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암매장’ 진화위서 진실규명
국가에 유해 발굴 및 공식 사과 권고
정부·부산시, 진화위 권고 미이행 상태
피해생존자들, 국가배상 소송 준비 중
부산의 집단수용시설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들이 암매장된 사망자의 유해를 발굴하고, 정부의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협의회(아래 생존자협의회)는 9일 오전 11시, 부산시 연제구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히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아래 진화위) 권고를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영화숙과 재생원은 부산시 최대 ‘부랑인’ 수용시설이다. 처음에는 영화숙만 있었다. 영화숙은 1951년, 50여 명을 수용하는 소규모 시설로 설립됐다. 이후 국가의 단속정책 기조에 맞춰 부산시는 ‘부산시 재생원 설치 조례’를 마련해 재생원을 세웠다. 1964년, 영화숙·재생원은 800여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부산 최대 수용시설이 됐다.
영화숙·재생원에 수용된 피해자는 강제노역, 구타 등에 시달려야 했다. 사망하면 연고자를 확인하지 않고 장례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인분을 모으는 곳이나 미개발 지역 일대에 암매장됐다.
진화위는 지난 2월 26일,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 181명(신청인 10명, 직권조사대상자 171명)에 대한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국가와 부산시의 책임 방기를 인정하면서 △공식 사과 △시신 암매장 추정 지역에 대한 유해 발굴 △피해자 공식 진정 없이 보상·재활서비스 구제책 마련 △피해자 트라우마 장기 치유 계획 수립 △권위주의 통치 시기 집단수용시설 기록물 전수조사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을 권고했다.
유엔고문방지위원회도 한국 정부를 향해 수용시설 관련 최종견해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지난해 7월, 한국 정부에 △고문 범죄화 및 시효 배제를 위한 입법 조치 △구금 초기 단계부터 변호인 조력권 보장 △정신보건시설 강제입원 및 입소 방지 △시설수용 및 과거사 피해자의 구제 보장 등을 권고했다.
생존자협의회는 2022년 10월부터 매년 피해사망자 암매장 추정 지역(현 부산시 사하구)에서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생존자협의회는 “진화위 진실규명 결정과 유엔고문방지위원회 최종견해는 신속하게 이행돼야 한다”며 “특히 대한민국과 부산시는 암매장된 유해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라고 요구했다.
또한 현재 부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소송지원단의 조력을 받아 국가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존자협의회는 “우리는 더 많은 배상을 원하지 않는다. 국가가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사과하고 신속한 배상 시스템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