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단체들 “사업 추진 포기 선언과 마찬가지”
2026년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첫해 예산 777억원 편성
제도 취지에 맞게 예산 현실화 필요
내년 3월 27일,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이에 따라 전국 229개의 모든 지자체에서 돌봄통합지원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시행을 앞두고 예산 마련, 제도 설계 등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 등 53개 돌봄 관련 단체는 지난 3일 공동성명을 내고, “법 시행 첫해 예산안 777억 원은 사업 추진 포기 선언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8월 29일 발표한 2026년 예산안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지역 의료·돌봄 연계 체계 구축에 27억 1천만 원, 재정자립도 상위 20%를 제외한 183개 지자체 사업 확충에 528억 7천만 원, 지자체 공무원 인건비 191억 5천만 원, 기타 30억 1천만 원 등을 포함해 총 777억 원이 편성됐다.
하지만 지원 대상을 재정자립도 하위 80% 지자체(183곳)로 한정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위 성명에 따르면, 현재 보건복지부가 임시통보한 국고지원 비율은 서울 30%, 그 외 지역은 50% 수준이다. 돌봄 관련 단체들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46개 지자체 역시 국가의 지원 없이 돌봄 사업을 수행할 수 없다”며, 전국적으로 추진되는 사업답게 지역 간 차등을 없애고,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 지자체가 받는 평균 예산은 2억 9천만 원으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시범사업의 절반 수준이다. 게다가 시범사업은 주로 노인 돌봄 중심으로 진행됐으나, 내년부터는 장애인 등으로 대상이 확대된다. 하지만 지금의 예산 규모로는 확대된 사업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돌봄전담조직을 구성할 인건비 문제도 심각하다. 올해 9월 기준, 시범사업 지자체 147곳 중 전담 조직이 없는 곳이 69곳(46.9%), 전담 인력이 0명인 곳이 45곳(30.6%), 1명만 있는 곳이 36곳(24.5%)에 달했다. 정부가 제시한 추가 인력 2,400명 또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통합돌봄시범사업 직무조사’에서 제안한 최소 전담 인력 7,200명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돌봄 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전국의 모든 지자체에 사업비와 인건비 예산을 지원하고, 노인과 장애인 사업을 위해 지자체당 9억 원씩을 배정하여 총 768억 원을 증액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지자체 돌봄 사업을 운영할 기본 인력을 확충하고, 국고지원 부담률을 상향 조정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역시 7일 성명을 통해 “장애인은 법률상 통합돌봄의 명시적 대상으로 규정된 만큼, 예산 배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대로는 “통합돌봄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제도의 취지는 시행 첫해부터 제대로 실현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돌봄통합지원법은 초고령사회 진입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전략으로 추진된 ‘지역사회 통합돌봄(Community Care)’ 정책을 법제화한 것이다. 주거·건강·의료·요양·돌봄·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지역 기반 통합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게 핵심 목표다. 복지부는 2018년 11월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본계획’을 발표한 이후, 2019년부터 시범사업을 시행했고 현재 전국 229개 모든 시군구가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