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들 ‘스트레스 많아서 나도 모르게 그랬다’
법원 “장애인 분풀이 대상 삼아… 죄질 불량”
검사 구형보다 높은 형 선고
피해자 가족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울산시 북구 대규모 장애인거주시설 태연재활원(사회복지법인 태연학원)에서 거주장애인을 상습 폭행한 생활지도원 4명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울산지방법원 형사1단독(어재원 부장판사)은 24일 오전 11시경, 생활지도원 김 씨 등에게 적게는 2년, 많게는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들이 지난해 10월부터 한 달간 장애인 10여 명을 학대한 횟수는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등으로 확인된 것만 총 299회에 달한다. 피해자 가족에 따르면, 이들은 변론 당시 장애인을 학대한 이유에 대해 ‘집안 사정이 힘들고 업무 스트레스가 많아서 나도 모르게 그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피고인들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인 피해자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는 아무런 이유 없이 지속적으로 피해자들을 폭행하고 정서적 학대행위를 가했다”며 “자신들의 기분에 따라 습관적으로 장애인을 분풀이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가해자들은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은 채 공탁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피해자들의 보호자들이 공탁금 수령을 거부하면서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원하는 점,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에 대해서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은 점, 공탁으로 인해 피해자들의 피해가 회복되기 어렵다고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해서 공탁을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또한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서 검사의 구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한다”고 했다.
피해자 가족은 법원 판결을 환영하지만 형량은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상훈(가명) 씨의 어머니 강정숙 씨는 선고 직후 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검사 구형보다 높은 형이 선고돼서 다행이라는 마음도 들지만 그래도 좀 적다고 본다. 그 사람들(가해자들)은 지역사회에 나와서 생활할 수 없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한 “여태까지 두드려 패놓고 이제 와서 뭐하러 공탁을 거나. 돈 쪼매 줘가지고 형벌을 면할라 카는(면하려 하는) 거에 절대로 응할 수 없다. 용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태연재활원에서 피해를 겪은 후 사망한 장애인의 가족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고 박동수 씨의 어머니 손영미 씨는 “우리 동수는 9살 때부터 44살까지 35년간 태연재활원에 거주했다. 동수가 아프다 해서 정형외과에 갔드만(갔더니만) 발목이 골절이 돼 있었다. 두 번 수술하고 요양병원 전전하다가 5월 5일날 하늘나라에 갔다”고 토로했다.
손 씨는 “우리 애가 왜 발목이 돌아갔는가(골절됐는가) 궁금해도 물어보지도 못했다. 혹시나 우리 애를 불리하게 대할까 봐 CCTV 보여 달란 말도 못했다”며 “그렇게 믿었던 선생님들이 우리 애들을 학대했다니. 앞으로는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혜 씨의 언니 정은영 씨는 “은혜 몸에 이상하게 상처가 많았다. 찢어지고, 다치고. 태연재활원 내부에 좀 경사진 데가 있는데 거기서 다친 줄 알았다. 학대당한 것을 알고 항의하니까 생활지도원이 ‘은혜랑 선생님(생활지도원)이랑 궁합이 안 맞았어요’라고 하더라. 내가 정말…”이라며 분노했다.
태연재활원 상습학대사건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는 법정 구속되지 않은 다른 가해자의 처벌을 요구할 예정이다. 또한 태연재활원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태연학원’이 물러나는 것도 이 투쟁의 중요한 의제다.
현재 피해자 중 일부는 태연재활원에서 나와 쉼터에 머물고 있고, 나머지는 태연재활원에서 그대로 거주 중이다. 공대위는 울산시에 △장애인 자립지원(탈시설 로드맵) 시범사업 시행 △180명 규모의 태연재활원 정원을 점차 줄인 후 모든 거주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공대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번 선고는 시작일 뿐이다. 29명 중증장애인 피해자의 억울함과 분함이 풀어질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