨가 탈시설한 날은 납치된 날로부터 24년 후인 2022년 7월 5일이다. 전 씨는 24년간 감금돼 폭행, 강제노역 등 인권침해를 겪었다.

- 거주장애인 자살 목격하기도… “비참한 고통”

전 씨의 생년월일은 1964년 8월 13일이다. 그러나 희망원은 전 씨를 1958년 1월 1일생으로 등록했다.

희망원에서는 약 8명이 방 1개를 같이 쓰며 생활해야 했다. 종이가방을 만드는 노역에 동원됐으며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히면 약 사흘간 독방에 갇히는 벌을 받았다고 한다.

전 씨는 탈출을 시도한 적이 있다. 2017년 2월 15일, 희망원에서 도망쳐 곧장 천안으로 달려간 그는 지인을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했다. 국가의 납치 때문에 연고가 모두 끊긴 전 씨는 결국 다음 날 희망원에 자진 복귀했다.

희망원에서의 생활은 감금, 폭행, 강제노역 등의 연속이었다. 전 씨는 같이 생활하던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걸 목격한 적도 있다. 대구장차연은 “전 씨는 비참한 고통을 겪으며 청춘을 모두 잃었다”고 했다.

- 탈시설 이후 진화위 진실규명부터 국가 손배소 제기에 이르기까지

전 씨는 2022년 7월 5일, 희망원 퇴소 후 대구시 장애인지역공동체가 운영하는 장애인자립생활주택에 입주했다. 납치된 지 24년 만에 풀려나 자립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탈시설한 지 약 4개월 후인 2022년 11월 3일, 전 씨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화위) 조사에 응하게 된다. 진화위는 지난 9월 6일 전 씨에게 발송한 결정통지서에서 “전 씨는 조사에서 희망원 입소 전 고향 마을, 부모, 형제 이름을 정확하게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조사에 동석한 자립생활주택 담당자는 전 씨가 수십 년 된 신상정보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걸 보고 전 씨와 함께 대구동부경찰서를 찾아갔다. 전산조회 결과, 전 씨의 형이 실종신고 해 놓은 기록이 나왔고 전 씨는 생이별한 가족을 24년 만에 만날 수 있었다.

희망원에서 탈시설 후 자립생활을 시작하고 가족도 찾은 전 씨. 이제 그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다.

대구지법 앞 기자회견 현장. 사진 대구장차연
대구지법 앞 기자회견 현장. 사진 대구장차연

- “많이 맞았고 죽는 사람 많이 봤다. 진실 밝혀 달라”

지난 9월 6일, 진화위는 대구시립희망원을 포함해 서울시립갱생원, 충남 천성원(성지원, 양지원), 경기도 성혜원에서 강제수용, 폭행, 노역 등 인권침해가 있었다 발표하고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전 씨는 피고 대한민국에 위자료를 청구하기 위해 대구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전 씨는 1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희망원에선 아무도 내 가족을 찾아주지 않았다. 나를 독방에 가두고 나오지 못하게 문을 잠갔다. 나는 많이 맞았고 죽는 사람도 많이 봤다”고 성토했다.

더불어 “지금은 20여 년 만에 가족을 만나 너무 좋다. 희망원에서 보낸 내 청춘이 아깝다. 그래서 오늘(10일) 소송을 제기한다. 진실을 밝혀달라”고 말했다.

전 씨의 소송대리인인 강수영 법무법인 맑은 뜻 대표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진화위 진실규명 결정에 따라 확인된 위헌·위법한 정부 조치에 의거, 불상의 공무원이 ‘부랑인’ 단속을 명목으로 전 씨를 납치한 사건”이라 설명했다.

또한 “민족의 비극인 한국전쟁 이후 대거 발생한 ‘부랑인’ 등에 관해 피고 대한민국은 집단수용시설을 만들어 이들을 관리하는 형태로 대응해 왔다”며 “그러나 헌법은 신체의 자유를 국민 기본권으로 정하고 법원의 영장 발부 없이는 체포나 구금할 수 없다는 걸 대원칙으로 한다”고 했다.

전 변호사는 “전 씨의 연고를 파악하는 업무, 20년 넘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전 씨의 가족이 실종신고 하면서 전 씨를 찾는 업무까지 대한민국 책임이라 보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헌법은 정부에 장애인을 보호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전 씨를 사회, 가족과 단절시켰다.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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