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늦은 장애해방학교 첫 시간, 노들야학 강당서 열려
기본권 보장받기 위해 연대와 투쟁 필요해

▲강의하고 있는 임영희 활동가.
'장애해방운동, 희망의 물리적 근거를 찾다-2013년 장애해방학교' 첫 시간이 22일 늦은 2시 노들장애인야학(아래 노들야학) 배움터에서 열렸다. 올해 장애해방학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주관하고,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주최했다.
2013년 장애해방학교 첫 번째 시간은 '우리는 누구인가?-장애와 나'라는 주제로, 자신을 알아가고 이를 통해 인간으로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어떤 권리가 필요한지 논의하는 자리로 구성됐다.
참가자들은 모둠별로 만족스럽게 먹고 잘 때, 음악 들을 때, 인정받을 때, 야학에 올 때, 좋은 사람을 만날 때, 동지들과 투쟁할 때 등 각자가 행복했던 순간을 발표하고 인간이 행복하게 사는 데 필요한 권리가 무엇인지 토론했다.
전장연 임영희 활동가는 “요즘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400일 넘게 외치며 장애인 권리를 이야기한다”라면서 “우리가 행복해지는 데 필요한 권리가 있는데 주변에 있지만 발견하지 못한 권리, 우리에게 꼭 필요한 권리가 무엇인지 생각해봤으면 한다”라고 제안했다.
이에 참가자들은 인간에게 필요한 권리로 굶지 않을 권리, 이동할 권리, 의료혜택 받을 권리, 소통할 수 있는 권리, 교육받을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 존중받을 권리, 지역에서 살 권리 등을 제시했다.
오산성인장애인야학 씨앗 장순기 활동가는 “지체장애인의 경우 경사로가 없으면 식당도 못 들어가기 때문에 편의시설이 필요하다”라면서 “장애인이 된 지 4년 됐는데 장애인이 되니 그전까지 보지 못했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노들야학 김현정 교사는 “전동휠체어를 타는 야학 학생이 호프집에 갔는데 종업원이 여기 예약해야 올 수 있는데 왜 왔느냐는 식으로 눈초리를 줬다”라면서 “호프집 안에 겨우 들어가서 기다리는 동안 그 언니는 ‘우리는 연대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인간에게 필요한 권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모둠 토의결과를 발표하는 천정민 활동가.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천정민 활동가는 “은행 공공기관 등을 이용할 때 의사표현을 할 수 있음에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불쌍한 존재로 본다”라면서 “장애인이 옆에 있어도 무시하고 활동보조나 보호자를 통해 의사전달을 하는 때 장애인 인권이 무시당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임영희 활동가는 참가자들의 발표 내용을 정리해서 기본권의 원칙에 대해 설명했다.
임 활동가는 “기본권은 보편적으로 모두가 다 갖고 있어야 한다”라면서 “예전에는 여성이 투표를 못 했던 것도, 장애인이 집에서만 식사하는 것도 자연스러웠지만, 투표한다면 모두가 다 해야 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갈 권리도 모두에게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임 활동가는 “기본권의 보편성은 획일적인 것과는 다르다”라면서 “누구나 초등학교에 갈 수는 있지만, 실제로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수업보조가 필요한 사람은 교실까지 접근해서 친구들의 도움 없이도 수업을 들을 수 있어야 장애인들이 학교 갈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임영희 활동가는 권리가 모두에게 적용되는 듯 보이지만 모두가 누릴 수는 없는 현실을 지적하며 권리를 찾는 투쟁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임 활동가는 “기본권은 말 그대로 기본적이기 때문에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권리”라면서 “도로를 점거하는 등 이동권 투쟁 당시 비장애인들은 약속에 늦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장애인이 수십 년 동안 이동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면 어떤 권리가 기본적이고 더 절박한지 판단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 지적했다.
임 활동가는 “장애인이 자립생활 할 권리가 있으려면 경제적 권리 또한 있어야 한다”라면서 “이동권과 교육권이 중요하지만, 경제적 자립이 가능하지 않으면 결국 누군가에게 눈치 보고 기댈 수밖에 없다. 이렇듯 기본권이 보장되지 못하면 다른 권리도 누릴 수 없어서 장애인들이 기본권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 활동가는 “기본권은 없다가 생겨나는 게 아니고 원래부터 있었는데 우리가 그것을 발견하는 것”이라며 “인류 역사 흐름을 보면 인권이 갖는 저항성이 있는데,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 저항해 싸워서 바꿔가지 않으면 권리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검증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임영희 활동가는 기본권에는 상호의존성이 있다며 권리를 위해 저항하는 사람들의 연대를 강조했다.
임영희 활동가는 “내가 행복한 것이 중요하듯 다른 사람들의 행복도 중요하고, 누군가의 권리가 쉽게 침해당하는 만큼 나의 권리도 불안해진다”라면서 “우리의 기본권과 장애인 자립생활 권리를 위해 연대활동이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첫 강의에 앞서 전장연의 장애해방학교를 소개하고 참가자들이 자기 소개하는 시간이 진행됐다.
전장연 김진영 활동가는 "장애학을 어디에서도 가르쳐주지 않아 전장연에 와서 처음 알게 되었다"라면서 "올해 장애해방학교는 장애인 인권, 장애의 사회적 이해, 장애인 노동권과 자기결정권, 페미니즘과 장애학,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진보 장애인운동 역사 등을 배우는 과정으로 마련했다"라고 설명했다.
노들야학 박정숙 학생은 "아이들 다 크고 직장 퇴직한 후에 어떤 삶을 살까 생각하다가 검정고시 공부해서 대학 가려고 노들장애인야학에 들어왔다"라면서 "여기 와서 장애인도 찾아야 할 인권이 있고 그것을 공부하고 스스로 권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나이는 많아도 여러분과 장애인 활동가로서 함께 나갈 수 있도록 공부하게 되었다."라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장애해방학교에 대해 설명하는 전장연 김진영 활동가.
▲노들야학 김명학 학생이 자기소개하며 장애해방학교에 참가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갑누나을공익' 모둠 구성윈이 각자 행복했던 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차별없조' 모둠이 행복했던 때가 언제인지 발표하고 있다.
▲임영희 활동가의 질문에 답하는 노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미정 활동가.
▲박정숙 노들야학 학생의 사례를 들어 인간에게 필요한 권리가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있는 김현정 교사.
▲'전국구' 모둠이 인간에게 필요한 권리가 무엇인지 적은 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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