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 인터뷰
이번 지방선거에서 곽노현 후보가 진보성향의 후보로는 처음으로 서울시 교육감에 당선돼 화제를 모았다. 특히 곽 당선자는 국가인권위 사무총장직 이후 중증장애인 시설 수용 정책의 대안을 찾는 탈시설정책위 위원장직을 맡아 장애인계와 인연이 깊다. 비마이너는 지난 11일 취임 준비에 여념이 없는 곽 당선자를 찾아, 장애인교육에 대한 생각과 과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진행했다. |

박경석(아래 박) : 먼저 당선을 축하합니다. 장애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이나 지금까지 활동하시면서 특히 장애인인권과 관련해서 많은 경험과 조직적 경험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곽노현(아래 곽) : 저 자신도 사시, 왼쪽 눈이 사시라 용모 장애인으로 태어나서 지금도 용모 장애가 있어요. 눈도 약간 치켜 보이고. 그런 정도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요.
다만 장애에 대한 콤플렉스는 극복한 상태이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데에는 시간도 걸리고 노력도 필요하고 그렇잖아요. 그런 원초적 경험이 장애에 대한, 장애인에 대한 공감대를 넓혔던 것 같아요. 원동력이다, 원초적 경험이다 생각하지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싶어요. 저도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장애인이다. 여러분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장애인이다. 아니면 모든 사람이 다 비장애인이고요. 왜냐하면 장애인도 만들어지거든요.
불편한 단계를 극복하면 사실 본인은 장애가 없어요. 나머지는 시선의 문제, 다른 사람들이 마음에 장애가 있어서 차별을 하는 거지. 본인은 불편한 것을 극복한 후부터, 적응한 후부터는 장애가 없거든요. 거기에 맞췄을 뿐이지. 그래서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장애인이기도 하고 비장애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 특히 국가인권위에서 장애인단체와 많은 관계, 애증의 관계였고, 그리고 또 인권위 사무총장을 하면서 장애인 쪽 일을 같이 함께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곽 : 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아래 장차법) 통과에 아주 작은 돌멩이 하나를 놓았다. 아주 작은 숟가락 하나를 놓았다고 할까요. 장차법 통과 때 약간 애로가 있었는데….
박 : 제가 알기에는 큰 방향이 틀어지고 독립적으로 가게 된 역할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곽 : 네. 장차법이 통과되는데 장차법 형식과 내용이 별도 입법으로 필요하다, 이런 입법 권고안을 내는데 다소 역할을 했습니다. 그 부분하고… 물론 총장으로 있으면서 장애차별 팀을 신설해서. 그전까지는 없었거든요. 정신보건전문위원회, 시설생활전문위원회, 장애차별전문위원회 세 개를 만들었어요. 그런 건 좀 이야기할 만한 하겠네요.
박 : 또 인권위 사무총장을 마치시고 탈시설정책위원회 위원장으로도…
곽 : 예, 마치고 나서는 원래 관심이 있었던 탈시설, 시설 생활인의 탈시설 운동, 지역사회로의 통합 운동을 박경석 대표님과 같이 해왔죠. 굉장히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장애인인권에 가장 큰 과제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박 : 당선자께서 앞으로 교육행정을 하시면, 대단히 큰 주제들이 많지 않습니까? 무상급식, 혁신학교 등. 예산도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데… . 장애인 쪽에서는 당연히 해야 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장애인의 교육 문제는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하기에 결국은 우선순위에서 밀리지 않을까 걱정하는데요?
곽 : 제가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공교육은 절대로 단 한 아이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할 때 가장 염두에 둔 것이 장애학생들이에요. 현실적으로는 재원을 마련해야 하고 그에 따라 인력을 확충하고 정당한 편의제공을 해야 하잖아요. 이에 대한 예산 소요가 있을 텐데….
우선순위를 장애학생에 대한 서비스, 실제적 서비스를 확충하는데 둘 생각이에요. 최우선 순위 중의 하나일 거로 생각해요.
물론 많은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특히 친환경 무상급식 예산 부담, 새로운 예산 구조 속에서 이것을 하려고 하니까 크게 만족스럽지는 않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을 반드시 수반하지 않는 부분에서의 발전이 가능하니까. 그런 쪽도 특히 신경 쓸 생각이에요.
박 : 또 추진하는데 장애인교육 같은 경우가 초등교육과의 일개 부서로 진행되기 때문에 장애생애주기별 모든 과제를 담아내기 어려운 교육 체계가 있습니다. 저희는 이를 격상시켜서 생애주기별을 총괄할 수 있는 행정조직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박 : 세 명만 하고 있습니다.
곽 : 최소한 장애인인권선진국,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에 있어서도 전 생애에 걸쳐 대단히 선진적인 모습을 구현하고 있잖아요. 우리는 한참 떨어져 있는데. 우리가 장애인인권 쪽을 빨리 선진화해야 할 분야가 있다면 그건 바로 학교에요. 아이들이죠.
