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빈민운동가, 이덕인 열사 18주기 추모제 열려
"민중을 착취하려는 지배세력과 맞서 싸우자"

▲18주기 이덕인 열사 추모제가 28일 늦은 2시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열렸다.

“아암도 갯벌 바닷바람 맞아가며 이덕인 동지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내가 이 망루에 올라와 있으면 이 세상이 변할 수 있을까? 먹고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18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이덕인처럼 망루에 오르고 있습니다.”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김병태 회장)

 

18년 전 인천시의 무자비한 노점 탄압에 맞서 망루 농성을 벌이다 해변에서 의문의 시체로 발견된 장애빈민운동가 이덕인 열사의 추모제가 ‘장애빈민운동가 이덕인 열사 18주기 추모제 준비위원회’ 주최로 28일 늦은 2시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열렸다.

 

1967년 전남 신안군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탈골로 장애를 입은 열사는 1995년 6월 인천 아암도에서 노점을 시작했다. 그해 11월 24일 이른 7시, 인천시와 연수구는 아암도에 친수공간을 조성한다며 용역 1500여 명을 투입해 그곳에서 생계를 꾸려가던 노점을 강제 철거했다. 열사는 무자비한 노점 단속에 항의하며 장애인, 노점상인들과 함께 망루 위에 올랐다.

 

초겨울 추운 날씨에도 경찰은 소방차를 동원해 망루에 물대포를 계속 살포하는 등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25일 밤 열사는 고립된 망루의 상황을 외부에 알리고자 경찰 포위망을 뚫고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3일 뒤인 28일 이른 10시경, 열사는 망루 근처 아암도 바닷가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발견 당시 열사는 얼굴 부위와 어깨 등 온몸에 피멍이 든 상태였고 윗도리와 신발은 벗겨져 있었으며, 두 손은 밧줄로 포박된 상태였다. 열사 나이 만 28세였다.

 

다음날인 29일, 경찰은 병원 영안실 옆 콘크리트벽을 부수고 들어와 시신을 탈취해 갔다. 이어 국과수 부검 후 경찰은 열사가 연안부두로 수영하다가 지쳐 익사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가족들과 장애인, 노점상 등 지역단체들은 의문을 제기하며 다음 해 5월까지 6개월여 동안 영안실에서 장례투쟁을 벌였다.

 

이날 추모제에서 이덕인 열사를 추모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은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이덕인 열사가 세상을 떠났던 18년 전과 비교해 전혀 달라지지 않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탄압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장애해방열사_단 박김영희 대표

장애해방열사_단 박김영희 대표는 “왜 여전히 길에서 파지를 주워가며 살아가는 할머니들이 있는가? 사람들은 그 할머니들이 파지를 차지하려고 서로 싸우는 걸 보고 비난한다."라면서 "하지만 그 할머니들이 왜 싸우고 있는가? 정부가 만들어놓은 복지의 틀이 할머니들을 가난으로 내몰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김 대표는 “우리가 가진 것은 오직 몸뚱이뿐인데, 정부가 만들어 놓은 복지의 틀 때문에 엄청난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라며 “우리의 투쟁은 더 차가운 현실에 내몰리겠지만, 이덕인의 정신과 실천을 포기하지 않고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연대 김명운 의장은 우리가 열사를 기리며 현재의 시국에서 결의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되짚었다.

 

김 의장은 “박근혜 정권이 노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얼마 전 전주의 신부님들이 잘 말해주었다”라며 “민주화와 민중 해방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세력을 종북으로 낙인찍고, 이 조직들을 깨려는 것이 이들의 목표”라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이덕인 열사는 단지 자신의 생존권만을 위해 투쟁했던 사람이 아니라 가난한 민중의 이익을 위해 투쟁했던 사람”이라며 "각 부문 영역에서부터 단결하여 민중을 어떻게든 착취하려는 지배세력과 맞서 싸우기 위해 힘차게 결의하자“라고 강조했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빈민운동가였던 열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악 저지 투쟁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김 사무국장은 “요즘 참 겁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대통령은 자신과 입장이 조금만 맞지 않으면 빨갱이 딱지 붙이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가난하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삶을 빼앗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사무국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개선하는 등 기초법을 개정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최근 입법안을 통해서 오히려 기초법을 갈가리 찢어 사실상 폐지하려 하고 있다”라고 규탄했다.

 

김 사무국장은 “기초법의 수급자격 박탈 때문에 죽어간 사람들을 기억하는 우리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덕인을 기억하고 함께 투쟁하는 우리 마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박근혜 정부를 향해 우리가 얼마나 끈질기고 대단한 사람들인지, 그리고 사실은 우리가 당신들에게 한 번도 진 적이 없던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함께 기초법 개악 저지 투쟁에 나서자"라고 강조했다.

 

▲이덕인 열사 어머니 김정자 씨.

이덕인 열사의 어머니 김정자 씨는 발언 내내 아들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털어놓으며 무자비한 공권력을 규탄했다.

 

김 씨는 “공권력은 나의 자식을 갈가리 찢어서 자신들의 잘못을 다 숨기고 빈 껍데기 같은 시신만을 부모 앞에 던져놓았다"라면서 "시민의 자식에게 이것이 할 짓이냐”라고 절규했다. 

 

추모발언에 나선 최옥란열사추모사업회 박경석 회장은 “당시 공권력은 이덕인 열사의 시신을 탈취하고 지금까지도 사인을 숨기고 있지만, 우리는 열사를 죽인 자가 누군지 알고 있다”라면서 “여전히 대선 공약조차 지키지 않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 맞서 힘차게 싸워서 이덕인 열사에게 뜻깊은 선물을 하자”라고 강조했다.

 

이날 추모제에는 노동가수 지민주, 박준 씨가 추모공연을 했으며, 참가자들은 열사의 영정 앞에 분향과 헌화를 하면서 추모제를 마쳤다.

 

한편, 참가자들은 이덕인 열사 18주기 추모제에 이어 이룸센터 앞에 ‘기초법 개악 저지! 장애인연금 공약이행 촉구!’ 농성 천막을 치고 국회를 압박하기 위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이덕인 열사 추모제에 함께하고 있는 참가자들.

▲추모공연을 하고 있는 노동가수 박준.

▲추모공연을 하고 있는 노동가수 지민주.
▲이덕인 열사의 유가족들이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추모제를 마친 후 참가자들이 이덕인 열사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추모제를 마친 후 참가자들이 이덕인 열사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추모제를 마친 뒤 '기초법 개악 저지! 장애인연금 공약 이행 촉구!' 농성장이 이룸센터 앞에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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