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북미 투쟁 시작
“李정부 탈시설 보장하도록 투쟁할 것”
와상장애인 비행기 요금 6배 문제 또…
몬트리올 국제항공운송협회 집회 예정

인천공항 기자회견 현장. 사진 전장연
인천공항 기자회견 현장. 사진 전장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현지 시각으로 8일 오전 7시,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캐나다 투쟁을 위해 출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당사국 회의에 가서 한국 정부가 탈시설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것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를 없애면서 중증장애인 노동자 400명이 해고된 현실을 증언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뉴욕시민사회포럼에 참석하고, 북미 지역 장애인운동단체 등을 방문한다.

캐나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대통령은 오는 15일부터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형숙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 회장은 출국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정부가 탈시설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열심히 투쟁하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시에 있는 국제항공운송협회 본부 앞에서 와상장애인의 항공이동권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시 투쟁 당시 대한항공은 침대형 휠체어를 이용하는 와상장애인에게 6개 좌석의 요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지만 인권위는 국제항공운송협회 규정을 근거로 차별이 아니라며 기각한 바 있다. 장애인들은 즉각 반발하며 인권위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인권위 긴급구제 신청 기자회견 현장. 피켓에 “아시아나항공은 장애인 항공이동권 제대로 보장하라”라고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인권위 긴급구제 신청 기자회견 현장. 피켓에 “아시아나항공은 장애인 항공이동권 제대로 보장하라”라고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이 가운데 북미 투쟁을 위해 출국을 앞둔 김준우 한자협 부회장이 항공이동권을 침해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김 부회장은 사지마비 척수장애인으로, 이번 북미 투쟁을 위해 비즈니스 좌석 항공권을 예매했다. 이코노미 좌석은 등받이 조절 각도가 얼마 되지 않아 장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게 되면 욕창이 생길 위험이 있었다.

반면 김 부회장의 활동지원사는 이코노미 좌석을 예매했다. 그는 2시간에 한 번씩 김 부회장의 좌석으로 이동해 자세를 변경하는 등 필요한 지원을 하고 다시 자신의 좌석으로 돌아오려고 했다. 그런데 아시아나항공에서 이를 불허했다. 이코노미 좌석을 구매한 승객은 비즈니스 좌석 공간에 올 수 없다며, 김 부회장의 옆 좌석으로 변경하라 전했다고 한다. 두 좌석의 요금은 480만 원 차이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은 김 부회장에게 ‘주치의의 소견서를 비롯한 개인의 의료정보’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걸로 알려졌다. 이에 전장연은 지난 5일, 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신청하고 7일 오후 4시에는 이 사안이 해결될 때까지 인천국제공항에서 무기한 농성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는 국제민간항공협약인 ‘시카고 협약’ 부속문서에 “장애인이 동반한 보조인에 대해서는 항공사에게 할인 제공을 권장”한다고 명시돼 있다. 같은 기관의 ‘항공기 접근성 표준 지침서’에도 “장애 관련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지원은 장애인에게 추가 요금 없이 제공돼야” 하며 “필요할 경우 장애인이 적절한 좌석을 배정받을 수 있도록 좌석을 재배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출국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김준우 한자협 부회장. 사진 전장연
출국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김준우 한자협 부회장. 사진 전장연

김 부회장은 출국 기자회견에서 “장애인은 비행기로 이동할 때 요금 차별과 절차상의 차별을 겪는다. 국제항공운송협회에 가서 ‘정책과 제도를 바꿔라, 이건 장애인 차별이다’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전장연은 2주간의 투쟁 일정을 마치고 20일경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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