그래서 그런 생각으로 학령기 장애아이들을 위해서는 조금 더 빨리 선진적인 행정체계를 갖추자고 호소하고 설득할 것이고 이것은 상대적으로 수용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요. 또 그 과정에서 장애인계가 한 목소리를 낼 것을 기대하고요.
박 : 기존의 교육감한테는 이야기해도 만나주지도 않고 요구안을 전달해도 전달도 되지 않고. 결국 서울시교육청에 때가 되면 천막을 치고 했지요. 당선자께서는 이전과는 다르게 정말 실질적으로 특수교육추진단과 같은 형태의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신지?
곽 : 장애인계가 저에 대해서 큰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셨는데. 말할 수 없이 고마워요. 선거 유세를 가면 장애학생과 장애부모님들이 나온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저와 같이 휴대전화 사진을 찍자고 하시고 격려해주시고 했지요.
우선순위에서는 앞서지만, 혹시나 장애아동 일은 바로 첫해 일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물론, 논의단계는 시작하겠지만. 조금 늦춰지더라도 이해해주시고 참아도 주시고. 아무튼 사랑의 빚을 많이 져서 또 응당 사랑으로 많이 갚아나가야죠.
그런데 이것은 개인적인 차원은 전혀 아니고요. 공교육의 책무성 관점에서 우리가 접근하기 때문에, 인권의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제 머릿속에서 항상 우선순위에 있는 주제 중의 하나입니다.
박 : 학교현장에서 장애인들이 교육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장애학생들이 장애인들의 인권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중요한데요. 장애인 내용이 교과서에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고 또 하나는 장애인의 인권을 가르치는 프로그램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장애인 당사자가 초중고등학교 가서 장애인 문제를 직접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지원하실 생각은?
곽 : 그건 염려 마세요. 오히려 그런 부분은 큰돈 들이지 않고 일찍 시작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장애인권, 장애인권 그러는데. 인권이라는 말을 쓸 때 서글픈 겁니다. 사람 취급도 안 하는 것인데. 학생인권도 마찬가지고. 오죽 사람 취급을 안 하면 장애인권을 말하겠어요.

하지만 가까이에서 가슴과 가슴이 만나면, 눈과 눈이 마주치면 ‘아 나와 똑같네!’, 나와 똑같은 동료로, 동료 시민으로, 친구로 그렇게 받아들이게 되거든요. 그게 장애인권의 시작이거든요. 모름지기 통합하고 어울려야 합니다. 그것이 교육의 시작이에요.
우리가 모두 인권을 가지고 있는 자유로운 인격체라는 것, 사실은 가까이에서 흉금을 털고 가까이에서 만날 때 우정과 사랑도 싹트는 게 아니겠어요? 그건 대환영입니다.
박 : 현장에서 잘 안 받아들이려는 경험이 있어서…. 학교에 공문을 보내면 대부분 무시당하고 몇 군데 선생님을 꼬셔서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부분을 제도적으로 마련하고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곽 : 마음을 바꾸려면 가까이에서 접해야 해요. 보내야 하고.
박 : 진보적인 교육감분들도 꽤 당선되셨습니다만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장애인교육협의체, 이런 형태로 해서 교육감들이 모여 ‘이 정도는 좀 해보자’, 이런 것을 주도적으로 해보실 생각은 있으십니까?
곽 : 물론 있지요. 앞으로 당연히 시도교육감 협의회에서 다양한 장애체험사례들이라든가 그런 것을 해보고. 장애인권 문제를 공식의제로 올려놓고 장애인교육의 고유한 문제들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데 필요한 방안과 관련 예산을 확충하기 위해서… 정치권을 접촉한다는 데 힘이 생기려면 직접 교육감 모임, 시도교육감 협의회를 거쳐야 해요. 제가 장애인교육을 위해서 그런 통로가 될 것입니다.
박 : 공약들이 쭉 나열되고… 장애인의 교육 문제를 핵심적인 의제로 논의했는데… 교육복지 하나의 부분으로 들어갈지, 항상 밀렸던 부분의 아픔이 있기에 핵심공약 속에서 같이 논의될 수 있을지 이야기를 해본 적이 있습니다.
곽 : 개선의 필요가 있다 할지라도, 한꺼번에 확 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저도 현상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어떤 부분이 정말 취약한지,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둘 때 실효성이 있는지 따져보기는 할 거예요.
공식기구들이 있으니까 우선 공식기구를 활성화해야겠죠. 중고등학교 중퇴한 장애성인들, 취학 기회를 놓친 장애성인들에게도 이분들을 위한 계속교육을 아주 용이하게 할 방법들을 머리 맞대고… 다만 어느 때 시작해서 확실하게 할 것이냐. 첫 번째 과제인지, 두 번째 과제인지 따져볼 겁니다. 아무튼 의지는 확고합니다.
박 : 마지막으로 장애인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곽 : 정말 어떤 복지도 없는 상황에서 훌륭하게 지내오셨어요. 지난 십 년 간 장애인복지가 나름대로 틀을 갖춰가고 있지 않습니까? 체념이나 절망 없이 희망을 가지고 나오셔서 세상에서 만나기를, 장애인교육권을 실현하는 일에 함께 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