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장차연, 2021년 충북도청 앞 420 투쟁
충북도 측과 면담 예정돼 있었는데 막아선 경찰
장애인은 탈 수 없는 계단버스 항의
‘혐의없음’ 수사 종결됐는데 尹 정권 들어서 재수사
비장애인 1명 실형, 장애인 4명 벌금형 선고

충북 장애인들이 노역투쟁을 결의하며 벌금을 모금 중이다.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충북장차연)는 “벌금 350만 원이 다 모여도 노역투쟁할 것”이라며 “남은 모금액은 연대가 필요한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충북장차연 활동가들은 2021년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에 충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충북장차연 대표단과 충북도 간의 면담이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별안간 경찰들이 대표단의 도청 진입을 막아섰다.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송상호 충북장차연 공동대표는 3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충북장차연이 충북도와 면담하면서 경찰이 이렇게까지 막은 적이 없었다”며 “경찰은 ‘충북도청사를 보호해야 할 상황이 생겼다’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를 언급했다”고 말했다.

당시 전장연은 정부 부처가 모여 있는 세종시에서 투쟁 중이었다. 송 대표에 따르면 경찰은 ‘전장연이 세종에서 투쟁 중이라 충북도청에서도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으니 장애인들의 진입을 막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다. 장애인들은 경찰에 강하게 항의했다. 송 대표는 이로 인해 “경찰관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며 실형 선고를 받았다.

충북장차연 장새롬 집행위원장, 권은춘 전 상임대표, 이종일 상임대표, 이현주 공동대표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벌금 합계 금액은 총 350만 원이다. 충북장차연은 2021년 5월 21일, 충북도청 인근 도로에서 집회를 열고 충북도가 이동권 예산 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집회 도중 장애인은 탈 수 없는 계단버스, 일명 ‘차별버스’가 도착했다. 이에 권 전 대표는 휠체어에서 내려 버스 계단을 기어 올랐다. 장 위원장과 이현주 대표는 마이크를 잡고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비판했다. 이종일 대표는 장애인들에게 경고방송을 하며 집회를 방해하는 청주상당경찰서 측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각장애가 있는 이현주 대표는 “계단버스는 장애인을 위한 버스가 아니므로 저상버스를 도입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벌금형을 받았다. 장애인은 목소리도 못 내게 하는 것 같아서 너무 억울해 죽겠다”고 토로했다. 벌금형을 선고받은 장애인들에게는 △주식회사 청주교통의 승객수송 업무 방해 △일반교통방해(육로) △경찰관의 정당한 직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그런데 이 같은 혐의에 관해, 원래는 ‘혐의없음’으로 경찰선에서 수사가 종결됐다고 한다. 수사가 재개된 건 2022년,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다. 김지혜 충북장차연 사무국장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돌연 검찰에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후 사건이 재판으로 넘겨졌다”고 했다.

2022년 5월, 충청북도청 앞 기자회견 현장. 50여 명의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현수막에는 ‘특별교통수단 격차 철폐 기자회견’이라 적혀 있고 그 앞에 사다리가 놓여 있다. 사진 전장연
2022년 5월, 충청북도청 앞 기자회견 현장. 50여 명의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현수막에는 ‘특별교통수단 격차 철폐 기자회견’이라 적혀 있고 그 앞에 사다리가 놓여 있다. 사진 전장연

5명 중 가장 무거운 처벌을 받은 송 대표는 “장애인 동지들은 자신들이 징역형을 받아야 했다고 분개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동지들이 주도한 투쟁이었는데 법원이 비장애인인 자신만 주동자로 인식해 징역형을 선고했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장애인은 모든 분야에서 수동적 존재로 그려진다. 이번 재판도 마찬가지였다”며 “과거에도 비장애인이 마치 대표자처럼 중한 처벌을 받고 장애인은 주변적 인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장애인을 수동화하는 것에 (장애인 동지들이)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은 ‘차라리 징역형을 선고해 달라’는 입장이다. 송 대표 말처럼 비장애인을 대표자로 여기는 것도 문제지만 생계급여 등 수급비를 받아 생활하는 형편과 장애인 노동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상황을 고려하면 벌금을 낼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충북장차연은 벌금 합계 금액 350만 원을 모금 중이다. 이현주 대표에 따르면 전국 각지에서 모금액이 모이고 있다. 그런데 모금액 350만 원이 넘어가도 장애인들은 노역투쟁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김 사무국장은 “대표님들은 하루, 반나절이라도 노역을 하겠다고 결의했다. 구치소 내 장애인 접근권 등을 확인할 예정”이라며 “대표님들이 구치소에 들어가신 이후에 벌금을 납부하려고 한다. 남은 금액은 현재 연대가 필요한 단체에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들은 오는 7일, 구치소에 갈 예정이다. 벌금 모금 참여는 ‘카카오뱅크 3333-04-1125477’로 할 수 있다.

노역투쟁을 알리는 웹자보. 충북장차연 제공
노역투쟁을 알리는 웹자보. 충북장차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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