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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부터 쉽지 않았던 여정

일본 AA 특사단에 참여하기로 결심한 후, 출국 전까지 걱정이 많았다. 이전에 세 번 해외에 나간 적이 있지만, 그때는 모두 수동휠체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야 했기에, 집에서 인천공항까지 어떻게 이동할지에 대한 우려가 컸다.

출국 전 오리엔테이션에서 특사단 일정표를 보고 나의 슬픈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출국 당일, 우리 일행은 오전 9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 6시까지 인천공항에 집결해야 했다. 또한, 입국일에는 저녁 8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밤 10시 20분에 한국에 도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전쟁 아닌 전쟁이 시작되었다.

‘서울 장애인콜택시 첫 차 예약은 오전 7시부터 되는데 집에서 인천공항까지는 어떻게 가지?’, ‘인천공항에서 집까지는 어떻게 오지?’ 등의 고민으로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러다 오리엔테이션에서 서울 장애인콜택시 콜센터에 비행기 표 사본을 보내면 택시를 새벽 12시에서 3시 사이에 예약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새벽 6시까지 가기 위해선 그렇게 집결 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다.

입국 날 인천공항에서 집까지 인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기 위해 콜센터에 문의했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 이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 절망했다. 다행히 센터가 속한 법인인 노란들판에서 리프트 차량을 통해 집까지 이동지원을 해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출국 날 새벽 12시 반에 장애인콜택시를 불렀지만 2시간 정도 지난 새벽 2시 15분에야 택시가 연결될 수 있었다. 그렇게 집에서 2시 반쯤 출발해서 3시 15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장애인콜택시를 예약하고 인천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긴장과 걱정이 돼 뜬눈으로 밤을 꼬박 새워야 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휠체어 이용 장애인 동지들도 비슷한 시간에 장애인콜택시를 불렀고, 비슷한 시간에 도착했다.

비행기를 타기까지도 쉽지 않았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래 걸렸고 절차는 번거로웠다. ‘전동휠체어 배터리가 건식이냐 습식이냐’, ‘배터리가 분리가 되냐 안 되냐’ 등 여러 번 확인을 받아야 했다. 2001년 뉴욕에서 비행기 테러 폭발 사건이 일어난 이후, 법이 바뀌어 전동휠체어나 스쿠터를 비행기에 실을 때 기준이 까다로워졌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항공사 직원들이 장애인 보조기기에 대한 지식이나 일관된 매뉴얼이 없다는 것이다.

- 갑작스러운 결항으로 아찔한 사고까지 겪어야 했다

첫 번째 고생은 그렇게 끝났지만, 특사단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또 한 번의 고난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27일, 특사단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입국하기 위해 오후 4시 반에 나리타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수속을 끝내고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던 우리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항공사 직원은 한국에 눈이 많이 와서 비행기가 결항 될 수도 있고, 결항이 되면 공항을 나갔다가 내일 다시 와야 한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

비행기가 뜨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결국엔 결항이 되었다. 그때 시간은 밤 10시쯤이었다. 항공사 직원은 그때도 공항에 나갔다가 내일 다시 오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 말을 듣고 있다가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 직원에게 말했다.

“여기 계신 비장애인 승객들은 이동이 자유로워서 내일 다시 오는 게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우리 일행 중에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4명이나 있어서 이동이 어렵다. 내일까지 공항에 있을 수 있게 해 달라.”

그 이야기를 들은 직원은 우리 상황을 이해한다며 방법을 찾아볼 테니 기다리라고 말했다. 잠시 기다리니 직원이 장애인콜택시를 불렀다고 했다. 입국장에서 짐을 찾고 1시간이 넘게 기다렸지만, 장애인콜택시는 연결되지 않았다. 결국엔 하룻밤 묵을 호텔을 예약해야 했다. 그런데 예약된 호텔이 나리타공항에서 5km나 떨어져 있었다.

결국 장애인콜택시를 기다리던 우리 일행은 포기하고 도보로 호텔까지 가기로 했다. 그때 시간은 밤 11시가 훌쩍 넘었었다. 당시 휠체어 배터리가 넉넉지 않아서 불안했지만 동지들을 믿고 가 보기로 했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가는 길은 가로등도 없고 인도가 많이 좁았다. 게다가 늦은 시간이라 졸음까지 쏟아져서 굉장히 위험했다. 우리는 서로를 내비게이션 삼아서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그렇게 이동하던 중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내가 휠체어를 탄 채로 인도에서 차도로 떨어진 것이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였다. 차도로 떨어졌을 때 맞은편에서는 차가 오고 있었다. 그 순간 동지들이 차를 다른 차도로 가게끔 유도하는 등 빠른 대처를 하여 다치지 않고 무사할 수 있었다.

동지들의 신속한 대응이 없었더라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빠르게 대처해 주고 걱정해 준 동지들에게 많이 고맙고 미안했다. 우리는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어둠 속을 헤쳐 나간 끝에 겨우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 비행기로 한국에 돌아왔다.

일본 투쟁을 다녀온 후,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처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날은 언제쯤 올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또한 ‘장애인들이 위험에 처하거나 천재지변이 발생했을 때, 안전하게 보호받을 권리는 언제쯤 보장될까?’라는 질문도 깊이 새겨졌다. 이 나라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안전할 권리를 장애인들도 차별 없이 보장받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날이 올 때까지, 동지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