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기초법 개정안 공청회 열려
"빈곤실태조사는 정부가 조사해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전체 국민 중 빈곤인구는 585만 명이다. 이중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아래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거나 자립을 지원하는 공공부조의 사각지대에 있는 빈곤인구가 무려 410만 명에 이른다. 특히, 소득과 재산은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기준에 해당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이 100만 명으로 전체 빈곤인구의 17%를 차지한다.
이에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은 지난 1월 공공부조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수급자의 권리 보장을 강화하기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곽 의원은 16일 이른 10시 30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이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발제를 맡은 곽 의원은 이번 개정안이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 본인의 소득, 재산을 기준으로 수급자를 선정하도록 하고 생계급여를 낮추는 ‘추정소득’ 조항을 삭제했다”라고 설명하고 “2009년 한시생계보호 대상자 41만 가구의 대부분은 노인, 장애인가구로 사회안전망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모든 급여에서 제외되는 차상위계층 지원을 위해서는 “현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차상위계층 기준을 도시근로자 가구 평균소득의 50퍼센트로 재정의하고 개별급여 지원을 강화하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곽 의원은 수급자의 권리 보장 강화를 위해 “수급권에 대한 안내를 의무화하고 조건부 수급조항을 폐지하며, 정기적인 빈곤실태조사를 해 국민기초생활보장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라고 밝히고 "현재 지자체가 일부 부담하는 기초생활보장비용 전액을 국가가 보장하도록 했다”라고 덧붙였다.
토론에 나선 보건사회연구원 김미곤 박사는 “개정안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아니라 축소”라고 지적하고 “굳이 폐지라는 말을 써서 예산 당국을 겁먹게 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 개정안은 ‘수급권자의 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로 부양의무자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조항에서 ‘배우자’를 삭제한 바 있다.
이어 김 박사는 “개정안에 대체로 찬성하지만, 조건부 수급조항을 폐지하는 것은 반대한다”라면서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 급여를 준다고 하면 국민 정서상 반대가 심해 오히려 기초법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조건부 수급조항을 폐지하기보다는 열심히 일해 소득이 있으면 급여가 올라가는 방식을 생각해보아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 권병기 과장은 “정부의 입장에서는 재원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개정안에 따라 부양의무자 기준을 축소하면 약 6조 원이 필요하며, 완전 폐지 시에는 재원이 더 마련돼야 하기에 사회적 합의 및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권 과장은 “기초법 안에 차상위계층이 들어오면 하나의 제도 안에 너무 많은 짐이 실리기에 꼭 기초법 안에서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김명희 사무국장은 “지역에서 활동하다 보면 수급자가 이미 포화 상태인 구에서는 수급자 등록을 잘 받아주지 않아 수급자가 적은 구로 주소를 옮겨 수급자로 등록하는 사례들을 보게 된다”라면서 “재정 문제가 심각한 지자체들이 있는 만큼 기초생활보장비용 전액을 국가가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무국장은 “지자체 차원에서 빈곤실태조사는 개인정보누출 등과 같은 문제 때문에 한계가 있다”라고 밝히고 “빈곤실태조사는 지역 내에서 정말 필요한 만큼 중앙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빈곤사회연대 최예륜 사무국장은 “사각지대가 410만 명에 이른다는 사실은 이것이 단순한 사각지대가 아니라 제도가 잘못됐다는 뜻이므로 기초법에 대한 전면적인 개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최 사무국장은 “특히 부양의무자 기준은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개인과 가족에게 떠넘기고 있으므로 반드시 폐지해야 하며, 현재 빈곤실태조사를 돈 없는 단체들이 나서서 하고 있는데 정부가 조사해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허선 교수는 “예전에 기초법 개정안을 위해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만나러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때 예산처 과장이 ‘기초법 개정되면 안 된다’라는 문건을 가지고 의원들을 만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라면서 “결국은 예산에 맞춰 수급해왔다는, 예산으로 결론이 난다고밖에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그렇다면 예산이라는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데 결국은 국민의 ‘공감대’와 ‘설득’ 그리고 정치인을 압박할 수 있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본다”라면서 “먼저 우파들도 찬성할 수밖에 없는 ‘부양능력이 없는 부양의무자 때문에 수급이 안 되는 사람’들과 같은 부분부터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공청회 참석자가 “자활센터에 갔더니 정신지체 3급은 참여할 수 없다고 해 그냥 돌아와야 했다”라면서 “일할 수 있는 장애인은 일할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다른 참석자는 “한 아주머니가 수급자 신청을 하러 동사무소에 갔다가 직원에게 ‘왜 이혼을 했습니까?’, ‘일할 수 있으니 일하세요’라는 말을 듣고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시청으로 데려가 모자 가정 등록을 해준 적이 있다”라면서 “일선 담당공무원들이 너무 ‘제왕적’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 앞서 기초생활권리찾기행동은 이른 9시 30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600명의 서명을 받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 청원 요구안을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