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은 21번째 대통령 뽑는 날
판사들 “발달장애인에게 투표보조 하세요”
선관위 “소송에 참여한 발달장애인 2명한테만 할게요”

이 기사는 발달장애인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언어로 썼습니다. 발달장애인을 위해 쉬운 정보를 만드는 사회적기업 ‘소소한소통’의 ‘이해하기 쉬운 정보 제작 기준’을 참고했습니다.

- 한 문장에 하나의 정보만 담는다.
- 단순한 문장 구조로 짧게 작성한다.
- 구어체로 작성한다.
- 줄임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 복잡한 단어, 어려운 단어, 전문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 어렵지만 사용해야 하는 단어는 쉬운 설명을 함께 제공한다.
- 어려운 단어가 많은 경우 별도의 단어목록을 만들어 설명을 제공한다.
- 숫자는 아라비아 숫자로 기재한다.
- #, &, ~, % 등의 문장부호 사용을 자제한다.

청운효자동 사전투표소인 종로구보건소에서 한 발달장애인이 조력자의 투표보조 지원을 받아 투표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청운효자동 사전투표소인 종로구보건소에서 한 발달장애인이 조력자의 투표보조 지원을 받아 투표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6월 3일 화요일은 한국의 21번째 대통령을 뽑는 선거날이에요. 발달장애인은 혼자서 투표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고 혼자 투표할 수 있는 사람도 있어요. 혼자서 투표하기 어려운 사람은 누군가가 투표를 보조한다면 참정권*을 훨씬 더 잘 행사할 수 있어요.

(참정권: 국민이 국가의 정치에 참여하는 권리)

그래서 발달장애인은 국가에 소송을 걸어서 이겼습니다. 이 소송으로 앞으로 바뀌는 것은 2가지예요.

(1) 발달장애인이 혼자서 투표할 수 없다면 보조해라. 보조하는 사람은 발달장애인의 가족이거나 발달장애인이 선택한 2명으로 정해라.

(2)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에 ‘발달장애 때문에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을 수 없는 사람’을 넣어라.

그런데 소송은 3번까지 기회가 있거든요. 삼세판을 했는데도 발달장애인이 이긴다면 그때는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위에 적은 (1)번과 (2)번대로 꼭 해야 해요. 

(아직 삼세판이 안 끝나긴 했지만 21번째 대통령을 뽑는 날은 정말 중요한 날이잖아요. 그래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라는 단체와 발달장애인들이 법원에 ‘임시조치’를 신청했어요.

‘임시조치’는 “최종 판결 전에 임시로 발달장애인이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판사님이 결정해 주세요”라고 법원에 얘기하는 거예요. 이번 선거에서 발달장애인이 투표보조를 못 받는다면 그건 장애인 차별이에요. 차별이 일어날 게 뻔하게 예상되잖아요. 그래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법원에 임시조치를 신청한 거예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김상훈, 장천수, 오준석 판사는 5월 30일에 임시조치를 받아들였어요. 6월 3일 대통령 선거에서 발달장애인이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게 하라고 결정했어요. 판사들이 이렇게 결정한 이유를 설명하겠습니다. 판사들이 결정문에 쓴 내용입니다.

(1) 발달장애인은 투표보조를 받지 못해서 투표할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다.

(2) 6월 3일 대통령 선거에서도 발달장애인이 투표할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 예상된다.

(3) 발달장애인은 예전에도 투표보조 요청을 거부당한 적이 있어서 앞으로도 거부당할 수 있다.

(4) 발달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이 투표할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그러려면 투표보조는 꼭 있어야 한다.

(5) 국가가 장애인을 차별하는 일은 중단돼야 한다.

발달장애인들과 그의 동료들은 판사의 결정을 크게 환영했어요. 저는 5월 30일에 발달장애인 동료들과 함께 사전투표를 하러 갔는데요. 한 발달장애인 동료가 투표보조를 거부당하고 속상한 마음에 우는 걸 봤어요. 이런 일이 6월 3일 투표날에는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판사들이 임시조치를 받아들여서 다행이라고 여겼어요.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가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이행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비마이너DB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가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이행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비마이너DB

그런데 선관위가 충격적인 발표를 하고 말았어요. 소송에 참여한 발달장애인 2명한테만 투표보조를 하겠다는 거예요. 이 2명은 사실상 모든 발달장애인을 대표해서 소송에 참여한 거였어요.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발달장애인 남태준 씨는 크게 분노했습니다. 남태준 씨는 5월 31일 전화통화에서 “그거는 잘못된 거예요. 소송에 참여한 발달장애인에게만 투표보조를 해주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모든 발달장애인에게 투표보조를 해줘야죠. 발달장애인도 유권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발달장애인은 투표장에서 많은 차별을 당했습니다. 선거관리인은 발달장애인한테 ‘네모칸에 도장 찍어보세요’라고 했어요. 발달장애인이 잘 찍으면 투표보조 안 해주고, 잘 못 찍으면 투표보조 해줬어요.

이건 발달장애인이 원하는 투표보조가 아닙니다. 글씨를 한 번에 읽기 어렵고, 낯선 분위기 때문에 편하게 투표하기 어려운 점 같은 걸 보조해야 하는데 말이에요.

발달장애인들은 6월 3일 대통령 선거 때 판사들이 쓴 결정문을 프린트해서 갈 거라고 합니다. 만약 투표보조를 또 거부당하면 선거관리인에게 결정문을 보여줄 거래요. ‘판사들이 발달장애인에게 투표보조하라고 결정했으니 거부하지 마세요!’라고 말할 거라고 합니다.

아직 결정문을 프린트하지 않은 분이 있나요? 아래 링크를 누르면 결정문을 다운로드할 수 있어요. 프린트해서 6월 3일 투표날에 투표장에 가져 가세요. 이 결정문을 프린트해서 갔는데도 투표보조를 거부당했다면 비마이너에도 알려 주세요. 비마이너 메일 주소는 beminor@beminor.com 입니다.

▷ 결정문 다운로드하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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