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기념 토론회' 열려
"미디어교육과 함께 발전방향 모색 필요" 지적도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지난 10년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10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기념 토론회’가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주최로 28일 늦은 2시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장애인 당사자 작품을 통해 인권의 담론을 만들어가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최재호 집행위원장. |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장애인미디어교육수료작을 적극적으로 상영하기 시작한 배경에 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최 집행위원장은 "4회 때부터는 영화제 사무국과 집행위원회 조직 체계를 갖추고 공모제도도 시행하기 시작했는데, 미디어 교육 수료작도 반 이상 차지했다"라면서 "서툰 작품도 많았지만 중증장애인 당사자가 자기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보여주는 것에 가치를 두고 상영작으로 선정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 집행위원장은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지금까지 총 170여 작품을 상영했다"라면서 "어느 해는 활동보조서비스 제도화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출품되는가 하면 이후에는 탈시설과 자립생활이 주를 이루는 시기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최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출품작의 수준이나 질(퀄리티)의 문제도 늘 고민거리이지만, 미디어교육 수료작이 비장애인의 시선으로 보면 거칠고 투박하다 할지라도 우리 영화제는 이들 당사자와 함께 인권의 담론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중증장애인 당사자가 만든 작품이 큰 스크린에서 상영해 그들에게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부심을 안겨줌과 동시에 대중과 호흡할 수도 있는 영화제로 만들어나가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 ▲다큐인 박종필 감독. |
미디어교육과 함께 발전방향 모색
다큐인 박종필 감독은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초보 장애인 감독에게 일정 금액의 제작비와 조언자(멘토)를 지원하는 사전제작지원에 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박 감독은 "지난 2005년부터 자체적으로 장애인미디어 교육을 진행했으나 전국적으로 장애인미디어교육이 활발해지면서 영화제가 교육을 계속 진행하기보다 교육에 참가했던 장애인당사자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8회 영화제부터 교육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사전제작지원프로그램 시행했다"라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성과를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사전제작지원 신청자가 많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면서 "장애인이 살아가는 데 최소한의 기본적인 여건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애인당사자가 영화 제작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고, 교육에서 배제된 장애인 당사자가 기획서를 작성해 생각을 전달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박 감독은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영화를 통한 관객과의 소통과 더불어 장애인미디어교육의 현실과 발전에 대한 고민 속에서 10년을 맞이했다"라면서 "출품작에 대한 관객과 소통 지점과 미디어교육에 대한 평가 사이에서 영화제가 딜레마를 겪고 있지만, 이 두 부분을 같이 가져가기 위해 현장에서 교육하는 사람들과 함께 장애인미디어교육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제의식을 드러낼 독창적 형식과 기술이 장애인문화운동 담론 제시할 것
장애인·인권 문화를 이끌어가는 단체의 연대 의견도 이어졌다. 장애여성공감 이진희 사무국장은 "문화 예술영역의 주변인으로만 존재하던 장애인이 영화 제작의 주체가 되려는 과정은 정상성 중심의 사회에 대한 도전이며 변화를 위한 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장애인이 직접 촬영하고 편집하고 자신의 언어로써 사회적으로 발언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 문화예술운동이 가지는 과정"이라며 "'의미'만을 놓고 대중에게 강요할 수 없으므로 장애인 인권영화가 주제의식을 드러낼 독창적 형식과 기술을 갖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장애인문화운동의 전체 담론을 제시해 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 사무국장은 "최근 들어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하거나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들이 쏟아지고 있다"라면서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것과 더불어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하는 논의도 진행되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 사무국장은 "풍부한 비평들 속에서 장애인 인권영화라는 장르의 의미가 새롭게 구축될 수 있다"라면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비평이나 리뷰 공모 등을 진행해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영화를 관람하게 하는 동기를 부여한다면, 장애인 인권영화의 지평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 ▲서울인권영화제 은진 활동가. |
오는 5월 개막하는 서울인권영화제의 은진 상임활동가는 "비장애인 관객으로서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 텐데, 서울인권영화제 또한 운동권 아닌 사람들에게 다가갈 것이냐 하는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라면서 "영화가 사회를 변화시킬 거라고 생각하지만, 우선 대중들이 상영하는 영화를 봐야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많은 대중을 만나기 위해 새로운 기획과 더불어 운동권 홍보 방식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은진 상임활동가는 "서울인권영화제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보다 주제의 폭이 넓은데도 상영할만한 작품을 만나기가 어렵다"라면서 "다양한 작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내작품 이외에도 국외작품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은진 상임활동가는 "타 영화제의 경우 더욱 방대한 작품들을 접하기 때문에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 다루어져도 좋을 작품을 추천받는 등 연대를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지난해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개막작 '태영, 센터가는길' 등을 비롯해 '신발나라', '나는 2급이다' 등 각종 영화제의 수상작을 배출한 강릉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박지호 활동가가 참석해 강릉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강릉장애인인권영화제' 소식 등을 전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