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00일, 마이너들의 목소리 ④]

[편집자 주]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고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다. 이재명 정부의 공식 명칭은 ‘국민주권 정부’다. 새 정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뜻이다.

비마이너는 이재명 정부 100일을 맞아 장애, 성소수자, 여성, 빈곤 차별에 반대하는 마이너들에게 직접 물었다.

“이재명 정부 100일, 당신은 주권자로 권리를 보장받고 있습니까?”

소수자 논의에 유독 인색한 이재명 정부를 향한 마이너들의 목소리. 비마이너가 모아봤다.

임기 100일이 지난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 정부 첫 예산안이 발표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광장의 힘으로 내란 정권을 끌어내리고 진행된 선거에서 당선되었다. 당시 광장에는 내란에 대한 분노와 함께 일상에서 마주하고 있는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 안에는 빈곤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있었다.

그 목소리들은 내란 정권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회 대개혁 과제로 수렴됐다.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국정과제에 광장의 염원이 얼마나 잘 담겼을까? 이를 통해 우리는 빈곤과 차별, 불평등과 같이 일상에서 마주하고 있는 문제가 해결될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까?

- 공약보다 후퇴한 국정과제, 빈곤문제 해결 요원할 것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최후의 생활 안전망을 강화하여 ‘빈곤층 제로’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선정기준 및 보장수준 단계적 상향’,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공약했다. 이후 발표된 국정과제에는 생계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현재 기준중위소득의 32%인 생계급여 선정기준이자 보장수준을 2030년까지 35%로 단계적 상향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먼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공약은 후퇴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부양의무자기준을 생계급여에서는 2027년에 폐지하지만, 의료급여에서는 2030년까지 완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생계급여 선정기준이자 보장수준을 기준중위소득의 35%로 단계적 상향하겠다는 계획은 이전 윤석열 정권의 공약과 같다. 단 한발도 나아가지 못했을뿐더러 윤석열 정권의 2026년보다 4년 뒤인 2030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계급여 선정기준이자 보장수준을 이야기할 때 기준중위소득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7월 이재명 정부에서 결정된 첫 내년도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은 4인 가구 기준 6.51%이다. 정부는 역대 최대라고 자화자찬했다. 실제 2015년 이후 수치상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은 역대 최대가 맞다. 하지만 이는 실제 필요한 인상률보다 낮게 정해진 수치다.

물론 기준중위소득은 이재명 정부에서뿐만 아니라 역대 정부에서 계속 실제 중위소득보다 낮게 정해져 왔다. 이에 2023년 기준중위소득은 실제 중위소득의 66.37%에 불과하고 2016년 75.87%에서 계속 하락해왔다. 2015년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맞춤형 개별급여로 개편되며 전체 국민 소득의 중앙값을 제도의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에 도입하겠다는 목적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생계급여 수급자들의 급여 수준과 함께 한국 복지제도 전반의 선정기준을 낮춘다.

2025년 기초법공동행동의 보고서에 따르면, 낮게 책정된 기준중위소득으로 인한 기초생활보장제도 비수급빈곤층의 규모는 81.9만 가구에서 113.4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에는 기준중위소득을 현실화하기 위한 계획은 담기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는 AI를 활용한 위기가구 발굴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국정과제에 담고, ⌜AI 복지 돌봄 혁신 추진단(TF)⌟을 출범했다. 한국의 복지제도가 너무 까다롭고 어렵기에 필요한 복지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복지부는 매년 수십만 명의 위기가구를 발굴한다. 하지만 발굴된 인원 중 기초생활보장제도나 긴급복지지원제도와 같은 공적 복지로 연결되는 비율은 3%가 안된다. 복지제도 선정기준이 실제 빈곤을 마주하고 있는 이들의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의미다. 복지가 필요한 이들이 제도 내로 들어올 수 있는 문을 넓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와 같이 낮은 기준중위소득과 가난한 개인과 가족에게 빈곤의 책임을 떠넘기는 부양의무자기준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빈곤문제 해결은 요원할 것이다.

지난 7월 23일, 기자회견 참가자가 “전체 사회구성원의 복지 권리보장을 위해 기준중위소득 격차 지금 당장 해소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

- 공급 중심의 부동산 정책, 찾을 수 없는 주거복지와 세입자 대책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공급 중심의 주거정책에 집중’할 것을 공약했다. 이후 국정과제에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라는 내용이 담겼고,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방안⌟이 발표됐다.

