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회의’ 고집하더니 혈세 낭비
회의 단 90분에 대관료는 380만
인쇄·출력비에 449만 썼는데 고작 42쪽

최근 6년간 중생보위 회의비용. 자료 김예지의원실
최근 6년간 중생보위 회의비용. 자료 김예지의원실

기초생활수급비 등 가난한 사람들의 최저보장 수준을 결정하는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아래 중생보위)가 지난 3년간 회의비로 5,300만 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는 2023년부터 올해까지 개최한 9차례 회의에 총 53,214,400원을 지출했다. 1백만 원의 참석 수당만 지급된 서면회의 한 번을 제외하면 회의 1차례당 평균 653만 원을 쓴 셈이다.

6년간 지출한 회의비 세부내역을 살펴보니 회의 장소인 호텔 등 대관료만 약 수백만 원이었다. 복지부는 2020년 열린 59차 회의 당시 서울시 중구에 있는 4성급 코리아나호텔 다이아몬드홀을 대관했다. 당시 회의비는 대관료 382만 원을 포함해 총 687만 원에 달했다.

2023년,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개최된 71차 회의의 경우 대관료는 380만 원이었다. 올해 3월에는 코스요리가 제공되는 한정식집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74차 회의를 진행했는데, 대관료 191만 원 포함 총 776만 원을 지출했다.

복지부는 이처럼 회의비로 수백만 원을 지출했지만 회의 시간은 고작 1시간 30분에 불과했다. 반면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 복지부 대회의실 등에서 진행된 회의의 경우 대관료는 들지 않았다.

대관료뿐만 아니라 인쇄·출력비에도 큰 비용이 들었다. 지난 7월 31일에 열린 77차 회의의 경우 인쇄·출력비는 449만 원이었는데 1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회의의 안건자료는 1부당 42쪽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그간 “수급비 역대 최대 인상”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매해 발표해 왔다. 그러나 실은 수급비를 매년 깎아 왔다는 비판이 있었다. 중생보위는 80여 개 복지제도의 기준선인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하는데, 기준중위소득을 낮게 책정해서 사실상 매해 수급비를 깎아온 거나 다름없었다.

또한 중생보위가 늘 비공개로 열린다는 것도 주요한 비판 지점이었다. 수급자 등 당사자가 회의에 참석해 직접 의견을 피력할 권리는 한 번도 보장된 적 없었다. 회의결과는 언제나 ‘통보’로 이뤄졌으며 이의제기 통로 등도 전무했다. 이에 ‘밀실회의’ 지적을 받아온 중생보위가 회의비로 혈세 수천 만 원을 호텔 등에서 지출한 점은 비난을 피해 가기 어려워 보인다.

수급자인 김호태 동자동사랑방 전 대표는 13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자기들끼리 비밀로 수군덕수군덕하는 회의를 하면서 돈을 물 쓰듯 쓴다는 건 너무 잘못된 일이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한 푼이라도 덜 주려고 하면서 엉뚱한 데 돈을 쓰다니 말이 안 된다”고 분개했다.

김예지 의원은 “중생보위의 1회 회의 비용은 중생보위가 생각하는 4인 가족이 3달 동안 먹고 사는 데 충분한 액수”라며 “고위공무원과 교수, 변호사 등이 호화로운 장소에서 돈을 펑펑 쓰며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 비용을 결정하다 보니 생계가 절박한 사람들의 삶을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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