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의 투표보조 권리 인정한 연이은 판결
선관위는 이에 불복하며 투표보조 지원 안 해
투표보조 대상자 확대·공적보조원 담은 개정안 발의
장애계·서미화 의원 “차별 없이 참정권 보장하라”
발달장애인도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공적보조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30일 오후 2시, 국회 소통관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한국피플퍼스트는 해당 법안을 공동대표발의한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 발달장애인의 투표보조 권리를 인정한 연이은 판결, 그럼에도 선관위는
현행 공직선거법은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인해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의 경우, 기표소에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명을 동반해 투표를 보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투표관리관과 사전투표관이 가족이나 본인이 지명한 사람뿐만 아니라 선거인의 투표를 보조할 수 있는 ‘공적보조원’을 지원하도록 하고, 투표보조 대상도 “신체적·정신적 장애 또는 노령으로 혼자 기표절차를 수행하기 어려운 선거인”으로 확대했다. 이를 통해 실질적인 투표보조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실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6항이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만을 투표보조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로 발달장애인 유권자에 대한 투표보조를 철회했으며, 현재까지도 지원하지 않고 있다.
발달장애인 유권자들의 요구에 따라 2016년부터 투표보조가 지원됐지만, 2020년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선관위가 선거관리지침에서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조항을 일방적으로 삭제했다. 그 결과 발달장애인들이 현장에서 투표 지원을 받지 못해 투표를 하지 못하거나 사표 처리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장애계는 오랜 시간 발달장애인의 투표보조 권리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2022년 3월 진행된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소에서도 투표보조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이에 같은 해 5월에는 부산의 발달장애인들이, 2023년 3월에는 서울의 발달장애인들이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며 국가를 상대로 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월 16일 부산과 9월 18일 서울에서 열린 2심 재판에서는 모두 ‘발달장애인의 투표보조를 거부한 것은 차별이며, 발달장애인에게 투표보조를 지원해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선관위는 2심 판결에 불복해 다시 상고했다.
- 발달장애인 당사자 “참정권 보장 위해 투표보조·공적보조원 필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발달장애인 당사자 소형민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는 “우리는 투표 과정에 도움을 받기 위해 ‘발달장애인의 정당한 편의’로 공적조력인을 요구하고 있다”며 “올해 제22대 대선 때 발달장애인들은 여러 지역에서 투표보조를 요청했었다. 어떤 곳은 ‘발달장애인은 투표보조를 받을 수 없다’며 차갑게 거절하기도 했고, 어떤 곳은 손 떨림이 있는지 시험을 하며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왜 동네마다 기준이 다른 것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관련 기사: 또 발달장애인 참정권 침해 “‘투표보조’ 되는 투표소 골라 가라는 건가”)
이어 소 활동가는 “투표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공적조력인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 투표할 사람을 결정하고, 뽑을 수 있어야 한다. 가족이나 지인이 원하는 후보에게 투표하거나, 누구를 뽑았는지 알리지 않아도 되는 권리도 함께 가질 수 있어야 한다”며 “공적조력인을 둘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이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연 법조공익모임 나우 변호사는 “접근성은 장애인의 자립적 생활과 완전하고 평등한 사회 참여의 전제조건이다. 대한민국이 이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발달장애인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평등하고 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없다. 한 명의 사람으로서, 한 명의 국민으로서 누려야 했던, 누려야 하는 권리를 찾기 위한 또 다른 발걸음이 오늘 발의되는 개정안”이라며 “선거를 비롯한 공적 영역에 있어서 발달장애를 비롯한 장애를 고려하는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