이재명 정부는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민간이 아니라 공공이 주도해 공급하고 민간 주택 공급 시에도 공공성 강화 원칙 하에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LH가 보유하고 있는 공공택지를 민간에 팔지 않고 직접 주택을 지어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정부들과의 차이점으로 개발사업의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다. LH개혁위원회에서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예산 등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또한 LH가 아니더라도 공공이 소유하고 있는 땅을 민간 매각하려 하고 있는 용산 정비창 부지와 혁신파크 부지는 계획에 담기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했지만 4년이 넘도록 시작조차 하지 못한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에 대한 언급도 없다.

또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간을 단축하고 용적률을 완화하는 등 소유주나 시행사를 지원하는 내용은 구체적으로 담긴 반면 쫓겨날 위기에 내몰릴 원주민, 세입자 대책은 최소한으로만 담겼다. 공급 중심의 주택 정책이 만들어낸 사회적 재난 전세사기에 대한 대책은 시장 감독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정도에 그쳤다.

다양한 주거 불안과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수적이다. 세입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장기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는 것이다. 국회에 제출된 2026년 정부 예산안에는 윤석열 정부에서 대거 삭감했던 장기공공임대주택 예산이 매입임대주택 예산을 중심으로 확대되었다.

하지만 매입임대주택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계획은 제시되지 않았다.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신축매입임대를 5년간 14만 호 공급하겠다고 밝혔는데, 신축매입임대는 윤석열 정부에서 주거취약계층이 아닌 중산층을 대상으로 공급했던 방식이라는 점에서 문제다.

무엇보다 세입자 권리 강화를 위한 방안이 전무하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강화하는 것은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을 해결하고 전세사기 예방에도 중요하다. 2020년 법 개정으로 한 번의 계약갱신 청구권이 생겼지만, 충분하지 않다. 세입자가 원하는 경우 계약 기간 이후에도 계약 연장이 가능한 ‘계약갱신 청구권’과, 임대료의 과도한 인상을 막는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 등을 시행하고 있는 가까운 일본을 포함해 독일, 프랑스, 미국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세입자 권리는 처참한 수준이다.

2022년 10월 25일, 반빈곤운동단체와 노동·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내놔라 공공임대”가 한 글자씩 적힌 손팻말을 들어 보인 뒤 다음 해 정부 예산안을 규탄하는 릴레이 발언을 진행했다. 사진 비마이너DB
2022년 10월 25일, 반빈곤운동단체와 노동·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내놔라 공공임대”가 한 글자씩 적힌 손팻말을 들어 보인 뒤 다음 해 정부 예산안을 규탄하는 릴레이 발언을 진행했다. 사진 비마이너DB

- 성장이 아니라 공공성

한국은 잘 사는 나라가 되었지만, 빈곤율이 약 15%로 높고 176만 가구가 주거 빈곤을 경험하고 있는 나라다. 이윤을 중심으로 사람과 생명을 포함, 가능한 모든 것을 착취하며 성장해 온 결과다. 이재명 정부에선 다를까? 발표된 내용대로라면 우리는 2030년이 되어도 부양의무자기준이 있는 사회에서 살게 될 예정이다. 공급 중심의 주택정책은 주거 빈곤과 세입자들이 경험하고 있는 주거 불안 그리고 계속되는 전세사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이재명 정부에서도 AI 산업을 통한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하고 있다.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듯 성장은 빈곤과 불평등 해결로 이어지지 않았다. 빈곤과 불평등을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고 또 키워왔을 뿐이다.

이재명 정부가 집권한 이후에도 기존 개발 지역에선 강제퇴거와 철거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자체들에서 집값을 이유로 노점 단속을 강화하고 있고, 공공장소에서마저 쫓겨나는 홈리스들의 현실 또한 여전하다. 성장이 아니라 박탈된 권리와 존엄을 되찾기 위한 계획이 우선되어야 한다. 주거를 포함한 삶에 필수적인 모든 것을 공공성이라는 이름으로 연결하고 뒤덮어야 할 때이다.

 

필자 소개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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